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원인 불명의 '가스냄새'가 대량으로 확산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아 우리 사회의 재난안전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현재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화학물질이나 유해물질이 유출됐을 때 대응해야 하는 행동 매뉴얼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인명사고 터져야 '앗차'하나?...관계기관 늑장대응에 재난안전시스템 '구멍'
지난 21일 정체불명의 가스냄새가 퍼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가스 검지기에 위험신호 값이 검출이 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없자 관계 기관은 재난 사태와는 별도로 구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난대응체계에 오류가 있는 건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0년 동안 대기환경 기체분석을 담당해 민간 연구업체 연구원 J씨는 이번 사례를 두고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처'를 먼저 지적했다.
그는 "(가스)냄새가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을 때 최소한 10분안에, 늦어도 30분안에 얼른 시료 포집작업을 했어야 했다"며 "2시간이 지났을 때는 이미 바람에 날아가 버려 추적하기 힘들다는 건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J씨는 "오염된 공기를 샘플링 할 수 있는 테들러백(Tedlar)으로 초동 대응할 때부터 냄새가 나는 현장을 5~10km 정도 따라가면서 채취했다면 분석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며 "누군가 쓰러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민낯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냄새나 화학물질이 퍼진 것으로 추정될 때 따라야하는 매뉴얼이나 대처방안은 지방자치단체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천연가스 수급 분야 현장조치 매뉴얼'를 참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위기상황 대응 조치 가운데 대부분의 항목은 관계기관에 통보해 현장을 점검케 하고 모니터링 하거나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운영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상의 원인 규명하거나 분석을 담당하는 부서와 이에 따른 구체적인 조치목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1일 부산지역에서는 오후 5시 30분께부터 약 2시간 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냄새'가 퍼졌다. 부산시와 부산가스공사 등 관계기관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뒤늦게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은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끊긴지 2시간가량이 지난 오후 9시 30분께 의뢰를 통보받고 현장으로 나갔다.
연구원들은 이날 가장 마지막으로 신고가 접수됐던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서 테들러백을 이용해 기체시료를 포집했다.
채취한 시료를 가스크로마토그래프(GC)와 가스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계(GC/MS)로 분석했지만 결과는 '불검출'로 허탕이었다.
◇ 악취 또는 냄새 등 화학물질 '초동대응' 중요한데도 손에는 달랑 가스검지기
2016년도 소방교육자료 '유해화학물질 사고 대응절차'에 보면 유해가스나 화학물질 관련 신고 접수시 물질 종류에 따라 중화, 제독, 진화 등에 따른 정보를 파악하고 유관기관에 지원을 요청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가스유출이나 테러 또는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동대응을 도맡고 있는 소방대원들 조차 이같은 상황에서 유해물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장비는 '가스 검지기'가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수집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한 소방본부 관계자는 "실제로 가스가 유출되고 있거나 폭발위험이 있는지는 가스검지기로 구분할 수는 있지만 정확히 어떤 성분인지 정체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소방서를 비롯한 관공서가 구비하고 있는 '가스검지기'는 가정이나 상가에서 자주 누출되는 LPG, LNG 또는 유독가스로 분류되는 일산화탄소 등 일반 가정에서 중독을 일으키거나 폭발사고와 관련된 가스만 구분할 수 있다.
정제시설, 반도체 공장, 플라스틱 원료 공장 등에서는 내부에서 사용하는 특정 가스 종류에 따라 가스점지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소방서가 사용하는 업무 장비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스검지기를 전문 생산하는 Y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스 검지기는 산업현장에서 취급하는 가연성 가스나 독성가스가 유출됐을 때 감지를 해서 사용자에게 경보를 알려 사고를 예방하는 목적"이라며 "하지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다 감지되는 게 아니고 가스가 센서에 접촉을 해야지 작동하기 때문에 누출시 바람이나 가스 비중에 따라 안되는 경우도 있고 아예 감지가 안되는 가스 종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 J씨는 "소방본부는 가장 먼저 출동하고 현장을 수습하는 기관인만큼 이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에서 공기만 주입하면 간편하게 시료를 포집할 수 있는 테들러백과 펌프를 비치해 놓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또 긴급상황시 재빨리 대응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일반 민간업체와의 협업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사무처장은 "당시 냄새 농도가 심해졌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었을텐데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보건환경연구원과 화학공학 전문가, 대기환경연구소 전문가 등을 신속하게 불러 모아 곧바로 민간자문단을 꾸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나치다 할 정도로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는게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타 지역 또는 해외에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고 발생원을 찾아내야 한다"고 전했다.
첫댓글 울산이 본가인데 무서워죽겠어...ㅜㅜ
개느려시발 존나 스마트폰쓰면서 행동 존나 느리네 시발 일은 국민이 다하지?
아직안됐냐?씨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