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변경선 / 김은후
'김주안'은 미국으로 이민 가서
'조앤 킴'으로 이름을 바꾸더니
미국 남자와 결혼하여 '조앤 밀러'가 되었어요
허리케인 '도라'는 날짜 변경선을 넘어와
태풍 '도라'가 되었지요
날짜 변경선은 이름을 바꾸는 작명소죠
날짜 변경선을 지나면 사과는 애플이 됩니다
초록이 빨강이 되는 시간도 있을 텐데요
누구 째깍거리는 소리를 들은 사람 있어요?
시간을 그리려면 사과 모양으로 그리면 될 것 같아요
그동안 시간은 주욱 직선을 그려 왔어요
왕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사과처럼 초록이 빨강으로 가지 못한 시간도 있어요
끝을 살짝 구부리면 사과 모양의
와삭거리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요
초모랑마봉 산정에 걸려 있던 시계가
하이난 바다로 떨어져도 시간이 변하지 않는 것은
날짜 변경선이 없기 때문이에요
동쪽과 서쪽이 구별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침과 저녁이 모호하지 않을까요
날짜 변경선 근처에선
기도의 내용도 다를 거예요
사과처럼 신맛이다가 또 단맛일 때도 있을걸요
유난히 손아귀 힘이 세던 삼촌은
사과를 반쪽 내듯 시간을 반쪽 내기도 했어요
삼촌 기도는 신맛이었을까요
단맛이었을까요
ㅡ《문장웹진_콤마》 2024년 9월호
----------------------------------
* 김은후 시인
경남 통영 출생, 한신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1년 《시인동네》 등단.
시집 『분간 없는 것들』 『2퍼센트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