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권의 시선집 너무도 다양하게 쓰지. 시들의 가치가 있든 없든 간에 아무도 시인 한 명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누구나 한 명의 사람이 될 순 있다. 원래 그러니까 하지만 시인은 한 명 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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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는 많은 경우 길거리의 인간보다 더욱 실제적이다. 책 속에 숨어 있는 삽화들은 많은 경우 평범한 남자와 여자들보다 더욱 가시적으로 살아간다 문학의 문장들은 많은 경우 인간과 같은 개성을 자체에 갖추고 있다. 나는 내 글을 읽으면서도 종종 놀라움에 얼어붙곤 한다. 문장들은 그 정도로 선명하게 살아 있는 존재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밤이면 내 방의 벽에 뚜렷한 그림자를 형성한다. ------내가 쓴 글들을 소리 내어 읽으면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울림을 도저히 간과할 수 없으며, 그것이 절대적 외양과 완전한 영혼을 갖춘 그 무엇으로부터 전적으로 유래했음을 알게 된다."
-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서>, 배수아 옮김, 봄날의책, 2014, 285쪽
'뭔가를 실제로 느끼려면, 눈이나 귀 혹은 그 밖의 다른 감각으로 선명하게 보고 감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심지어는 서로 부합하지 않는 두가지 사실을 동시에 인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순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불가해한 것을 꿈꾸고 그것을 명확히 언어화 하는 것은, 그 분야에 능통한 나조차 흔하게 겪지 못하는 위대한 승리 중의 하나다. 그렇다 예를 들어서 나는 동시에, 각각 강변에서 산책하고 있는 별개이며 뒤섞이지 않는 방식으로, 어느 남자이자 동시에 그와 동행하는 여자가 되는 것을 꿈꾼다. 동시에, 똑같은 선명함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따로따로 개별적으로 있는 나를 보기 원한다. 두 존재에 똑같이 감정이입 할수 있기를 원한다. 남쪽 바다를 항해하는 의식을 지닌 배이자 동시에 어느 책의 한 페이지가 되기를 원한다." ⁃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서>, 배수아 옮김, 봄날의책, 2014, 286쪽
"얼마나 부조리할 것인가!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부조리하다. 그 꿈은 차라리 가장 덜 부조리한 종류에 속하리라. 비록 꿈속에서나마 저승의 신 하데스처럼 페르세포네를 납치했던 남자에게, 여자의 사랑이란 꿈 자체와 얼마나 다를 것인가? 셀리와 마찬가지로 나도 안티고네를 이미 한참 전부터 사랑해왔다. 현재의 모든 사랑은 나에게는 오직 상실의 기억을 자극할 뿐이었다. ⁃ 페르난도 페소아, r불안의 서, 배수아 옮김, 봄날의책, 2014, 286-2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