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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바다에는 고래가 어느 정도 살고 있는가.
한국 해안의 밍크고래는 1,600마리 정도다. 그런데 매년 100마리 이상이 불법포획, 혼획되고 있으며, 10년이 지나면 한국바다에서 밍크고래는 씨가 마를 것이다. 상괭이라는 한국 토종 돌고래는 17,000마리 정도 남아 있다. 2004~5년에는 3만 마리였던 개체수가 10년만에 60%로 급감한 것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따뜻한 수온을 좋아해서, 열대지방의 특성을 가진 한국 제주에만 있는 종이다. 그들은 제주에서 다른 고래류와 접촉 없이 1만년을 살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의 습성, 정체성, 문화, 언어를 가지고 있는 개체군이 되었다. 그런데 현재는 100여 마리 정도 남았고, 이대로라면 2020년이면 멸종될 거다. 고래류의 개체수 감소는 바다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증표라 할 수 있다.
■ 개체수감소의 큰 원인은 무엇인가.
매년 혼획으로 죽는 상괭이가 2,000마리 정도이다. 상괭이는 얕은 바다나 강어귀에서 발견되는 고래이다. 전 세계 90종의 고래류 중, 민물로 들어가는 돌고래는 단 4종으로 대부분 멸종위기이다. 그러니 상징성도 매우 큰 돌고래인데, 한국에 좋지 않은 음식문화가 남아 있어 고래고기로 팔리고 있다.
가난한 시절 울산, 포항 등 동해 지역에서는 고래 개체수가 많고 쉽게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단백질 보충수단으로 고래고기를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개체수가 너무 줄어 이젠 모든 고래류가 보호대상이 되고 있다. 상황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한국에는 고래고기 식당이 100군데 이상 된다. 그래서 핫핑크돌핀스 주요 활동 중 하나도 고래고기 식당을 줄이기 위한 법안 마련이다.
■ 우리나라에서 포경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올해 고래축제의 모습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방송되었는데, 지역 구청 주도하에 진행되는 축제에서 대놓고 고래고기 홍보를 하니 한국정부의 망신이 되었다. 현재 국제적 이슈 중의 하나가 일본의 지속적인 포경이다. 환경운동을 하는 이들은 모두 고래가 보호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포경은 야만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포경을 가장 열렬히 반대하는 게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이고 이걸 일본과의 외교적인 문제로까지 삼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오히려 일본의 포경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으니 외국에선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 잡힌 고래들이 쇼 동물로 전락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돌고래는 수족관에서 생존률이 낮은데, 한국에선 관리를 못해서 그 생존률이 더 낮다. 수조가 좁고, 소음도 크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는 행동풍부화 프로그램도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 그러나 하루 100㎞ 이상을 헤엄치는 고래를 10m도 안 되는 수조에 가두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도 큰 의미는 없다. 돌고래는 새끼가 수조에서 태어나면, 어미가 그 생활의 고통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새끼를 돌보지 않고 죽게 두는 경우도 있다. 그 정도로 자의식이 있고 똑똑한 동물이다.
요즘은 불법포획 감시가 강해지니 해외에서 돈을 들여 고래를 사 오기도 하지만, 돌고래쇼를 한다는 건 근본적으로 돌고래를 야생에서 잡아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포경된 고래들이 야생의 몸에서 수족관에 갇혀진 몸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굴욕적이다. 넓은 바다에서 다양한 먹이를 먹던 돌고래들은 좁은 공간에 갇혀 먹이를 먹지 않고 저항하다가 살기 위해서 냉동생선을 먹으며 적응하게 된다. 또, 사회적으로 어울려 살던 고래들은 포획과정에서 자기만 살아남을 경우 죽거나 쫓겨나거나 하는 등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런데도 포경업자들은 오히려 새끼가 잡히면 그 곁을 부모가 떠나지 않는 고래의 성격을 이용해 새끼고래를 계획적으로 먼저 잡기까지 한다. 웃는 듯한 얼굴로 동물 쇼의 상징이 된 돌고래의 감추어진 그 눈물을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 고래관광이라는 것도 있다고 들었다.
‘웨일워칭’을 위해서는 배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데 제주도는 고래가 회유하지 않고 거기 있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육상에서 육안으로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이런 축복받은 생태적 가치를 한국 사람들은 모른다. 이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인데, 오히려 이런 얘기를 가장 먼저 알아듣는 사람들은 업자들이다. 관광선으로 개조한 어선들로 고래관광을 시키는 업체가 점차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돌고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제트스키로 하는 관광도 생겨났다. 소리로 소통을 하고 청각이 예민한 돌고래들은 소음을 내며 무섭게 쫓아오는 제트스키에 혼비백산하고, 청각에 이상이 생겨 해안으로 좌초되는 사례도 있다.
■ 다른 나라에서도 고래를 보여주는 관광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키나와 혹등고래 관광 같은 경우, 100m 이내 접근을 안 하고, 고래가 오면 엔진을 끄고 멀리서 망원경으로 보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움직인다. 대만은 고래 관광을 세계적으로 하면서도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공장을 내륙으로 이동시키고, 낮에는 고래들이 바다를 누릴 수 있도록 어선 출입을 막기도 한다. 또 관광 전에 고래 보호단체 회원들의 교육이 이뤄지고, 바다로 나가서 설명을 하는 것도 환경단체 사람이다. 관광산업을 하더라도 이렇게 환경단체와 함께 하는 태도를 한국은 배워야 한다.
■ 제주에 살고 있다고 들었다. 고래를 통해서 본 해양생태의 현실은 어떠한가.
2011년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면서 돌고래들이 오지 않게 되었고, 지금은 강정에서도 돌고래를 보지 못한다. 이렇게 예전에 보이던 동물들이 차츰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제주 생태계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돌고래 뿐 아니라, 강정의 은어가 사라지고, 연산호 군락이 폐사했다. 산호가 없어지니 그 위 포식자 물고기가 사라지고, 물고기가 사라지니 돌고래도 없어진다.
제주도는 현재 65만 인구에 매년 1,3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오물을 처리할 수조차 없는 포화상태다. 2014년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하수처리량이 늘기 시작해 처리가 안 되는 오수가 바다에 버려지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제2공항, 관광단지, 카지노, 리조트, 해군기지 등이 더 들어선다. 제주도는 섬이기 때문에 육상에서 무슨 개발을 하면 그 오염물질이 바다로 가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육지에서 벌어지는 생태문제가 해양생태계 문제로 이어지고, 이는 곧 바다 생명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래들은 상징적으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리 안혜숙 편집위원|ahs1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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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골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활동가 /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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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