구멍 난 무명옷
瓦也 정유순
1970년대 까지만 해도 무명옷을 다림질 하려면 물을 입으로 분무(噴霧)하거나 새벽에 빨랫줄에 널어 아침이슬을 맞힌 뒤 눅눅해진 빨래를 숯불다리미로 다림질을 하였다. 지금은 합성섬유나 모직제품에 밀려 뒤로 밀려났지만, 목화(木花)를 가공하여 만든 무명옷은 그때 당시에는 양말과 내의는 물론 것 옷까지 쓰임새가 대단히 넓어 대부분 사람들이 주로 입는 옷이었다. 요즈음도 면(綿)제품을 더 고급화하여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목화>
환경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1960년대부터 공업화의 바람이 일어나 터 좋은 곳에 중화학공장이 들어서면서 우리는 ‘구멍 난 무명옷’이란 좋지 못한 경험을 맛보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슬을 맞혀 눅눅해진 무명옷 빨랫감을 누님과 팽팽하게 맞잡고 다림질을 하는데 다리미가 지나 갈 때마다 구멍이 송송 나는 것이었다.
<공장지대>
깜작 놀란 어머니는 빨래를 삶을 때 양잿물(가성소다)을 너무 써서 그랬는가하고 걱정도 많이 하셨지만 원인을 알 수 가 없었다.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한참 세월이 지난 뒤에 나라경제가 좋아져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넉넉해지면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삶의 질’에 대하여 눈이 떠지고 난후에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되었다.
<그림 - 장영철화백>
공기오염방지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시절에 제련공장 등 큰 공장들이 들어서고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등 공기를 오염시키는 물질들이 굴뚝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수증기와 반응하여 황산(黃酸)이나 질산(窒酸) 등 강한 산(酸)이 되어 아침이슬과 함께 내려와 무명빨래에 묻어 다리미 열에 구멍이 송송 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무렵 근처의 과수원에서도 과일이 열리지 않아 과수원의 문을 닫은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대기오염방지시설>
1980년도부터 정부에서도 환경행정을 전담하는 부처(지금의 환경부)를 새로 만들어 오염에 대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그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세워 나가게 되었고, 이때 공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비’문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두되게 되었다.
<환경부마크>
산성비는 여러 산화물(酸化物)들이 공기 중에서 수증기와 반응하여 강한 산(酸)으로 되었다가 비(산성비)와 눈(산성눈), 안개(산성안개) 등과 함께 내리는 것을 말하는데 피해사례가 세계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남서부지방의 전나무 숲이 고사(枯死)하는 사례가 발생하였고, 일본에서는 사람의 눈과 피부에 심한 자극을 일으키는가 하면 양파 배추 등 농작물의 피해사례가 발생하였으며, 스웨덴에서는 산성토양으로 변하여 삼림(森林)생산력이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산성비생성과정 - 네이버지식백과>
또한 미국의 북부공업지역에서 나오는 공기오염물질이 캐나다 동부지역까지 이동하여 캐나다에 있는 호수가 산성화로 되어 양국 간의 분쟁을 일으켰던 사례가 있다. 특히 산성비는 금속이나 대리석 그리고 시멘트구조물 등을 녹여 손상을 입히는데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파르테논신전과 아크로폴리스 같은 유적이 녹아 부식상태에 있고, 독일의 퀼른 성당도 이미 부식이 일어나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참고로 산성비의 부식속도는 자연 상태보다 약30배가 빠르다고 한다.
<산성비로 황폐화된 숲 - 네이버지식백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산성비에 의한 피해사례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염려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약한 산성비가 내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미리 대비책을 세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안양중앙공원>
<정유순의 ‘우리가 버린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https://blog.naver.com/waya555/222951366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