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 거리 / 함태숙
너는 단순하고 투명하고 머리도 없다 들키면 사라질까 봐 파묻은 날씨들 얼음알갱이처럼 구르는 돌들 빈 점막에 부뒷치는 물결들 암전히 기다리다 눈뜨지 못한 잠들이 눈꺼풀에 매달렸다 거꾸로 선다 전봇대처럼 띄엄띄엄 멸어지자 낮과 밤이 힘껏 껴안은 모습으로 이거리는 평등하다
훔 !훔 !훔 ! 잡아당겼다 뿌리치며 발명하는 날개들 유리로 만든 폐 안에 찰랑거리는 음성들 긴 목을 수그리며 얼마나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저녁의 식탁으로부터 각기 다른 문수의 새들은
159개의 마침표가 찍허 있는 공중의 폐이지를 열고 작고 협소한 얼굴로 기다린다 가장 짧은 문장들로 거리를 눕힌다 접혔다 퍼지는 손금처럼 흙에 섞이며 뿌리도 없이 아아악 ! 터지는 꽃처럼 빛 속에 파놓은 터널처럼
지구를 다른 관점으로 감싸 안기 위해 시시때때로 화산이 폭발하고 흰 재가 쌓이고 핏기 없는 팔뚝이 빈꽃들고 나오는 어떤 날 어면 시간이 생겨난다 예고된 분홍 거짓말처럼 피아를 식별하지 못하여 아름다움에만 몰두하는 발굴하는 길어진 길들처럼 단순하고 투명하고 머리도없다 이 골목은
슬픔보다는 한 명의 고독한 행인처럼 자기를 지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