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체인지업(Change-up)은,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TV 중계로 이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되자, 귀에 익지
않았던 야구 팬들이 많은 질문을 해온 구질입니다.
요즘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 있지만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인간이 던질 수 있는 스피드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타자는 직구라고 판단하고 스윙을 하지만, 체인지업은 직구보다 속도가 대개 12∼16km 정도 느리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고, 배트에 맞는다고 해도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없습니다.
체인지업은 직구와 똑같은 동작으로 던지기 때문에
무슨 공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이 구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커브 볼 등은 던지는 순간 팔과
손목 동작의 위치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체인지업은
팔과 손목 동작의 위치로도 알 수 없습니다.
몸의 위치와 팔 동작, 회전 속도 등이 모두 직구를
던질 때와 똑같습니다. 체인지업이 속도가 느린 것은
공을 약간 느슨하게 쥐기 때문입니다. 손에 깊숙이
넣기는 하지만 꽉 쥐는 것은 아닙니다. 체인지업을
잡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 비슷합니다.
공을 꽉 쥐지 않으면 스피드는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체인지업을 잡는 방법은 처음에는 이상하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마치 공을 떨어뜨릴 것 같고 제대로 던져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공을 느슨하게 잡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체인지업이 직구를 던질 때와 다른
점은, 공을 놓고 난뒤 팔의 회전 스피드가 감속하는데, 그 시간이 직구보다 약간 오래 걸린다는 것과 공을 놓기 전까지의 팔의 회전 스피드가 직구보다 빠르다는 것입니다.
팔의 긴장도를 줄여 주기 위해서는 체인지업도 직구와 마찬가지로 공을 던지고 난 뒤 완전하고 충분한
팔로드로를 해야 합니다. 체인지업은 종류가 워낙 많을 뿐 아니라 투수들이 나름대로 개발한 독특한 것들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중요한 몇 가지 종류를 소개하겠습니다.
[서클 체인지(Circle Change)] 실밥을 가로질러 잡은
손가락의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새끼손가락은 공의 옆면에, 약지와 중지는 윗면에 놓습니다. 엄지와
검지는 손가락 끝을 마주 댄 다음, 새끼손가락의 반대쪽에 조그만 동그라미를 그려 댑니다. 그 모양이
알파뱃의 'O'자 모양이라 'O체인지'라고도 합니다.
회전은 투수의 몸쪽으로 주는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약간만 줍니다. 이렇게 하면 공은 오른손 타자의 안쪽으로 약간 휘면서 떨어지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마이너 리그의 어린 투수들도 즐겨 사용하는 구질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90년대 초반부터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공은 연습만 하면 비교적
쉽게 던질 수 있습니다.
[세 손가락 체인지(Three Finger Change)] 이것은 우리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구질입니다. 'O체인지'와 마찬가지로 누구든 연습을 하면 비교적 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공 밑에 대고, 세 손가락을 실밥을 엇갈려 잡아 공 위쪽에 놓습니다. 새끼손가락은 거의
공 밑에 위치하게 됩니다. 세 손가락 체인지의 특징은 '공이 스스로 갈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에
있습니다. 세 손가락으로 약간만 채 주면서 회전을
조금만 줍니다. 그러면 직구와 비슷하지만, 회전이
적고 스피드가 없기 때문에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가라앉습니다.
[손끝 체인지(Finmgertip Change)] 말 그대로 손가락
끝을 사용해 던지는 것입니다. 검지와 중지를 공 위쪽에, 엄지를 공 밑에 놓고 실밥과 나란히 해서 공을
쥐어야 하며 손바닥과 공사이를 최대한 띄웁니다. 이
공은 오른손 타자의 몸 쪽을 공략할 때 사용됩니다.
잘만 던지면 매우 효과적인 구질이지만, 우리 나라에선 아직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양 사람처럼
손가락이 길고 손에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체인지 업이라는 것은 변화구가 아닙니다. 체인지 업은 미국에선 "Off Speed" 라고도 부르는데 말 그대로
속도를 떨어 뜨린 공입니다. 체인지 업은 종류가 워낙 많아서 선수들마다 던지는 방법이 제각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알고 있는 체인지 업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Circle Change Up]
써클 체인지 업이라는 말은 야구를 즐겨 보신 분이라면 종종 들어 보셨을 겁니다. Fastball 을 던질 때는
다섯 개의 손가락 중에서 가장 힘이 센 두번째 손가락과 세번째 손가락을 이용해서 던집니다. 그러나 체인지 업은 속도를 떨어 뜨리기 위해서 세번째 손가락과 네번째 손가락을 주로 이용해서 던지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OK" 라는 뜻의 손짓(?) 아시죠? 엄지 손가락과 둘째 손가락으로 원(Circle) 을 만들고
나머지 세 개의 손가락은 펴는 동작..우리 나라에선
종종 돈(Money) 을 나타내는 동작^^ 그 다음 세번째
손가락과 네번째 손가락은 4-Seam Fastball을 던지는
그립으로 공을 쥡니다. 당연히 새끼 손가락은 엄지와
둘째 손가락으로 만들어진 원의 반대쪽에 붙어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역회전하도록 손을 밖으로 약간만
비틀어서 던지면 됩니다. 그립이 OK 모양이라서 "OK
Ball" 이라고도 합니다.
체인지 업은 아주 대중적인 공이라서 누가 특히 잘
던지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국 선수중에선 서재응 선수가 잘 던지는 것 같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선 공교롭게도 '97년과 '98년 NL 싸이영 상 수상자인 Pedro Martinez 와 Tom Glavine 이 아주 잘 던집니다. 톰 글래빈은 체인지 업에 관한 그렉 매덕스를 능가합니다. 그러나 그렉 매덕스도 대단한 것이
동료인 톰 글래빈에게 체인지 업을 배웠는데 그렉 매덕스가 체인지 업을 던지는 것을 본 톰 글래빈이 놀랐다고 합니다. 그렉 매덕스는 타고난 투수 같네요.
그리고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써클 체인지 업은 역회전이 너무나 심해서 마치 Screwball 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우타자 무릎 근처에서 몸쪽으로 뚝 떨어지는 그의 체인지 업은 Sports Illustrate 지에서 선정한 가장 치기 어려운 공 1위에도 뽑혔습니다.
[Three Finger Change Up]
지금부터 나올..체인지 업은 자신이 없는데..(못 던지니까 -.-) 엄지 손가락은 밑에서 받치고 새끼 손가락을 제외한 세 개의 손가락으로 던지는 것입니다.
새끼 손가락은 대체로 공 아랫 부분에 위치하겠죠.
이 공은 Fastball 과 비슷하지만 회전이 거의 없고
구속도 느리기 때문에 타이밍을 뺏는 데 쓰입니다.
힘이 좋은 메이저 리그 타자들에게 체인지 업을 잘못
던졌다가는 홈런 맞기 그만이죠.
세 손가락 체인지 업은 그냥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떨어지지만, 빠른 공을 가진 투수가 볼 배합을 잘 해서 던진다면 아주 효과적입니다.
[Fingertip Change Up]
손끝 체인지 업입니다. 체인지 업은 종류가 많지만
대체로 그립이 비슷합니다. 게다가 어떠한 체인지 업이라도 공을 꽉 쥐고 던지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힘을 빼고 던지는 구질이기 때문이죠. 공을 꽉 쥐지 않고 던진다면 자연히 구속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다른 구질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손끝 체인지 업은 손가락이 긴 외국인들이 유리해서 우리 나라에선 보기가 드물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