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동일한 두 개의 잎사귀
이장욱
완전히 동일한
두 개의 잎사귀를 찾아오세요.
그러면 우리는 신이 되는 것인가?
그렇대.
그렇다.
영원회귀는 영원하고
오늘도 또 야근이구나.
우리는 죽을 때까지 태양의 주위를 돌 뿐이니까
당장 떠나요. 제주로.
지중해로.
거길 꼭 가야 해?
우리에게는 해변으로 난 창문이 없는데
창문은 사실 필요가 없는데
우리 각자가 이미
바다이기 때문에.
엔트로피의 원리에 따르면
당신의 사망 소식은 온 우주에 퍼져서 어느덧
다른 소식과 구분되지 않을 것이다.
평평해질 것이다.
그 위로 낙엽은 떨어지고
떨어졌다는 사실조차
사라지고
그걸 옛날에는 고엽이라고 불렀대.
아, 이브 몽땅 말인가요?
베트남전 말입니다만······
마른 잎 죽은 잎이 정말 살아날까.
겨울은 어디서 오는 걸까.
영원히 회귀하는 인과의 사슬이다.
질량 불변의 법칙이야.
죽고 죽이는 자연의 무심한 반복이죠.
글로벌 자본주의 ······
우리는 무한히 변하는 존재이니
서로에게 외계인이면서 동시에
동일인이잖아요.
약을 먹고 약을 먹고 약을 먹고
우리는 어째서 서로를 닮아가는가?
계급이 다른데 그게 되겠어?
하지만 봄날은 가고 다시 오네.
당신 머리 위에 새잎이 돋았어요.
아아, 완전히 동일한 두 개의 잎사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면 제가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곡목은
김민기의 상록수
- 계간 《문학동네》 2024년 가을호
이장욱
서울 출생. 199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시 등단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 『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음악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