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이구아구의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원작 스티븐 버코프 Steven Berkoff 각색 김철리 번역 정재호 연출의 변신 變身
공연명 변신(變身)
공연단체 극단 이구아구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각색 스티븐 버코프(Steven Berkoff)
번역 김철리
연출 정재호
공연기간 2019년 8월 1일~25일
공연장소 SH아트홀
관람일시 8월 9일 오후 8시
SH아트홀(대표 권순형)에서 극단 이구아구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원작, 스티븐 버코프(Steven Berkoff) 각색, 김철리 번역, 정재호 연출의 <변신(變身)>을 관람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는 유대계 독일 작가로,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소설가이다.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실존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20세기 세상 속의 불안과 소외를 폭넓게 암시하는 매혹적인 상징주의를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카프카는 프라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한 보험국 관리로 일하며 밤에는 필사적으로 글을 쓴 사람이다. 프라하와 자신의 답답한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 했건만 결국 떠나지 못한 사람, 세 번이나 약혼하였으나 평생 독신이었다가 마흔한 살 생일을 앞두고 결핵으로 죽은 사람, 문학에 유래없을 만큼 모든 것을 걸었으면서도 작품을 불사르게 하고 나머지도 없애라고 유언을 하고 간 작가 등이 카프카에 대한 요약일 것이다.
1922년에 『성』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변신』 외에 대표작으로 『심판』 『성城』 『실종자』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등 다수가 있다.
스티븐 버코프(Steven Berkoff, 1937~)는 영국의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다. 영화 언더월드, 리오의 도망자, 인트루더, 도플갱어, 영화속의 인생, 꿈과 행운, 찰리, 신들의 숲, The boy with camera for a face, 등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정재호 연출가는 경기도 양평 출생으로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이다. 연극 국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천후 연출가로 서울문화예술대학 교수다. 극단 광장, 극단사조에서 조연출, 무대감독, 연출을 하며 열과 성을 다해 연극현장에서 연극의 길을 쉼 없이 걷고 뛰어왔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연극과 뮤지컬 <이구아나> <천년도> <도착, 양인대화> <팝페라 WHITE LOVE> <황진이> <카프카의 변신> <바우덕이> <백애> <들뜬도시> <일곱난장이> <I am 신데렐라> 등을 연출했고,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다.
무대는 중앙에 갑충으로 변한 주인공의 방이 있고, 배경에 천정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방 좌우에 八자형으로 된 철 사다리기 세로로 배치되어 있다. 방 천정으로 기어 다니도록 철제로 된 봉을 연결시키고 무대 여러 곳에 철제 기둥을 세웠지만 정작 방문은 없고 방문을 두드리는 연기와 노크 소리로 대신한다. 무대 전면 객석 가까이에 원형의자 세 개를 배치해 출연자들이 앉아서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연극의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 벌레가 되어 깨어난다. 그는 출장 영업사원으로서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다섯 시에 기차를 타러 가야 하는 고달픈 신세다. 천식을 앓는 어머니,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17살도 안 된 여동생을 위하여 열심히 일해 온 성실한 남자다. 주인공이 시간이 지나도 출근하지 않으니 회사 지배인은 직접 찾아와 주인공이 왜 출근을 하지 않았냐며 따져 뭇는다. 하지만 벌레로 변한 주인공은 그야말로 속수무책,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그의 말은 인간이 아닌 벌레의 언어로 바뀌었기에 예전과 같은 의사소통은 전혀 불가능하다.
마침내 그가 흉측한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배인과 집안 식구들은 모두 경악한다. 지배인은 도망가고 어머니와 아버지, 여동생은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주인공을 돌봐주기 시작하지만 생계유지에 필요한 수단을 마련하자 갑충으로 변한 주인공을 귀찮아하게 된다. 특히 훌륭한 연주자가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주인공이 도우려던 여동생은 노골적으로 오빠를 매몰차게 대한다. 견디다 못해 주인공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주인공의 시체를 치운 다음에 가족들은 따뜻한 해살을 쬐며 교외로 여행을 떠난다.
독문학자 전영애 교수는 <변신>을 한국 최초로 번역 소개하면서, <변신>은 직접적으로 아버지의 말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아버지가 “이 벌레 같은 녀석”이라고 화를 내자, 그대로 벌레로 변한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변신』의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는 벌레로 변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존재가 되자, 가족의 멸시를 받는 상황에 빠진다. 여기서도 카프카가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카프카의 무의식을 우리는 떠올려 볼 수가 있다. 또한 확실한 것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잠자(S.A.M.S.A)는 카프카(K.A.F.K.A)가 자신의 이름처럼 자음-모음-자음-자음-모음 패턴으로 지은 이름이다.
카프카는 후기에는 국가나 법, 관료제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간다. 오늘날에는 ‘아버지’라는 남근적 존재를 국가, 관료제 같은 ‘대타자’와 연결 짓는 것이 낯설지 않다. 카프카가 글을 쓰던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았겠지만, 이미 당시에도 정신분석학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카프카 역시 당시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가나 법, 관료제에 대한 관심을 카프카의 ‘사회비판적 의식’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그런데 카프카는 결국에는 모두 받아들인다.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를 거역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조목조목 쓰지만, 끝내 아버지에게 보여주지 못한다. 카프카는 마지막까지도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프라하에서 태어난 카프카는 6개월 정도의 베를린 여행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프라하를 떠나지 않았다. 오늘날 카프카가 이렇게 세계적인 작가가 될 줄 본인은 절대 몰랐다.
그리고 카프카는 죽어서는 아버지와 함께 묻히게 된다. 죽어서도 아버지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카프카의 운명이었다.
이상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번역한 전영애 교수의 글이다.
전영애는 1974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할 때 서울대 문리대 전체 수석을 했다.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튀빙엔 대학과 칼 대학에서 수학했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8~2013년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 수석연구원을 겸임했다. 2011년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가 주는 ‘괴테 금메달’을 수상했다. 같은 해 서울대 교육자상을 받았다. 서울대에서 20여 년 동안 교양 과목으로 ‘독일 명작의 이해’를 강의했다. 수업을 통해 연을 맺은 제자들은 졸업 후에도 오마토(5월 마지막주 토요일)와 시마토(10월)란 모임으로 만난다.
저서로는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파울 첼란의 시’ ‘괴테와 발라데 ‘서·동 시집 연구’(공저) ‘독일의 현대문학: 분단과 통일의 성찰’ 등 많은 저서와 연구서를 국내와 독일에서 펴냈다. 시집으로 ‘카프카, 나의 카프카’와 독일어로 쓴 ‘Regenbogen für Franz Kafka(프란츠 카프카를 위한 무지개)’가 있다. 번역서로 ‘괴테 시 전집’ ‘서-동 시집’ ‘데미안’ ‘나누어진 하늘’ ‘보리수의 밤’ 등 60여 권이 있다.
카프카의 <변신>에서의 주인공은 생각하는 벌레다, 다시 말해 몸은 벌레이나, 영혼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로서, 주인공은 변신 이전의 부정하고 싶은 상태에서 벗어나, 오히려 생각하는 존재의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벌레가 되면서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고 할까. 판에 박힌 생활을 하면서 벌레 같은 삶을 살던 과거와, 벌레이면서 새로운 삶,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현재가 교묘하게 병치된다. 무엇이 벌레이고 무엇이 인간인가? 주인공이 생각하는 벌레로 변신했다는 사실은 시종 일관 연극 속에 명료하게 강조되고, 관객에게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각자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현실에 대한 깊은 생각과 함께 극장을 나서게 되는 연극이다.
손성호가 아버지, 임은연이 어머니, 이동건이 벌레가 된 주인공, 조지영과 정다은이 누이동생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이일섭과 원근희가 지배인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열과 성을 다한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설정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드러내면서 연기자 상호간의 완벽한 조화까지 이루어 관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음악감독 박광배, 음악 전혜인, 안무 윤민석, 마임지도 현대철, 무대디자인 민병구, 무대감독 권혁우, 조명디자인 송훈상, 조연출 고희선, 조명스텝 김명관 김성웅 채주성, 사진 김도양, 홍보 김은수, 후원 김영운, 기획 하형주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역시 조화를 이루어, 극단 이구아구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원작, 스티븐 버코프(Steven Berkoff) 각색, 김철리 번역, 정재호 연출의 <변신(變身)>을 연출가와 출연자 그리고 스텝진의 기량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원작을 100% 뛰어넘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8월 9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