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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16. [대망(大望)의 그림자(부제: 살인멸구(殺人滅口) - ⑤]
S# 22.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미래당 대선후보 재선의원 홍중도가 대선 출마 출정식을 갖는다.
수 천 명의 지지자들과 당 관계자 등이 홍중도를 연호한다.
지지자들 홍중도! 홍중도! 홍중도!
홍중도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서서 손을 들어 답례한다)
감사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12만 미래당 당원 동지 여러분.
이 곳까지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신 지지자 여러분.
2012년 12월 19일!
국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해 진정한 개혁정부를 세우고,
낡고 불의한 체제를 타파해 새 대한민국을 건설하겠습니다
지지자들 홍중도! 홍중도! 홍중도!
S# 23. 경찰서 민원실.
40대 중반의 남성이 민원실에 찾아 온다.
최 순경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무슨 일을 도와 드릴까요?
송인호 네. 범죄 신고 좀 하려고요.
S# 24. 강력 1팀.
김 형사의 책상 앞에 민원인 송인호 씨가 앉아 있다.
김 형사 협박을 당하고 계시다고요?
구체적으로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송인호 네. 제가 굴착기 기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3개월 전쯤에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마늘 밭에서 일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마늘 밭이 팔렸는데, 전 땅 주인 소유의 수목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일이었죠.
김 형사 네. 근데요?
송인호 그런데, 새로운 밭 주인인 최 모씨가
지난 달부터 저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서는
“밭에 묻어둔 조직폭력배 자금 17억 원 중에 7억이 없어졌다면서
저에게 그 돈을 보지 못했느냐”면서 그 돈을 내놓으라고
저를 계속 협박하고 있어요.
김 형사 에? 그 돈은 보셨어요?
송인호 아니요.
마늘 밭 정리하면서, 만 원 한 장을 보지 못 했는데,
저보고 7 억 원을 토해내라고 하니깐
제가 미치고 환장하죠.
그래서 생각다 못해, 이렇게 경찰서까지 오게 됐습니다.
김 형사 그 최 모씨라는 사람은 17억 원이나 하는 큰 돈이 어디서 생겼고,
왜 마늘 밭에 묻어뒀다고는 설명 안 하고요?
송인호 (억울하다는 듯이 김 형사를 보며)
예.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세요.
어느 미친 놈이 거기에 그런 돈이 있다고 생각을 하겠어요?
김 형사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참. 황당하네요.
굴착 작업을 할 당시에 이상한 것을 보신 것은 없으시고요?
송인호 (기억을 더듬으며)
좀 이상한 것이 있긴 했어요.
S# 25. 강력 팀장 책상.
김 형사가 김 팀장에게 다가가서, 민원인 송인호 씨와 상담한 내용을 보고한다.
김 형사 팀장님. 너무 황당한 내용들이라서.
강력 팀장 (김 형사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송인호 시를 바라보며)
나도 귀를 열어 놓고서 듣긴 했어.
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저 분이 경찰서까지 와서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봐서는
정신 나간 사람이 이야기를 지어서 하는 것 같지는 않아.
김 형사가 우선,
마늘 밭 주인이라는 사람하고 통화를 일단 해봐.
김 형사 네.
S# 26. 김 형사 책상.
김 형사가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김 형사 그분 핸드폰 번호 좀 주세요.
송인호가 핸드폰에서 최영춘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번호를 건넨다.
김 형사 (전화를 건다)
최영춘 씨 되세요?
최영춘 네. 제가 최영춘입니다만, 누구세요?
김 형사 네. 저는 경찰서 김창호 경위입니다.
최영춘 경찰이 무슨 일로요?
김 형사 최영춘 씨께서 7억 원을 분실하셨다는 소문을
제가 문산 군부대에 복무 중인 조카 면회를 갔다가
동네 식당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지수사 차원에서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려고요.
최영춘 아이고, 마침 잘 됐네요.
사실입니다.
김 형사 7억을 잃어버리셨다고요?
최영춘 예. 3개월 전에
제가 마늘 밭 2천 평을 사서, 그곳에 7억 원 현금을 묻어두었는데,
송 가라는 놈이 우리 밭에 와서 굴착 일을 해주면서 그 돈을 훔쳐 갔어요.
김 형사 송 가요?
최영춘 네. 40대 중반의 굴착기 기사입니다.
이름이 송인호인가 그럴 겁니다.
나쁜 놈이에요.
김 형사 그러시면, 경찰서에 가셔서 신고를 하시지 않고요?
최영춘 아. 저는 인간적으로다가 해결을 하려고 했죠.
김 형사 그러시면, 오후에 제가 댁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최영춘 예. 그러세요.
그런 놈은 콩밥을 먹여야 해요.
S# 27. 디지털미디어시티역 4번 출구 미래 4차 아파트.
김 형사가 최영춘 씨의 집을 방문한다.
김 형사 고양시에 있는 마늘 밭을 사시게 된 경위는 어떻게 되세요?
거기에 연고가 있으세요?
최영춘 예. 제가 부동산을 하는데,
DMC의 배후 주거지역으로 한창 인기 있는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강매역’ 인근 밭이
시세에 비해서 싸게 나온 게 있어서 구입하게 됐습니다.
김 형사 그런데, 마늘 밭에다 돈을 묻어두셨어요?
은행이나 집안 금고에 넣어두시지 않고요?
저도 처음에 식당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서 황당해서 믿기 힘들더라고요.
최영춘 (머뭇거리며)
저 같이 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미신 같은 것을 믿어요.
제 딴에는
지금까지 저에게 돈을 벌어준 땅에 묻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새로 산 마늘 밭에 묻어 둔 거에요.
김 형사 아~ 그러세요.
제가 그 마늘 밭을 한 번 가서 확인을 하고 싶은데요?
최영춘 예. 그러세요.
S# 28. 강매역 인근 마늘 밭.
김 형사가 최영춘 씨와 함께 마늘 밭을 둘러 본다.
김 형사 마늘은 키우지 않으시나 봐요?
최영춘 예. 원래 마늘을 키우려고 산 밭이 아니니깐요.
형사님. 주위를 한번 둘러 보세요.
저기 한참 짓고 있는 아파트들 보이시죠?
(손가락으로 먼 곳의 아파트 대단지 건설 현장을 가리킨다)
김 형사 예.
최영춘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제가 장담합니다.
5년 이내로 이 밭에도 아파트가 세워질 겁니다.
그러면, 이 땅의 값어치는 수직 상승을 하죠.
김 형사 야~. 부럽네요.
최 사장님. 돈을 묻어둔 곳이 정확히 어디쯤이에요?
최영춘 아이고, 내 정신 좀 보게.
S# 29. 마늘 밭.
최영춘이 밭 가장자리의 쓰레기 더미가 쌓인 곳으로 김 형사를 안내한다.
최영춘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며)
바로 이 곳이 제가 7억 원을 숨겨둔 곳입니다.
그런데, 굴착 기사 송 가 놈이 전 주인의 수목을 옮기면서
제가 묻어둔 돈을 보고서는 밤에 몰래 와서 훔쳐간 거죠.
S# 30. 강력 1팀.
송인호 제가 굴착 작업을 하다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봤던 커다란 페인트 통 수 개를
북쪽 방향 밭 가장자리에서 봤어요.
김 형사 속에 내용물은 보지 못 하시고요?
송인호 예. 제가 최 사장에게 물으니깐,
도끼 눈을 뜨고서는 성을 내더라고요.
‘폐건축자재’ 라면서 저보고 서둘러 덮으라고 하더라고요.
김 형사 그럼, 혹시 그 페인트 통 속에
최영춘 씨가 주장하는 돈이 들었을 수도 있네요?
송인호 예. 지금 생각해 보면,
확실할 겁니다. 그때 최 사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으니깐요.
S# 31. 마늘 밭 북향 가장자리.
김 형사가 마늘 밭 북쪽으로 이동하여,
김 형사 혹시, 돈을 묻어둔 곳을 착각하신 거 아니고요?
최영춘 한두 푼도 아니고, 7 억 이나 되는 돈을 묻어두고 깜박하는 사람이 있나요?
김 형사 그럼, 제가 수사상 필요하니깐.
마늘 밭 몇 군데를 파보겠습니다.
김 형사가 최영춘이 가져온 곡괭이로 굴착기 기사 송영호가 지목한 곳을 우선 파기 시작한다.
최영춘 (안절부절 못하며 바라보다가)
형사님. 그 쪽에는 묻지 않았습니다.
S# 32. 마늘 밭 북향 가장자리.
김 형사가 드디어 지면에서 40센티를 파내려 가자, 굴착 기사가 얘기한 페인트 통이 드러난다.
그리고, 또 다시 수 개의 페인트 통이 모습을 드러낸다.
김 형사가 페인트 통 뚜껑을 열자, 5만 원권 돈다발이 쏟아진다.
S# 33. 마늘 밭.
김 형사가 마늘 밭에서 나와 안절부절 떨고 있는 최영춘을 바라보며,
김 형사 (매의 눈으로 최영춘을 쏘아 보며)
최영춘 씨! 이 많은 현찰 어디서 난 겁니까?
최영춘이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김 형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최영춘 (말을 더듬으며)
제 제가 부도 ㅇ산 사업으로 번 돈입니다.
김 형사 (다그치며)
그러시면, 탈세한 돈을 숨겨 놓으신 거잖아요?
최영춘 (말을 잇지 못하며)
그 그 런 거 ㅅ은 아니고요.
S# 34. 마늘 밭.
김 형사가 김 팀장에게 마늘 밭에서의 상황을 보고한다.
김 형사 예. 팀장님.
여기 2천 평을 다 파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굴착기하고 주변 통제하려면 의경 2개 소대 정도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 팀장님.
예.
네.
S# 35. 늦은 오후. 마늘 밭.
의경들이 마늘 밭을 에워싸고 잇고, 굴착기가 마늘 밭을 굴착하기 시작한다.
곧 이어서, 수 십여 개의 페인트 통이 굴착기의 바가지 속에 담겨 올라 온다
전 순경 김 형사님. 여기 페인트 통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