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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hr Kunst Museen(Ruhr Art Museums) 1960년대 즈음 태어난 한국인에게 에센, 보훔, 도르트문드는 그렇게 생소한 도시는 아닐 것이다. 이유는 아마도 1963년부터 시작한 독일 파견 간호사, 광부에 있을 것 같다. 올해는 한독수교 130주년 그리고 파독 광부, 간호사는 50주년이 된다. 당시 독일의 대표적인 공업 지역인 루르 지방은 광산뿐만 아니라 철강, 자동차 제조회사 등이 집중되어 있었으며 이곳에 대부분 한국인 간호사, 광부가 파견되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산업시설 팽창 외에 공연장, 음악당, 미술관 등 각종 문화예술 관련 시설도 많이 지어졌다. 90년대 접어들며 공장용지는 공원으로, 자동차를 조립하던 곳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하였다. 루르 지역에 박물관, 미술관 또한 밀집되어 있는데 이 중 20개는 현대미술관이다. 하지만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가 있는 뒤셀도르프, 유명한 화랑들이 몰려 있는 쾰른 등에 치여 그다지 관심을 받아 오지는 못하였다. 그러던 중 루르 지역이 2010년 Kulturhauptstadt Europa(유럽 문화도시, 필자 주)로 지정되면서 20개 미술관이 힘을 합쳐 Ruhr Kunst Museen을 발족했다. 일종의 연대인데 네트워크 형성과 지역 현대미술을 보강, 지원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올해 신년리셉션은 처음으로 루르 지역 도시가 아닌 베를린에서 개최했다. 비용을 많이 들여 가며 굳이 행사를 베를린에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네트워크 형성과 루르 지역을 홍보한다는 의미에서 베를린으로 몰고 간 것 같다. 일단 발제자나 토론자 중에 베를린이라서 수월하게 섭외할 수 있는 참가인이 꽤 있었다. 가령 Neue Nationalgalerie 총관장 우도 키텔만(Udo Kittelmann), 한국으로 치자면 국회의장인 연방 하원의장 노버트 라머트(Norbert Lammert) 그리고 연방문화부장관 베른드 노이만(Bernd Neumann) 등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약 300여 명의 초대객 중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 레이코 이케무라(Leiko-Ikemura), 미술전문지 모노폴 편집장 홀거 립스(Holger Liebs), 쾰른 루드비히미술관 전 관장 카스퍼 쾨니히(Kasper König) 그리고 루프 대안공간이 국제전을 한 보훔미술관 부관장 셉 히키쉬 피카드(Sepp Hiekisch-Picard) 등이 보이기도 했다. 토론회 주제는 지역 미술 활성화와 젊은 작가 발굴과 지원이었는데 상반된 의견이 오갔다. 토론회는 비교적 산만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는데 초대객에게 호응을 얻기에는 너무 길고 비슷한 주제가 많은 듯했다. 어찌 되었든 루르 지역미술관협회 식의 홍보가 베를린은 물론 루르 지역 자체에 어떠한 효과를 남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우토센터(Autocenter) - The Legend of the Shelves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비영리 전시공간 아우토센터가 2012년 자선경매를 마지막으로 프리드리스하인 지역 엘데네어 가에 있는 전시장을 닫았다. 물론 새 장소에서 문을 열겠다고는 했지만, 베를린에서 그렇게 공고하고는 사라진 전시 공간이 한 둘인가. 그런데 올해 1월 중순에 아우토센터로부터 우선 공식오프닝 전 새 장소에서 프리뷰를 한다는 내용의 매일이 왔다. 예전처럼 시내에서 떨어진 공장 지역이 아닌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베를린 중심가 미테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위에 굵직한 화랑들도 제법 되는 동네에 전시장 주소이다. 예전에 도서관으로 사용했다는 전시공간에는 당시 사용했던 책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내부수리도 거의 안 한 듯했다. 전시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화이트큐브여야 한다는 고정적인 생각보다는 주어진 공간의 장단점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 같다. 영하의 바람을 휘저으며 오프닝 전시 <The Legend of the Shelves>를 보러 발길을 재촉하는데 멀리서도 긴 줄이 눈에 띄어 혹시나 했는데 바로 아우토센터가 아닌가. 무엇을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닌데 벌벌 떨며 끈기 있게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필자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사람들도 아우토센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검정 옷에 어깨가 넓은 문지기의 들어오라는 신호를 받고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사람들이 곳곳에 모여 앉아 있는 게 보였고 입구에서부터 그야말로 미어터진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치 서울 출퇴근 시간 전철같이 꽉 찬 사람들 사이로 이동을 시도해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지난 12년간 약 750명이 전시를 했다고 하는데 <The Legend of the Shelves>에는 이중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 150명만 초대를 했다고 한다. 가령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작가 토마스 샤이비츠(Thomas Scheibitz)를 비롯하여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 에버하르드 하베코스트(Eberhard Havekost), 프랑크 니체(Frank Nitsche), 노버트 비스키(Norbert Bisky), 올라프 니콜라이(Olaf Nicolai) 등 독일뿐만 아니라 국제 미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 작가들의 작품들이 책장, 전시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여름 아카데미도 올해 6, 7월에 4주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라는데 작가 토마스 샤이비츠, 올라프 니콜라이를 비롯하여 평론가 게릿 골케(Gerrit Gohlke), 제니퍼 앨런(Jennifer Allen) 등이 세미나를 할 예정이다. 이 기간에 베를린에 있다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이래저래 재미있을 것 같다. 마감일은 5월 1일이며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Videoart at Midnight 회화나 조형작품에 반하여 비디오 작업은 아트페어나 미술 시장에서 고전을 겪고 있으며 프레젠테이션 또한 녹록한 것은 아니다. 비디오는 굳이 전시장이 아니더라도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무료로 접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하여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아무 때나 종료할 수 있으며 빠르게 앞, 뒤로 돌릴 수도 있다. 또한, 설령 전시장에서 영상작업이 돌아간다 해도 20분이 넘는 작품을 끝까지 관람하는 관객은 흔하지 않다. 필자 또한 작업 첫인상에 따라 시간이 얼마 걸리던 다 본다든가 아니면 5분 안에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작가나 감독 처지에서 보면 영 못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갤러리스트 올라프 스튜버(Olaf Stüber)와 컬렉터 이보 붸쎌(Ivo Wessel)은 영상작업에 적절한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2008년 11월에 자정에 비욘 멜후스(Bjørn Melhus), 스벤 요네(Sven Johne) 작품을 시작으로 Videoart at Midnight를 시작했다. 상영관은 주로 비주류 영화나 무성영화 등 보통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만 보여 주는 바빌론(Babylon)이다. 1929년에 완공된 바빌론은 문화유산보호법에 지정되어 있으며 2001년부터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관의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관이니만큼 관객은 상영 도중 잘 나가지 않고 느긋하게 영화처럼 한 시간 넘게 영상작업을 관람한다. 올해는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와 더글러스 고든(Douglas Gordon)을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으며 작가들의 인지도 때문인지 상영관이 꽉 찼었다. 입장은 무료이며 작가도 참여하니 베를린에 오게 되면 금요일 자정에는 깨어 있기를 바란다.
ACSA(Autocenter Summer Academy) 06. 17. - 07. 13. autocenter-summeracademy.de autocenterart.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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