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장 이불난전 철수하기 전날 부터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한 참 장사 시작할 무렵인 초장에는 만지작 거리다 그냥 가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였는데
왜 꼭 끝날 무렵에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만드는지 도씨 알 수 없는 노릇이였다
혹시 끝날때쯤에는 아주 싸게 살 수 있다는것을 미리 간파 했기 때문이였을까 ?
그러나 썩은 호박에 말뚝도 안들어가시는 말씀 그만 하시라 !
내 이번에는 싸 가지고 가서 삶아 먹는 한이 있더라도 헐 값에는 안 판다고
마르고 달토록 이미 이야기들을 해 주었을 텐데...
하지만 말이라도 그냥 헐값에 팔고 간다고 이야기 해 주어야 되것제 !
아침부터 이불을 사려고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듣기라도 푸짐하게 한 마디 질러본다
" 와 바 ! 와바 ! 어딜 가는겨 ! 와 보라니까 !
나 이불 남으면 집에 싸들고 가서 고추장 발라 먹어야돼 !
낼 비온대 ! 낼 비오면 장사 끝이여 ! 이제부터 막 파는겨 ! 어서 와서들 막 가져가 !
지금부터 이만원 짜리 이불 만원 ! 만원 ! 염병할 만원 ! "
또 한 번 꾸역 꾸역 몰려드는 사람들, 그리고 다짜고짜 반으로 뚝 잘라 흥정하는 사람들
" 젠장헐 ! 반에 반에 반값으로 파는데도 깍는 사람들은 또 뭐여 ? "
물건 파는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너두나두 하나같이 다들 깍아 달라고
거머리 마냥 죽자사자 찐짜를 붙을 때마다, 기름기가 솔 솔 빠져 나가는것 같았다
오천원짜리 이불 따악 천원만 깍아 달라고 30여분 이상을 따라 다니며 졸라대는 할매도 있었다
까짓 할매한테 천원 그냥 깍아 줄 수도 있지만, 한 사람 깍아주면 너도 나도 몽땅 깍아 달라고
찐짜 붙기 때문에 쉽사리 깍아 줄 수가 없다
" 아즈매 ! 내 질렸다 ! 완전히 질려 버렸어 ! 그냥 가져가 !
아 ~ 독하다 독해 ! 왜이리 독한겨 ! "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 저기서 천원씩 다 깍아 달라고 찐자를 붙기 시작한다
하다 못해 지갑을 열어 보이며 돈이 다 이것 밖에 없으니 차비만 빼 달라고 통 사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너두 나두 할것없이 몽땅 다 차비가 없다고 한다
" 아니 강릉 사람들은 작년 단오장때도 차비가 없다고 찐자를 붙더니
이 번에도 모두가 주머니에 차비도 안 넣고 나왔단 말이여 ?
내가 살테니 이리와서 장사들 혀 ! 내가 팍 팍 깍아 버리께 ! "
아무리 그래도 결국 천원을 깍아 가지고 간다
" 이제 장사 그만 하고 짐 쌀겨 ! 다 가 ! 훠이 ~ 훠이 ~ 다들 가 ! "
가라고 그래도 사람들은 안 가고 뻐팅기며 꾸역 꾸역 몰려들어 찐짜를 붙고 있었다
강릉 단오장 이불난전 풍경
강릉 단오장 이불 난전 풍경
단오 이불장 철수 하기 전전날, 다시 소리를 냅다 지르며 장사를 계속 하고 있었다
" 자아 ! 지금부터 한번 깎을때마다 오천원씩 추가 !
자아 ! 낼 비온대 ! 비오면 장사 끝이여 ! 끝 !
나 이불 남으면 싸 짊어지고 가서 소금찍어 먹어야 돼 !
오늘은 막 줄테니까 막 가져가 ! 침대 카바는 아무거나 골라서 무조건 이만원 !
춘추 차렵이불도 아무거나 골라 잡아 무조건 만 오천원 ! "
막판에 사람들이 또 꾸역 꾸역 벌떼처럼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며 이판 사판 공사판을
만들어 놓고 있을때, 어제 그렇게 그만좀 오라고 심심 당부했던 아즈매가 또 나타나서
이불장 주변을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는것이었다
순간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솜털이 바짝 바짝 솟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모르는척 하고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 아즈매가 다가 오더니 이불 한장 들고
또 얼마냐고 능청스럽게 묻는것이었다
" 이 푸른색 침대카바 얼마라니 ? "
" 어 ? 이 아즈매 또 왔네 ? 이제 짐 싸 가지고 갈겨 ! 장사 안해 ! "
" 안하긴 뭘 안 해, 장사 잘도 하고 있고만...그리고 내가 오면 좋치 뭘 그런다니 ? "
" 이런 잭일알 ! 개뿔이나..."
" 이 침대 카바 하나 줘 ! "
" 이제 짐 싸들고 갈거라니까 "
" 뭐 그리 놀란다니 ? 내가 골라논 침대카바 하나 하고 카펫 두장 퍼덕 담아 안주나 ? "
" 침대 카바 하나면 2만원, 면 카펫 하나에 2만 5천원씩 2개면 5만원, 도합 칠만원이네 "
잠시후 이 아즈매는 거짓말 처럼 아무소리 안 하고 7만원을 내 놓으면서 가는가 싶더니
다시 홱 돌아서서 시큰둥맞게 한 마디 하는 것이었다
" 가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택시비가 없다니 ? 나 2천원만 빼주면 안 되나 ? "
" 택시비 없으면 신발 타고 가래요 ! 신발타고 가면 된 다니 ! "
이렇게 그 아즈매의 토끼 꼬리마냥 돌돌 말려 올라가는 듯한 강원도 말을 흉내내 봤더니
그 옆에 있던 다른 아즈매들이 낄낄 거리며 이제 강원도 말을 아주 잘 한다고 한다
" 이 무거운거 들고 어떻게 간다니 ? 택시타고 가게 좀 빼주면 안 되나 ? "
이불 보따리를 양손에 들고 절절 매는 모습이 안 돼 보이기도 하고, 또 우습게 보이기도 하여
" 에라이 ~ 막판에 기분이다 3천원 빼 주께 ! " 하면서 3천원을 도로 내 주는데 이 아즈매
" 아니라니, 2천원만 빼줘 ! "
" 에에 ~ 그냥 삼천원 깍아 줄테니 다음부터 오지마 ! "
" 아니 아니, 나 그냥 이천원만 깍고 다음에 또 오면 안 되나 ? "
" 그냥 3천원 가져가라니 "
" 아니라니, 2천원만 줘 "
이렇게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2천원을 내 주었더니,
이 아즈매가 실실 웃으면서 한 마디 던진다
" 내년 단오장에 또 봅세 "
" 젠장...악연 이로군 "
" 이불장수 아자씨 ! 바이 ~ "
이렇게 인사말을 남기고 출렁 거리는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저녁 무렵의 단오 이불장
" 지쳤다 ! 지쳤어 ! 이제 알아서들 골라가 !
자아 ! 낼 비온대 ! 비오면 장사도 끝이여 ! 막 주니까 막 가져들 가 ! "
또 한 차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고 있었고,
또 안면 몰수하고 마구잡이로 깍아대는 사람들로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깍고보자 무대포 아즈매 부대들과 몇일 몇날 실갱이를 벌이고 있던 터라
기름끼는 이미 빠질대로 빠져 있었고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강릉 단오장 이불 난전 풍경
저기 녹색 이불을 펼쳐 보이고 있는 사람이 일백년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전설적인 장꾼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백년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전설적인 장꾼이 박수를 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 자 ! 막 가져가 ! 오늘 여기있는 물건 싸그리 몽땅 팔고 갈겨 ! 막 줄테니 막 줏어가 ! "
이렇게 박수를 치며 소리를 냅다 질러대니, 또 한 무더기의 아즈매들이 꾸역 꾸역 몰려들고
있었고, 또 한차례 이불 난전은 깍고 지지고 볶으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로 버글거리고
있었다
저 장꾼은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몽땅 다 털어 먹고 그야말로 빈털털이 알 그지나 다름 없었다
어떻게 하다가 가지고 있는것 싸그리 다 털어 먹고, 주머니에 남은돈 겨우 돈 백만원이였는데
돈 백만원을 가지고 무엇을 할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카셋트 테이프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다 썩은 고물차 라보 한대를 50만원에 구입하고, 남은돈 50만원으로
카셋트 테이프를 사가지고 장 바닥에서 부터 장사를 시작했었다
이장 저장 요장 그장을 환장하게 싸돌아 다니며 카셋트 테이프를 2천원에 3개씩 팔았는데
그래도 장사가 잘 되어 하루 500개, 30여만원씩 팔았다. 카셋트 테이프는 그렇게 팔아도
반절 이상이 남는 장사다
그렇게 카셋트 테이프 장사를 한 달 정도 하다 보니까 쓸것 다 쓰고도 삼백여만원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 것을 밑천으로 대구 모 이불공장으로 찾아가 덤핑 이불을 한차 싣고 또 다시
장바닥을 전전하며 한 차를 다 팔고 나니 또 반절 이상이 남았고, 그렇게 몇 년 정도
이불 장사를 하다 보니 지금은 아주 쟁쟁한 이불장사가 되어 버렸다
불과 몇년만에 덩치큰 이불 장수가 되어 버린것이다
강릉 단오장 이불 난전 풍경
강릉 단오장 이불 난전 풍경
강릉 단오장 이불난전 풍경
저기 기라성 같은 세기의 장꾼이 아직도 박수를 쳐가며 호객행위를 열심히 하고 있다
" 골라 ! 골라 ! 신경질 나게 싼것 ! 너무 싸서 신경질나 ! 막 주께 ! 막 줏어가 ! "
" 거기 아줌마 ! 신발 벗고 올라와서 막 골라가 ! 올라와서 고르면 골른값 빼주께 ! "
다음날 철수하기 바로전날 아침, 10시경부터 북적 거리던 사람들이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돌아들 가고, 바로 옆자리 각설이패들의 기세좋게 두둘겨 대는 북소리만이 간간히 남대천
밤하늘을 갈라 놓을뿐, 가끔 기분좋게 술취한 사람들이 삼삼 오오 짝을 지어 흥얼 흥얼 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장마비가 구질 구질하게 시작되고 있는것 같았는데, 그 비오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와글 와글 거리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자정이 좀 지나서 장사를 파하고 난 다음 보니까, 그래도 철수하기 전날 장마비가 시작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물건들이 팔려 나갔었다
그 수많은 무대포 아즈매 들이 여기저기서 깍아 달라고 조르고 찐드기 마냥 찐짜를 부리는 통에
온몸에는 기운이 쪼옥 빠져 나가고 팔 다리는 후들 후들 거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이만원짜리를 만원에 달라고 찐짜를 부리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반으로 뚝 잘라 흥정을 하는 배짱에 하품만 나올뿐이다
" 안 팔어 ! 다른데 가보슈 ! "
" 다시 싸매고 가느니 그냥 한장 만원에 주고가면 안 된다니 ? "
" 내 이물건 집에 싸들고가서 그냥 삶아 먹을거니까 걱정 말고 얼렁가슈 "
" 그제도 여기서 두 보따리 사구 어제도 한 보따리 사갔는디 그냥 주면 안되나 ? "
" 이제부터 한번 깍아 달라고 할때마다 오천원씩 추가 ! 이만 오천원 !"
이말을 듣자 옆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사람들이 낄낄 ~ 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 낼 울동네 아줌마들 마니 데리고 올테니께니 그냥 하나 줘 ! "
" 한번더 깍아 달라고 했응께 삼만원 ! 삼만원 아니면 안 팔어 ! "
" 왜 그리 빡빡하게 자꾸 올라 간다니 ? 낼 우리동네 아즈매들 마니 델고 나온다 안켄나 ? "
" 낼 동네 사람들 많이 데리고 나오지 말고 그냥 삼만원 주고가 ! "
" 구냥 하나 줘 ! 줘 ! 줘 ! "
" 그럼 내 이제 따악 잘라 말할께...만 팔천원만 주고 그냥 가져가 ! "
" 돈이 이것 밖에 없다니.. 만오천원줘..택시비도 없다..! "
" 만 팔천원 ! 살려면 사고 말려면 사 ..! "
그래도 안가고 조물딱 조물딱 거리다 가는가 싶어 한 숨을 내리 쉬고 있는데
다시 돌아와서 만 오천원에 달라고 또 찰 거머리마냥 찐짜를 붙으며 진을 빼 놓는다
땅이 꺼지도록 한 숨을 크게 쉬면서 만오천원에 가져 가라고 시큰둥하게 한 마디 던졌다
" 물건 봉투에 못 담아주니 그냥 알아서 담아가슈 "
" 알았다니 ! 깍아만 주면 내 알아서 담아 간대요 "
그러면서 허겁지겁 물건을 비닐봉투에 담아가면서 하는 말이
" 내가 내일 또 온 다니 ! "
" 내일 오지마 ! 제발 오지마 ! 안 오는게 도와 주는겨 ! "
물건을 고르던 아즈매들도 이런 헤프닝을 바라보며 또 한 번 턱이 어긋날 정로로 웃어 제킨다
가라고 해도 안 가고 죽치고 버팅기는 저 배짱은 과연 어디서 나온 배짱일까 ?
말로만 듣던 강원도의 숨어 있는 저력은 실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수 없었다
척박한 땅을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고 화전을 일구며 살아왔던 순박한 사람들의 저력 !
과연 강원도의 힘은 지칠줄 모르고 대쉬하는 코뿔소와도 같았다
장마비가 시작되는 강릉 단오장 난전의 밤 풍경
첫댓글 뭔노무 이불장시가 아직도 안 끝났당가? 장마통에 이불만 쌂아 묵고 전디지 말고 한 행보 해 보랑깨 이불보따리에 쌔이 삐릿는지 딸싹을 안 허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