툐요일 오후1시에 부대를 나서야하는 외박으로 부족해서 아침10시에 면회를 하다 나가겠다는
우리아들의 불같은 효심에 (지는 암말도 안했는데 꿈보다 해몽이...ㅎㅎㅎ)
아침 7시직전에 길을 나섰다.
아들에게 건의하고(?) 의견조율이 끝나 O.K.사인이 떨어진
내무반에 들여보낼 음식도 준비를 해야할것 같아 조금 일찍 출발을 했고
9시가 못되어 동송에 도착했다.
군입대후 86일만의 생각치도 못했던 첫면회와 두번의 휴가외에
마음먹고 면회와 외박은 처음이었지만 간단히 입을 옷가지와 먹고싶다는 한끼정도의
식사준비가 고작이었고 동송읍이 생각보다는 번화해서 굳이 잡다한것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생각이었음에도 중증의 건망증인 내게는 늘어나는 보따리에
머리에 쥐가 조금씩 나긴 했었다.
도착후 내무반 선후임들에게 줄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이평시장 떡가게에서
여러가지종류의 떡을 사고 롯데리아가 문을 열기도전에 옆문으로 들어가 햄버거등을 주문하고
과일가게에 들러 부대에서 귤과 단감은 흔히 먹는다길래 바나나와 콜라등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10시 조금지나 면회신청후 아들을 만났다.
위병소 근무가 우리아들이 속한 중대에서 담당하고 있는 기간이어서 선임들과
쓰레기처리를 위해서 나온 후임아들들까지 여러명을 볼수가 있어서
마치 동네반상회 비스무리한 분위기까지 느낄수 있을 만큼 반가웠다.
준비해간 음식을 올려보내고 우리는 예약을 해둔 고석정안에 위치한 철원관광호텔로 향했다.
보통 일박에 9만원인 호텔은 군인가족에게 6만원으로 30% 할인이 되는 혜택이 있었고....
그리고 호텔에 짐을 푼후 아들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세탁을 위해
외출, 외박시 애용한다는 빨래방을 찾아가려고 깝데기까지 다벗겼는데
목록은 깔깔이상하, 내의상하, 팬티, 모가지의 고무가 나달나달하는 양말이었고
우리는 숙소에서 가까운 문혜리 상봉이네 빨래방에 맡겼는데 예약이 밀려있었고
특히 군복이 눈에 많이 띄었다.
궁하면 통한다던가!
아니면 사람은 다살게 되어있는것인지 찬물에 빨래하는것이 손도 시렵고
때도 잘지지않을것 같았는데 이런 방법이 또 있었다.
우리아들은 100일휴가후 청원휴가때는 조금 고급스러워진것 같았던 식성은
아! 옛날이여!로 도로 돌아와 과자 ,과일, 곶감,약식에 완전히 잡식성으로
무차별로 입을 쉴사이가 없었다.
밥배 따로 과자, 과일배따로......
그러면서도 부대에서는 밥도 훨씬 많이 먹는다나.
한끼에 두주걱반이란다.
그리고는 저녁때 아들이 준비해오라던 제육볶음과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1층에 위치한 취사실로가 고기를 볶고 얌전히(?) 썰어간 각종야채와 조개,
두부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이려는데
"엄마야! 된장을 안갖고 왔다."
아무리 내가 세상이 다아는 건망증중증이라캐도 우째 이런일이!
남편보기도 아들보기도 쪼끔 민망해하면서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시키고 고기를 볶았는데
몇숟갈을 먹다 생각을 하니 얌전히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둔 상추쌈봉지를 또 안갖고 왔네.
우리아들왈 어째 이상하더란다.
분명히 고기에 쌈이 있을낀데.....
필요없는 치솔은 들고오고 필요한 치약은 잊어먹고
사복은 들고오고 신발은 잊어먹고...
결국 다음날 찜질방으로 갈때 사복을 입고 군화를 신을수가 없어
시골 삼거리슈퍼에서 화장실슬리퍼를 사서는 거리를 활보하고.....
호텔방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세식구가 누워서는
"야아야! 니는 군인이 와 우리보믄 경례하면서 구호를 외치는 꼴을 못보겠노?"
"그건 다70년대식이예요. 지금은 그렇게 안해요."
"그라모 지금 그렇게 하는 아아덜은 다구식이라말이가!
야! 이문디야! 말되는 소리를 좀해라." ㅎㅎㅎ
"우리 요밑에 나이트에 함 갈래?
니는 군발이춤추고 느아빠는 막춤추고 어떻노?"
즈아빠왈
"음, 아빠가 막춤에 대가인줄은 모르지.ㅎㅎㅎㅎㅎ
우리아들왈 무슨 나이트씩이나....
"야간근무설때 힘들제? 몇시간이나 하노" 어쩌구저쩌구 물으니
아! 근무후에 뽀글이 진짜 맛있는데! 감탄을 하길래
"야아야! 니는 아들자슥 나라 지키라고 군대 보내놧더니 군기는 다빠져가지고
니는 국가관은 안중에도 없고 라면판매등 국가경제에만 너무 신경쓰는거 아이가!"ㅎㅎㅎ
우리아들왈
"그래도 전쟁나면 내가 제일 앞장서요. 폭파조끼 입고 다리 폭파해야죠."
맞다.
그래도 우리아들이 무적 대한민국 육군일병 폭파병인데.....
호텔에서 일박하고 다음날은 지포리금강산찜질방에서 군것질도 하고 찜질도 하고
우리아들이 워낙이 좋아하는 축구중계도 보고 PC도 좀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후
다시 동송으로 돌아와 내무반식구들에게 부탁받은 화장품과 두꺼운 양말등을 준비한후
아구찜을 먹고 귀대시간에 맞춰 7시50분경 부대앞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담담하게 들어가는 아들뒤에서 점잖하게(?) 중간톤으로
(옛날에는 울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음)ㅎㅎㅎ
"현*아! 잘해라! 화이팅!"
씩씩하게 정문근무중인 아들들에게는
"수고하세요. 필~~~~~승!"
그리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남편에게 말했다.
현*이가 분명히
"아이구, 우리 엄마땜에 몬살아! 뭔 필~~~승씩이나!" ㅎㅎㅎ
제6보병사단 푸른별 청성부대! 필~~~~~승!
첫댓글 요즘 이병엄니들 면회가시는걸 보니저도 육이오때(?) 아들 면회가던 생각이 나서 ......ㅎㅎㅎ
솔님 여러가지로 고맙고 감사합니다..무어라 말씀 드려야할지..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면회를 다녀오셨군요...솔님의 경험담을 토대로 절대 빠뜨리는 준비물없이 메모꼭해서 면회가야징...근데 울 아들은 면회할 기회가 있을까요ㅠ_ㅠ;; 낼 모레 들어가면 또 GP들어갈테고...
안녕하세요 ~ 글을 읽노라니 새록새록 ...아이들 쫄병때가 나네요 ㅋ 로보캅 아드님도 잘 지내지요?
두아드님 군바라기 하시느라 이제 진짜 반군인은 다되셨지예...ㅎㅎ 로보캅예비역도 그렇고 우리예비역아들들 힘든 군생활 마치니 만만치않은 학교생활,사회생활이 기다리고있습니다.ㅎ 민철,민수랑 온가족이 늘 좋은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이백년 전 면회후기입니다.ㅎㅎ. 오늘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글 나팔소리에 힘이 됩니다. 새로오신 가족들에게는 첫 면회시 준비물 잘 챙겨두라 말씀도 해주시네요
자상하신 솔님의 면회 후기가 넘 재밌고 초보 이병맘인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네여...깝데기까지 벗기셨다는 말이...ㅎㅎ
잼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그때는 지도 그랬는데 지금은 영 아닙니다. 그래도 외박면회는 또 가고싶습니다. 추억거리가 많았거든요.
현국예비역 일병시절 외박외출의 한페이지 이군요 재미있는글 잘보고 잘쨍기겟습니다. 언제나 화이팅........
푸른솔님 면회후기 잘 보구 갑니다 보면서 새삼 나를 느끼게 하네요 이것 챙기면 저것 잃어버리는 아고! 내버릇 .
너무 생생해 지금 면회 장면을 옆에서 보는것 같아요 저도 한 건망증 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메모를 한답니다 그런데 어쩔때 그 메모지 마저 행방이 묘연하니 이럴때 대략 난감 ㅋㅋ 첫 면회 철저히 준비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