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 지나간 일이라고 믿었다
그 폭로 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아라와 채린은 성격도 성향도 정반대였지만 늘 붙어 다니는 둘도 없는 사이였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같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에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고 지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중학교 시절 절도 사건에 휘말리며 끝나 버리고 만다. 각자의 죗값을 치르고 아라는 전학을, 채린은 자퇴를 하며 연락이 끊겼다. 아라는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들을 새로 사귀며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채린은 대형 기획사에 캐스팅되어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 절도 사건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잊히는 듯했다. 그렇게 믿었다. 두 사람 모두를 무너뜨릴 폭로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폭로자는 누구일까? 몇 년 전 사건을 들춰낸 이유는, 그리고 지난날의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목차
프롤로그
은경의 아라
지구 여행
도둑년
편집된 기억
폭로
몰락
손을 놓친 이유
상처
망각
진실 게임
재회
우리가 만날 메모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글: 민경혜
세상에 푸르름이 시작되는 이른 봄날,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청소년 소설 『커넥트』, 『1930’s 경성 무지개』, 『꽃과 나비』, 어린이 성장 동화 『눈물 쏙 매운 떡볶이』, 『새싹이 돋는 시간』 등이 있다.
“마음을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내 마음을 담은 문장이 당신의 마음에 닿아, 기억 속에 잠시 머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리뷰
처음 맛보는 ‘기억’이라는 소재에
판타지를 솔솔 뿌리면
《우리가 만날 메모리》는 팡팡 터지는 사건 속 생겨나는 인물들의 갈등이 작품을 이끄는 대개의 청소년 소설과는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미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따라가며, 그 안에서 등장인물 자신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진심’까지 추적한다. 일어난 사건은 하나인데 시간이 지난 뒤 모두가 각자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면 무엇이 진짜일까? 인물들이 저마다 과거를 다시 마주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인간의 기억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어찌 보면 철학적이고 달리 보면 과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간은 모든 것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음은 물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을 편집하고 지워 버린다. 그러므로 아라와 채린이 자기 기억을 제대로 추적할 수는 없다. 그 대신 작가는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외계인’들을 등장시켰다. 이 또한 《우리가 만날 메모리》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지구인 모습을 한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각계각층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씨 따뜻한 외계인들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구인을 돕는 데서는 역설적으로 우리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인류애를 일깨워 준다. 또 외계인 심리상담가 서우진이 아라와 채린의 기억을 따라가 두 사람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 주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과 함께 심리 스릴러를 읽을 때와 같은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단지 독자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나를 성장시키는 소설
소설에서는 채린의 과거 폭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계속해서 비춰진다. 사람들은 근거 없는 말을 그대로 퍼 나르기도 하고 악의적인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의혹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음에도 감동적인 장면을 보고는 무조건 편을 들어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이 단지 소설 속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독자가 알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유명인에게는 더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너무나도 쉽게 상대를 비난하곤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없이 던져진 돌과 화살이 결국에는 끔찍한 결말을 불러온다는 사실도 숱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폭로 후 일련의 과정을 아라의 입장에서, 그리고 채린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이 이야기를 읽는 ‘나’는 과연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적이 없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내가 잊고 산다고 해도, 잊고 싶다고 해도 그 일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무거운 사실 또한 가슴 한쪽에 남는다.
대다수 소설이 그렇지만 《우리가 만날 메모리》는 우리의 실제 삶과 특히 밀접하게 닿아 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기억이란 어떤 것인가, 나아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나는 그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청소년 독자의 이런 고민이 깊어지는 만큼 인격은 자라나고 사회는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