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동창회에서 만나 의뢰인으로 찾아 온 대학후배의 얘기다. LA로 이민간 후배는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다가 유학 온 남편을 만났다고 한다. 미국서 결혼한 후 한국에 살림을 차렸지만 너무 다른 가치관으로 말다툼이 잦았고 결국 남편이 일방적으로 집을 나가버림으로써 파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관계회복이 힘들다고 판단 후배는 이혼을 결심했다. 전업주부인 후배는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통해 적절한 분할이 이뤄지길 원했다.
남편은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경우 후배는 한국과 미국 법원 중 마음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법원의 경우는 남편과 후배가 한국에 거주지를 갖고 생활했기 때문에 후배의 미국국적과 관계없이 한국법원에도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법에 의하면 국제 이혼시 그 준거법은 부부의 동일한 본국법이 1순위이고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법이 2순위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의 법이 3순위로 법에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자료 문제에 있어서는 먼저 집을 나가 소송을 당한 배후자가 꼭 불리한 판결을 받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집을 나간 원인이 상대 배후자에게 있다면 그 원인 제공자가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판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과정에서 정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배는 미국국적자였고 남편은 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소지했기 때문에 미국법원에서의 소송이 가능하다. 후배는 남성중심의 한국사회보다 미국법원의 판결이 미더웠기 때문에 미국법원을 택했다.
필자는 후배에게 미국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재산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먼저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가압류할 것을 자문했다. 그리고 LA에 있는 변호사를 소개하여 소송을 제기하도록 했다. 상대측은 본안 소송이 미국에서 이루어짐을 이유로 가압류 취소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본안에 해당하는 권리를 외국법원(캘리포니아법원)에 냈다면 국내법원에 소송을 낸 것과 유사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예상했던대로 후배에게 다행스럽게도 가압류 취소신청은 기각된 것이다.
결국 미국법원은 후배에게 남편재산에서 50% 정도를 분할받을 권리를 인정했다. 이제 후배는 미국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을 가지고 한국에 있는 남편재산에 대해 집행절차를 밟아야 한다. 외국에서 선고된 판결을 한국에서 집행하려면 먼저 판결이 확정되어야 하고 그 판결에 기초하여 한국법원에 집행판결을 청구하여 판결이 적법하다는 선고를 받아야 한다.
참고로 한국법에 의해 외국판결에 대하여 집행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한국 법령 또는 조약에 따른 국제재판관할의 원칙상 그 외국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고 ▷패소한 피고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 및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두고 송달 받았거나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고▷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 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고 상호보증이 있는 경우다. 성공적인 집행판결을 위해서는 판결 선고 전에 상대방이 한국 내 재산을 처분하지 않도록 가압류나 가처분 등의 보전조치를 취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