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표 인간과 악마표 인간
우리 옆집엔 천사표 권사님이 살고 계신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남편 장로님이 돈을 잘 버시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천사표가 되긴 쉽지 않다. 돈이 많다고 다 천사표일 수 없지 않겠는가.
권사님은 하루에 한 번씩 산책하실 겸 동네 한 바퀴를 다니시는데 그럴 때마다 꼭 만원 지폐를 주머니에 챙겨서 나가신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니시다가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아낌없이 나누곤 하시는데 정말 천사표 권사님이 아닐 수 없다.
권사님은 선교사 가족이라고 늘 과일이나 채소, 쌀, 라면 등을 가져다주시며 우리를 섬기고 돌봐 주시기도 하신다. 감사한 일이다.
권사님께서 사시는 1층 위에 4층엔 또 한 분의 천사표 권사님이 더 계시는데 이 분이 더 부자이시다. 남편 집사님께서 대구에서도 꽤 큰 건설회사의 회장님이신데 권사님은 불편한 다리를 이끄시면서도 늘 길거리를 다니며 노방전도에 열심이시다. 가진 풍족한 돈으로 편안한 일상을 보내도 되는데도 전도지를 들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는 수모를 겪은 게 수십 번이라 하시며 밝게 웃으신다. 그 아파트는 남편 집사님의 회사에서 지은 것이다.
노방전도 권사님도 늘 우리 가족을 귀하게 여겨주시며 특히 우리 아들 노엘이를 친손주처럼 아껴주신다. 내외분 다 외출했다 귀가하실 때는 언제나 노엘이가 먹을 간식거리를 들고 오실 정도이시다.
그런데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천사표 인간을 곁에 두고서도 악마표로 살아가는 악귀 같은 존재들도 있다. 늘 이웃을 해치며 거짓을 일삼고 욕지거리를 입에 달고 사는 악마표 인간들….
천사와 악마는 어쩔 수 없이 공존하는가 보다. 천사표 인간에겐 아름다운 향기가 나지만 악마표들에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심한 악취가 진동한다. 교회 속에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