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명숙 국무총리 취임
4월 20일 한명숙 국무총리가 취임했다. 한명숙 총리는 헌저사상 첫 여성총리로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하고,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취임식을 할 때까지 언론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이는 좀 더 도덕적이고 청렴한 정치인을 바라는 대중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일테다. 기존 정치에 편입되지 않았던 참신함과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도덕성으 갖춘 인물로서 ‘여성’은 정치개혁이 요구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명숙 국무총리 취임 보도, 도덕성과 청렴성 만 초점
이렇게 대부분의 언론들은 한명숙 국무총리의 취임과정에서 도덕성과 청렴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개혁언론들도 다르지 않았는데, 도덕성과 청렴성에 집중한 것에 비해 국무총리가 가져야 할 국정운영능력과 현재 쟁점에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서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마이뉴스는 18일 이민정 기자가 ‘한명숙은 그들과 이렇게 달랐다’라는 기사를 통해 인사청문회를 정리하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서 “항상 ‘억’ 소리가 났던 청문회. 하지만 한 지명자의 청문회에 는 억대는커녕 만 원짜리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며 한명숙 국무총리의 청렴성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이에 비해 국정운영능력에 대해서는 “한 지명자의 업무 능력을 떠보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퀴즈형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며 가볍게 집고 넘어가고 있었다.
한겨레도 오마이뉴스와 다르지 않았다. 20일, 최익림, 이지은 기자가 ‘막힌 정국 풀 ’화합·타협형 리더십‘ 기대’라는 기사를 통해 앞으로 총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다. 이 기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과연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한겨레는 “정부·여당, 사회 각계 목소리 조율 적임자 평가”라는 부제까지 뽑아가며 한명숙 국무총리 띄우기에 나섰지만 부드러움이라는 이미지 외에 각계의 목소리를 조율하기 위한 입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는 지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관한 보도와 다르지 않다. 구체적 쟁점에 대한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 한다기 보다는 이미지만을 보여주고 있는 한겨레의 보도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한명숙 국무총리를 지명하면서 누리고자 했던 의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정치인 보도 도덕성만 강조, 오히려 여성의 역할 고정 효과
물론 정치인의 도덕성은 두말할 것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보도에서도 봤듯이 여성 정치인에 대해 다루는 언론의 문제점은 대중이 요구하는 청렴성과 도덕성에 기반한 ‘여성성’에 기댄 이미지만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이고 청렴한 이미지와 풍부한 감성은 썩어빠진 정치권의 새로운 바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언론들은 여성정치인에게 이것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여성의 역할을 고정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책임총리제’등을 도입하며 국무총리의 역할을 강화시켜 왔다. 이는 국무총리의 역할을 강화시키며 행정부의 독립성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국무총리의 자리는 그저 이름만 걸고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검증되어야 할 것이 국정운영능력과 현 쟁점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개혁언론, ‘민생총리’ 진정한 역할 지적할 수 있어야
한명숙 총리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한미FTA에 대해서 추진의사를 명확히 했으며, 비정규 법안에 대해서도 처리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등 현 정권이 하고 있는 반민중적 정책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언론들은 이런 것을 지적하기 보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만 바빴다.
이미지만을 부각시키며 개혁언론까지 한명숙 국무총리 띄우기에 급급해하는 언론들의 보도태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와 정부의 비정규법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 조차 쉽사리 반대 입장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단적으로 그 영향을 볼 수 있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취임식을 한 같은 시각, 국회에서는 한명숙 국무총리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농성을 하던 KTX승무원들이 경찰들에 의해 전원 연행되는 사건이 있었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취임 첫날 ‘민생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실까지 찾아온 ‘민생’의 핵심을 한명숙 총리는 외면하고 있었다.
한명숙 국무총리, 이미지가 아니라 진정한 ‘민생총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적이 절실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