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알래스카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2022년 5월 6일 금요일
음력 壬寅年 사월 초엿샛날
이른 아침 기온이 두 자리 숫자로 올라가야만 밭에
모종을 내다 심을 수가 있다. 그런데 한동안 영하에
머무르다가 영상으로 오르긴 했으나 아직은 서리와
함께 차가운 날씨의 아침이다. 한낮엔 무려 20도를
넘나들고 있어 일교차가 너무 크다. 이런 날씨 추이
라면 아무래도 이달 중순 끝무렵이나 하순의 초에
심어야 하지않을까 싶다.
어제 아침나절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수확을
하여 촌부는 물론 아내도 이런 횡재도 있냐며 엄청
놀라워 하며 좋아했다. 아주 큼지막한 잔대를 일곱
뿌리나 앞마당에서 캔 것이다. 무슨 사연인지를 잘
모르는 분은 마당에서 무슨 잔대를 캤다고 호들갑
떨며 지랄하느냐고 할 것이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지지난해 늦가을부터 시작하여 지난해 이맘때까지
거의 17~8년 동안 야생초들로 가득했던 앞뜨락을
마당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선별하여 옮겨심을
것은 자리를 잡아서 다른 곳으로 옮겼고 버릴 것은
아깝고 아쉽지만 여기저기에 던져버렸다. 그다음에
땅을 대충 파고 고르고 그 위에 모래를 깔아놓았다.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한동안 꽤나 많은 야생초들이
고개를 내밀어 그때마다 캐내지 않고 땅 위로 올라
오는 것을 없애곤 했다. 그렇게 하면 대부분 저절로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잔대를 비롯하여
더덕과 같은 뿌리식물은 그래도 살아남는 것 같다.
뿐만아니라 둥굴레, 은방울꽃과 같은 뿌리번식을
하는 야생초도 마찬가지로 그대로 살아있어 애를
먹었다. 어제 아침나절 캔 잔대가 바로 그런 것이다.
장독대 옆에 줄기와 잎이 제법 크게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가만히 살펴보니 잔대 새순이었다. 그냥
둘까하고 마당 전체를 살폈더니 몇 군데 더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도라지삽을 들고와서 첫 번째 것을
팠더니 엄청 큰 잔대가 나오는 것 아닌가? 하나 둘
캐다보니 일곱 뿌리를 캤다. 마지막 녀석은 어찌나
깊게 박혀있는지 도라지삽으로도 캘 수가 없었다.
더덕을 캘때 사용하는 손괭이로 살살 흙을 파내다
보니 아주 깊숙히 커다란 돌틈 사이에 자라고 있어
하는 수 없이 나머지 잔뿌리는 포기하고 손을 넣어
뽑아버렸다. 얼마나 대공이 굵은지 잔뿌리도 꽤나
큰 것이라 아깝긴 했지만 넓게 파서 돌을 들어내야
하는 것이라서 포기를 했다. 아내가 생잔대 무침을
했는데 아주 맛있었다. 겨우 한 뿌리를 무쳤다는데
워낙 큰 것이라서 양이 많았단다. 그 중 몇 뿌리는
저녁에 또 생잔대 무침을 하여 알래스카에서 오신
손님에게 대접을 했다. 잔대는 여러가지의 효능을
갖고 있지만 인삼이나 더덕처럼 풍부한 사포닌을
지녀 면역력에 좋으며, 특히 뛰어난 해독력을 가진
약초라서 온갖 독을 푸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옛날 기록에도 100가지 독을 푸는 약초는
잔대뿐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아주 좋은 약재이며
자연 먹거리이다.
어제는 알래스카에서 온 손님인 처제 친구를 위해
봉평 투어를 시켜주었다. 장구경을 하고싶어 하여
봉평장은 아니지만 마침 장평장날이라 잠시 들려
돌아보고 봉평읍내로 들어가 효석문화마을 부근
막국수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봉평에 왔으니까
먹고 싶은 음식이 메밀 막국수였단다. 식사후에는
이효석문학관과 생가를 둘러보았다. 아내와 촌부는
손님이 오면 들리다보니 꽤 여러번 관람을 했지만
봉평에 처음 오는 분들은 가볼만한 곳이다. 처제
친구도 아주 좋은 곳을 보게 되어 고맙다고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드라마 촬영지였던 골프장 길과
콘도를 거쳐 드라이브 삼아 외지인들이 잘 다니지
않는 짧은 거리의 산길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알래스카로 돌아가면 또 언제 만날지 모를
처제 친구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우린
흔히 먹는 음식이라 특별함은 없지만 산골스러운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거의 대부분 우리가 기르거나
채취한 것으로 식사준비를 한 것인데 다들 너무나
좋아하며 맛있게 잘 먹는 것이었다. 평소 이렇게 잘
차려주는 음식을 먹는 촌부는 전생에 나라를 구해
그런 것 아니냐며 장가 잘 들었다면서 아내의 음식
솜씨를 극찬했다. 아내가 차린 산골밥상의 메뉴는
잡곡밥에다 쌀뜨물로 시락국을 끓이고, 더덕구이,
생잔대 오이 무침, 민들레잎 겉절이, 잔대순 나물,
취나물 볶음, 오이지 양념무침, 장아찌 3종(깻잎,
명이나물, 산당귀), 쪽파김치와 메밀 전병이었다.
그러고보니 손님 접대를 완전 풀때기로만 하였네.
첫댓글 거저 얻은 것은 없지요.
예전에 잔대를 거두지 않은 것을 찾은 것이니
불로소득이 아니라 평소의 선행결과라고 봅니다.
아마도 알래스카 손님에게 우리 것을 제공하라도
이렇게 귀한 잔대를 발견하게 해주신 듯합니다.
먹거리와 반찬은 정말로 침 넘어가게 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박대표님의 마음에 공감과 더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 아침에 산골집을 떠나 인천으로 간 알래스카 손님은 이번 귀국 한달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밥상을 받아봤다며 극찬을 하고 갔습니다. 아내도 너무 좋아하는군요. 사실 알고보면 별 것 아니지만 먼 타국에서 왔으니까 산골스런 밥상으로 대접을 한 것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우연한 일이네요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종종 생기지요
조만간 평창 친구 집을 한번 방문할 계획 이랍니다
오늘도 좋은 날 보내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예기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평창에 오시면 뵙겠습니다.
가까이 살면서 서로 바빠서 그런지 그때 이후 딱 한번 치킨집에서 보고 못받습니다.
늘 건강 챙기시며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