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공간(Life Space)-“그 시간과 우연한 만남”
그녀의 작품화면에 나타나는 형상은 섬세하고 사실적인 리얼리티한 실상으로 다루어지기 보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단축되고 해체된 비정형적인 독특한 테크닉을 담백하고 능숙하게 구사했다.
글 : 강성원(작가)
[2012. 9. 26 - 10. 2 갤러리가이아]
작가 박신자의 작품을 외형적으로 관찰해 보면 장르의 구분을 명확하게 그어 놓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어느 특정 장르에 구속되기 보다는 붓 터치를 비롯한 화면구성, 색채와 면 분할, 이미지와 메시지의 전달 표현방법을 한층 자유롭게 선택하기 위한 의도적인 방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초현실주의와 팝아트, 신표현주의 심지어는 일러스트레이션아트의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폭넓은 기법을 장점으로 구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표현기법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주제는 물론이고 형식과 내용, 양면의 균형, 구성 등에서는 이미 작가자신의 독특하고 상이한 양식으로 통일되고 있으며 일관된 맥락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인하고 있는 표현방법은 배경으로 등장하는 안정적인 색채와 면 분할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이에 주목할 점은 마치 과거의 단절된 장막처럼 분할된 면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며 소통의 부재를 시사하는 또 다른 추상 언어가 결합된 시공간구조라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녀의 작업에서는 형상언어가 시각적인 이미지를 주도하고 있지만 작품내용을 이끌어 가는 것은 추상적인 면 분할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의 형상들은 단지 지나간 시간의 궤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상징적 단서에 불과할 수도 있다.
작가의 잠재의식이나 감수성, 또는 사고와 감정 등의 내면의 세계를 추상화된 언어를 통하여 형상적 언어를 뒷받침해주는 통로로서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감정의 분출이나 즉흥적인 충동으로 이루어진 우연이나 순간포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구체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의도에 의해 차분하게 이루어진 이지적이면서도 절제된 사유의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구축된 배경의 추상적인 공간은 거친 붓 터치가 휩쓸고 지나가는 동적 공간이라기보다는 고도의 은유와 내적 에너지가 숨 쉬는 정적인 분위기로 형성되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은유화 된 형상들은 그녀의 지난 삶 속 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과거의 지나간 시간을 상징하는 음울하고 고독한 표정의 말과 전쟁으로 부서진 인체의 석상, 그 안에서 팔랑이는 나비들은 고통의 겹을 벗고 시공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실의 내면세계를 넘나드는 전령사와 같은 자신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운명처럼 던져진 주사위와 창백한 얼굴의 냉소적인 삐에로, 때로는 속세를 떠나 마음을 비우고 무아지경의 상태로 승무를 추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피폐해진 문명 속에서 어쩔 수없이 뒤섞여 살아가는 삭막한 현대인, 사랑, 배려, 포용이라는 단어는 문자로만 남는 실존적 고뇌 속에 작가는 원인을 소통의 부재와 단절에서 답을 찾아 가고 있다.
대부분 그녀의 작품화면에 나타나는 형상은 섬세하고 사실적인 리얼리티한 실상으로 다루어지기 보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단축되고 해체된 비정형적인 독특한 테크닉을 담백하고 능숙하게 구사했다. 이는 추상 언어로 처리된 배경의 공간구조 스토리와 조화를 영유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내면에 깔려 있는 정신과 영혼의 떨림을 통한 지속적인 교감에 가치를 두고자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보여 주고자 하는 형상의 이미지표현은 구상과 추상의 이중구조 안에서 충분히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더 이상의 사실적 묘사는 자칫 지루함을 불러 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 박신자는 주마등처럼 지나간 낯선 시간과 공간속에서의 누구나 겪어야 할 방황과 갈등, 행복과 낭만의 흔적들, 이어지는 새로운 만남.... 아스라한 과거의 존재를 현실에서 들춰내어 자아를 추스르고 현재를 넘어 선을 향하는 긍정적인 삶의 모습으로 변화되고 유지되기를 우리 모두에게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그녀는 이미 독자적인 기법과 더불어 조형능력을 독창적으로 개발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 조형욕구와 열정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도 분발을 기대하며 끝없는 변화를 지켜 보고자 한다.
Encounter the Time2, 60×74㎝ Acrylic on Canvas2012
Encounter the Time3, 91×115㎝ Acrylic on Canvas2012
Encounter the Time, 60×74㎝, Acrylic on Canvas2012
Encounter the Time4, 91×115㎝, Acrylic on Canvas, 2012
Encounter the Time5, 91×115㎝, Acrylic on Canvas, 2012
Encounter the Time745×38㎝, Acrylic on Canvas,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