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게 경고한 <조선>, '잼버리 실패는 대통령 책임' <동아>
하성태입력 2023. 8. 9. 11:06
[언론비평] 보수 매체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윤 대통령 향해 날 선 메시지
[하성태 기자]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9년 3월 30일 <4년 후 MB사람에게 주는 경고>란 칼럼을 게재했다. 이전 정권의 측근 비리 사례를 열거하며 "정가에는 박연차씨가 이미 MB 정권의 탄생 전부터 MB 쪽 사람들에 '보험'을 들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면서 이런 경고를 날렸다.
(대통령 측근 비리라는) 지금의 상황은 4년 뒤 정권이 바뀌었을 때 '이명박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되풀이될 것인가? 불행히도 악순환의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측근 참모였던 사람들과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이 이미 '박연차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보면 굳이 '4년 후'를 염려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 이동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실세이자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이른바 '언론 장악'의 아이콘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 6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동관 후보자와 관련해 주용중 현 TV조선 대표이사가 작성한 '조선일보 문제 보도' 문건을 입수·공개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해당 문건은 이명박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실'이 2008년 3월부터 2009년 6월까지 MB 정권에 비판적인 <조선일보> 기사 176건을 관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소개한 <4년 후 MB사람에게 주는 경고>란 칼럼을 포함해 김대중 주필의 칼럼 다수가 관리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15년여가 흘렀다. 김대중 주필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공교롭게, 지난 8일 이동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18일로 확정된 가운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매체들이 칼럼을 통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윤 대통령을 향한 날선 메시지를 타전 중이다.
'바이든 올린', '전 정권 탓' 경고한 '조선'
내년 4월 총선이 윤석열 정권과 자유·우파 진영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윤 정권은 동력을 상실하고 한국의 보수·우파는 남은 3년을 숨죽이고 연명할 수밖에 없다.
8일 <윤석열과 바이든의 여덟 번째 만남>이란 '김대중 칼럼'의 서두다. 문장 문장에 꽤나 비장미와 함께 모종의 위기의식이 전해진다. 김대중 주필은 해당 칼럼에서 "우리는 4월 총선 있지만 그해 11월 미국은 대통령 선거"라며 "트럼프가 복귀하면 윤 대통령의 '바이든 올인' 외교는 어떻게 되나?"라고 물었다. 한미동맹에 목을 맨 윤 대통령에게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시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대통령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그런 나라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다르다는 것이 미국인들 생각이고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내년 미국 대선 전망만을 계산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미국 민주당 정부에 올인하고 바이든에게 맥없이 기대고 있을 때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로 바뀌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김대중 주필이 다소 먼 미래를 전망했다면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고질적인 '前 정부 탓'을 도마 위에 올렸다. 지난 5일 <'前 정부 탓'의 유효 기간>이란 칼럼을 통해서다. 해당 칼럼은 "윤 정부의 '전(前) 정권 탓'은 문 정부에 뒤지지 않는다. 국정 곳곳에서 전임 정권을 불러내 '반(反) 문재인'을 정책 추진의 에너지로 삼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전 정권 탓' 사례를 이렇게 열거했다.
윤 대통령부터 전임자 소환에 앞장섰다. 정권 초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자 "전 정권 장관들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문했고, 검찰 출신이 대거 중용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과거엔 민변 출신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냐"고 했다. '보복 수사' 논란에는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나"라고 반박하고, 북 무인기의 방공망 침투엔 "문 정부에서 훈련이 전무(全無)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탈원전을 폐기하면서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했고, 감세를 추진하면서 "지난 정부 때 징벌 과세를 좀 과도하게 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의 '전 정권 탓'을 먼저 지적한 해당 칼럼이 윤 대통령에게 전하는 경고는 이랬다. 박 논설실장은 "정권이 교체된 지 이미 1년 3개월이 넘었다"며 "당연히 해야 할 '비정상의 정상화'에 앞 정부를 끌어들이는 순간 진영 이슈로 변질될 수 있다. 국정 왜곡을 바로잡는 정책 문제를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내모는 전략적 미스다"라는 경고성 조언을 적었다.
'중앙'과 '동아'의 윤석열 책임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공히 국내외 언론들로부터 전방위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현 정부의 새만금 잼버리 대응에 칼을 들었다. 무척이나 센 표현이 난무한다.
먼저 <중앙일보> 서경호 논설위원은 8일 <'총체적 부실' 잼버리의 최종 책임>이란 칼럼에서 "'관광 잼버리'가 돼버린 건 아쉽다. 모쪼록 마무리라도 잘했으면 한다"면서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새만금 잼버리 타당성 조사 속 자연재해와 안전사고 등 행사 위험 요인을 열거하며 윤석열 정부의 책임론을 분명히 했다.
"KIEP는 잼버리 개최의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 내리면서 정책 제안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정부(여성가족부), 개최 지역 주체(전라북도), 행사 진행 주최(한국스카우트연맹) 등 행사 주관기관 간의 치밀한 역할 분담이었다. 부처 폐지론에 휩싸인 여가부에 올해 조직위에 추가된 행정안전부·문화체육부까지 장관 셋이 한꺼번에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니 컨트롤타워가 모호해졌다.
결국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Everybody's business is nobody's business)'처럼 돼버렸다. 이렇게 조직을 만든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 정부 탓을 할 바엔 차라리 새만금 간척사업을 처음 시작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책임부터 물을 일이다."
이 같이 '노태우 전 대통령 책임부터 물을 일'이란 대목은 보수나 중도 신문의 사설 논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동아일보>는 최악의 국제행사로 전락한 '새만금 잼버리' 실패의 책임을 현 정부를 넘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 있었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9일 <한국의 퍼스트 보이스카우트부터 실패했다> 기명 칼럼에서 "어릴 때 보이스카우트를 했다는 대통령이니 한국의 퍼스트 보이스카우트라 할 만하다"면서도 대통령이 먼저 "자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이 개영식에 갔으면 보이스카우트 복장 입고 사진만 찍고 올 게 아니라 제대로 야영장을 둘러봤어야 했다. 그래도 왕년의 보이스카우트인데 늪지 같은 야영장을 봤다면 느껴지는 게 있지 않았을까.
일선에게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현장까지 가서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 자신부터 자책해야 한다. 대통령의 한계를 장관들이 공유하고, 장관들의 한계를 일선이 공유하고, 그런 중앙정부의 한계를 지방정부가 공유하고 있을 뿐이다. 전북도는 수사까지 해야 하겠지만 그 전에 감독을 제대로 못한 장관들부터 책임을 물어라."
MB정부 청와대 대변인 시절 <조선일보> 기사들을 관리했다는 이동관 후보자. 그는 윤석열 정권과 윤 대통령을 향해 쏟아지는 소위 보수 메이저 신문 '조중동'의 이러한 경고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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