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도 세 번째 꿈은 얻어맞는 꿈이다. /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이옥주
전라도 장성에 사는 한 농부가 돼지가 꿀꿀거리는 꿈을 꾸었것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돼지꿈을 좋은 꿈이라 여겼기 때문에 농부는 너무 기뻐서 곧 해몽을 잘하는 같은 마을 점쟁이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였지. 점쟁이는 농부를 빤히 바라보더니만 하는 말이 “오늘은 배부르게 잘 얻어 먹겠다” 라고 말했지.
과연 그날 한 친구가 생일이라고 사람을 보내 초청해서 좋은 음식과 술을 배불리 얻어 먹었다네.
농부는 며칠 후 또 돼지가 꿀꿀거리는 꿈을 꾸었것다. 그래서 해몽하는 점쟁이에게 또 그 말을 하니 “오늘은 따뜻한 일을 보겠다.” 라고 했지.
그날 과연 시집간 딸이 새 솜을 둔 두툼한 핫바지와 저고리를 지어가지고 와서 그것을 입고 따뜻하게 보내지 않았겠나.
며칠 후 또 세 번째로 돼지꿈을 꾸었것다. 또 그 점쟁이를 찾아가 물으니 “에이, 그 꿈은 좋지 않네” 그러지 않겠는가? 농부는 의심이 가서 왜 그러냐고 물었겄다. 그러자 점쟁이는 그 대답은 하지 않고 “남에게 얻어맞거나 창피를 당할 것이니 집에서 나가지 말고 꼭 붙어있게나”하고 말했지.
그 말을 듣고 농부는 언짢아 집에 돌아와 저녁때까지 꼼짝 않고 있다가 가만히 생각하니 예로부터 돼지꿈은 좋다고 했고, 또 먼저 두 번이나 재미를 보았는데 어찌 똑 같은 돼지꿈인데도 이번만은 불길하다고 할까? 그 말은 믿을 것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지. 아마 내가 두 번이나 해몽을 받고 좋은 일이 있었으니 마땅히 술 한 병이라도 사다 같이 마시며 해몽턱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 그가 속이 뒤틀려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고, 또 아무리 좋은 꿈을 꾸었다 한들 밖에서 이루어질 일을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될 일도 안 될 것이 아닌가 하고 싶어 밖으로 나갔겄다.
농부가 밖으로 나가서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동구 밖 저쪽에서 큰소리로 싸움하는 소리가 들려서, 농부는 왠일인가 싶어 허겁지겁 그쪽으로 뛰어가 보니 같은 마을 친구와 이웃마을 친구가 치고받고 격투를 벌리고 있지 않은가? 농부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싸움판으로 끼어들어가 “서로 아는 사이에 말로 할 것이지 이게 무슨 짓인가” 하며 싸움을 말렸지. 옥신각신 싸움판에서 뜯어 말리는 동안 주먹에 얼굴을 얻어맞기도 하고 발로 차이기도 하고 옷도 다 찢겨 나갔지. 그러다가 문득 세 번 째 돼지꿈 해몽이 생각이 나서 농부는 싸움판에서 빠져나왔겄다.
농부는 “점쟁이의 해몽이 옳았는데 내가 오해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술 한 병을 사들고 해몽한 점쟁이 집으로 갔겄다. 그리고 자신이 저녁때까지 집에 있다가 오늘 해도 거의 넘어갔기에 갑갑해서 동구 밖에 나갔다가 그런 꼴을 당했다며 방금 겪은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시며 물었지. “똑같은 돼지꿈인데 어찌 먼저 두 번의 꿈은 좋고, 이 번 꿈은 얻어맞을 꿈인가?”
그러자 점쟁이가 웃으며 하는 말이 “농부님 이치가 그렇지 않은가요. 돼지가 처음 꿀꿀거리면 주인이 ‘저것이 배가 고파 저러하겠지’ 여기고 먹이를 줄 것이니 배부르게 먹게 되고, 먹고 또 꿀꿀거리면 ‘추워서 그러겠지’ 하고 돼지우리에 북더기를 넣어줄 것이니 따뜻하게 지낼 것이고, 그래도 꿀꿀거리면 ‘이놈의 돼지가 먹이를 주어도 꿀꿀거리고, 북더기를 넣어주어도 꿀꿀거리니 몹쓸 버릇이 생겼구나” 하고 부지깽이로 때릴 것이 아닌가 말이여.
이 말을 듣고 농부는 해몽의 이치가 꼭 사람 사는 이치와 같다는 것을 알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