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최근 친한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 살집이 넉넉했던 친구가 살이 많이 빠지고 핼쓱한 얼굴로 들어서기에 이유를 물어보니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 몇 년전에 고혈압, 고지혈증, 심근경색이 있어 심장 혈관 스텐트 시술받은 후 그 길로 담배를 끊고 몸관리에 들어갔었는데 그 동안 술은 못 끊고 자주 즐겼었나 봅니다. 식탐이 많은 것도 여전했고 가벼운 당뇨로 약도 먹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친구가 몇 개월전에 우연히 흉부 X-ray를 찍었더니 좌측 폐에 종양이 발견된 겁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급하게 CT를 찍었더니 마찬가지로 종양이 의심되었지만 대학병원에서 재검을 받아본 결과 다행히 폐 기생충으로 확인되어 한숨 놓게 되었다지요.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지고, 힘이 없고, 양손발이 저리고, 불면증에다 가슴이 뛰며 불안하고 무기력한 증상들이 발생했답니다. 정작 힘들었던 건 아무리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어서 심지어 주변을 정리하기까지 했다더군요.
나름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왠걸, 몇마디 하지도 않아서 이 친구 하는 말이 네가 환자 마음을 알긴 아느냐고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선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 화가 났습니다만 그게 아니라 이건 일종의 warning sign일수 있으니 자신의 삶과 마음을 다시 들여다볼 계기로 삼아보자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오해말라고 했지만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적당히 마무리 했지만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 모시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가르치려 들었던 것이지요.
아상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보현행원을 한다, 너 보현행원을 알아? 모르니까 그런거야. 너 불교를 알아? 불교 알면 그런 것 다 해결돼. 너 마음이 뭔지 알아? 내 얘기 잘 듣고 마음 공부 한번 해봐...
아, 저는 헛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아는 마음으로 꽉 차있으니 모시는 마음이 나올리가 없지요. 그러니 그런 이야기 듣는 친구는 당연히 자존심이 상했거나 기분이 나빴을테고요.
식사 도중 친구들이 좋은 차를 사고, 골프를 어떻게 치고, 해외 여행을 언제 갔다오고 하는 얘기가 오가면서 저는 그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마음도 생겼겠고, 나는 지금 형편이 그렇지 못하지만 너희들보다는 훨씬 귀한 공부하고 있다는 교만심도 분명히 작용했을 겁니다. 나는 이렇게 차원높은 사람이다, 그러니 나를 인정해라 하는 마음...
마음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이 공부 하는 이유는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었고,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것도 아니었는데 저는 도대체 무얼하고 있었던 걸까요?
내가 가르치지 않아도 이 분들은 벌써 다 알고 있었고, 내가 잘난척 하는 것을 보면서 저 기분 나쁘지 않으라고 그래, 참 대단하구나 칭찬하면서 짐짓 모른체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다음날 전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 에피소드 2.
며칠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딸아이 입술이 유난히 빨간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생일선물로 '틴트'라는 립스틱 비슷한 것을 친구에게 받았다더군요.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바르지 말라고 좋게(?) 타일렀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다들 바르고 다닌다고, 안 바르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없다고 합니다. 아마 그 또래의 문화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지요.
그러나 인터넷에서나 보던 남의 집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우리 딸애에게서 직접 보고나니 많이 거슬렸던게 사실입니다.
아빠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립스틱, 짧은 치마, 이성 교제, 성적하락, 탈선...이런 것들이 연쇄적으로 상상되니 말입니다.
거기다 얼마전 중학교 첫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해 제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오버랩되어 더 다그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식사 시간 내내 딸아이는 얼굴이 굳어서 한마디도 않더니 나중에 할머니 방에 가서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참 속상하더군요.
사춘기에 접어드니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아이는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다음날 점심시간....
직장 동료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왜 그랬냐고 질책하더군요. 자기에게 딸이 있다면 무조건 잘했다고, 이쁘다고 해줄텐데 하면서요.
하지 말라고 하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부모 앞에선 안하고 친구들끼리 몰래 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수도 있다고, 그냥 이쁘다고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면 괜찮아진다고 저보고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아뿔사...
-- 불교의 불자도 모르는 분들이 불교 들먹이며 설레발 치던 저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전법(?)에 눈이 어두워 틈만 나면 불교 얘기를 꺼내던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이게 무슨 전법이고, 이게 무슨 호법입니까?
몸으로, 실천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내 번뇌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근엄하고 초탈한 표정으로 부처님 얘기나 카페에 올라와있는 좋은 얘기만 앵무새처럼 흉내내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밖에선 자칭 타칭 보현행자라 하면서도 정작 집에 돌아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조차 제대로 모실줄 모르는 것이 나의 현 주소라 생각하니 지금까지의 공부가 도로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과장도 겸손도 아닌 말 그대로 직시입니다.
우리 카페 불보살님께 면목이 없습니다. 언제나 애정으로 지켜봐주시는 보현거사님과 여러 회원님들께도 마찬가지입니다.
밑에 제 이름 언급해주신 보현 선생님 글을 읽고 이 글을 씁니다. 언젠가 제게 앞으로 공부하면서 열번도 더 넘어지는 과정이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 딱 맞습니다.
그러나 땅에서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난다는 말씀처럼 그렇게 또 일어날겁니다.
지금 부족하고 어리석어 엉망진창일지라도 우리도 부처님처럼 이 세상이 본래 완전한 것임을, 우리가 처음부터 완전한 존재임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리라 믿습니다.
저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불보살님 전에 참회하고 진정한 보현행자가 되기를 다짐하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공양 올립니다.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 보현행원으로 불국 이루리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첫댓글 법혜님! 고맙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미안합니다.
보현선생님의 글과 법혜님의 글을 읽고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 참회합니다.
더 많이 마음공부하여 밝은마음 낼 수 있기를 ~저 자신에게 다짐해 봅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짝짝짝~~ 누구나 일겁니다. 그래도 빨리 볼 수 있는 것 또한 그 동안의 수행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감히~ 좋은 경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를 또 비추어 봅니다. 내생명 부처님 무량공덕생명. _()()()_
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쉬지 않고 카페의 글들을 열공하면 언젠가는 밝아질거란 생각이 듭니다.. 귀한경험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법혜님 이리 상세히 내어 놓으심에 감개무량^^ 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_()()()_
배우고 용기 내어 저도 일상에서의 공부 모습 공양 올리도록 노력 하겠습니다.._()()()_
저의 숙제 당연 남편부처님 입니다..내 공부의 원천이 남편인것을 압니다..나가서 잘하면 뭐합니까? 남편 얼굴만 보면 원망이 스멀 스멀, 미움이 훅훅 달아오르니 참 죽을(^^) 맛인걸요...내 마음이 고르지 못하니 부처님 위신력이 무진장 한들 받아들일 바탕이 안되어 당연 기도성취에 장애!..알면서도 마음이 안바뀌는 겁니다..오랜 습으로 어두운 구름이 심하게 끼어 있으니 조그마한 노력으로 그것을 걷기가 여간 힘들지 않는 겁니다.^^
염불을 하면 나쁜 기질인 분노,원망, 남편무시하는맘 ..한마디로 미치는것 같았습니다..견디질 못하겠더라구요.삼천주를 굴리며 염불하는데 너무 격해져 "부처님 죄송합니다" 하며 염주를 급기야 팽개치기도 했습니다..그럴땐 광덕큰스님 법문, 보현선생님 가르침을 읽고 또 읽으며 고비를 조금 넘겼습니다..미혹이 깨져 나오느라고 그런다는 광덕큰스님 법문에서 많이 많이 배웠습니다..지금은 참 마음이 예전 보단 평정을 많이 찾았어요..^^..넘어지고, 자빠지고, 몸부림치며, 그래도 오직 한생각 마하반야, 부처님무량공덕생명, 감사합니다- 이 한생각 으로 가고 또 갑니다..^^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카페에 계셔주셔서 든든합니다,,_()()(
이렇게 자신의 일을 상세히 알려주심을 보니 법혜님이 대단하시다는 마음입니다.
숨기고싶은 일을 용기내어 밝혀주심에 감사드리며 이를통해 저도 깊이 반성하는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법혜님 덕분에 저도 많이 많이 반성합니다.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제안에도 많이 있어요 참회합니다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법혜님 말씀이 꼭 저한테 하시는 말씀 같아서 반성합니다. 또 내가 옳다고만 생각했구나 돌아보면 그런 일들이 참 많아요. 법혜님..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수행담 류의 글을 올리면 역시 조회수가 많습니다.
아마 자신의 수행과 비교해 볼수도 있겠고, 다른 분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겠지요.

수 없구나 하며 안도감을 주기도하지만 보기엔 그럴듯 해보여도 부정적인 내용은 공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개인적인 글을 올려주시는 경우에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 것 같습니다.
보현행원을 만나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나와 남이 바뀌어 가는가 하는 류의 글과 저처럼 실패담, 넋두리 위주의 글입니다. 후자의 경우 아, 다른 사람도
연무심님, 보문님이나 다른 여러분의 수행담, 전법일화 처럼 주변의 긍정적인 변화를 올려주시는 것이 훨씬 좋겠지요
우리 부사모 회원님들 모두 보현행원 열심히 하셔서 이런 실패담(
) 보다는 성공하고, 성취하고, 인정받는 밝고 기쁜 내용의 수행담 많이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을 많이 공양 올리겠습니다. 글 읽어주시고 댓글 
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다함께 
, 
, 나날이 기쁘고 감사한 세계를 만들어 나가십시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저도 다음에는 밝고 긍정적인 성공담(
웃음과 더불어 같은 도토리로서 위안을 얻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몰라하면 부정으로 알아듣고 때로는 세대 차이, 문화 차이를 많이 느끼거든요.
자기들말로는 우리같은 딸이 어디있느냐고 하지만 부모 입장은 그것이 아니거든요...
넘어지고 일어서고 그렇게 나아가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다시 새겨 봅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며칠 집안일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더니 이런 글도 있었군요.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보현행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딸아이가 사춘기 일때 저는 보현행원을 만나지 않았기에 많이도 대립했었는데 법혜님은 정말 멋진 아빠가 될 것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법헤님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마하반야바라밀_()()()_
감사합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