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글보고 내가 한번 해먹어볼려고 하는데 만약 맛없으면 각오들 해라
17기 이름으로 응징 할끼다
또 여자소방수가 역활을 못했을시 나에게 참고자료(사진)가 있으니
부탁하면 후배를 사랑하는 맘에 보내줄께.
사랑한다 수고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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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석산
빨간색 돌이 유난히 많아 이름붙여진 산으로
마산에서 고성쪽으로 가다보면 있는 제법 근사한 산세를 가진 산입니다.
때는 여름이 오기직전인 늦봄....
지금 중국서 열심히 우리 조상할머니의 원수를 갚고 있는 20기 이영진
이를 위시한 김금수. 김성태등 20기 몇명과 21기 조석제 신영규 차창지
김동수 등등 이렇게 작당을 하여 산행을 가게 되었더랬읍니다.
한참 원기왕성하고 식성에다가 먹성까지 그기다가 거의 도야지 수준인
영진이까지 있었으니 바리바리싼 음식이 장난이 아니었읍니다.
갹출한 돈으로 이것 거것 준비하던중.....적석산 정상에는 조그만 샘터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낸 우리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있는 음식인 백숙을 생각해내고 미끈하게 나신을 드러낸 토종닭을
한마리 사서 가져 갔읍니다.
마산시외버스 주차장서 빨간 버스타고 진동 적석산 밑 계곡에 도착한
우리일행은 참으로 의기양양했읍니다.
고교 3학년이고 2학년인 우리앞에 해발 1000도 안되는 산은 그저 앞.뒤
동산에 불과 했읍니다.
게다가 뻔질나게 성덕암을 토욜에는 몇번씩 오르락내리락한 다리힘이 오죽하겠읍니까?
무성한 칡넝쿨을 이리 저리 헤치고 요리조리 피하면서 단번에 적석산을 올랐읍니다.
잼나게 놀았읍니다.
지금 남아있는 사진으로 보면 조그만 녹음기 하나 틀어놓고 아바노래 들어면서 고고춤추고 있는게 있던데 그 당시는 그게 놀이의 전부였읍니다.
카셋트틀어놓고 고고추는 것 말입니다.
신나게 놀다 슬슬 배가 고파진 우리는 바야흐로 그날의메인 메뉴인 백숙을 준비할려고 샘터를 찾았읍니다.
한데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샘터는 물이 없고......그저 흔적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이었읍니다.
이날을 대비하여 일년이상 정성껏 기른 털을 뽑고 더운물에 몸불리어 말쑥하게 단장한 백숙용 닭의 의로운 죽음이 아무런 가치가 없게된 상황이 된겁니다.
그때우리 망연자실 했읍니다.
여지껏 조용하던 뱃속에서 갑자기 요동이 시작되고.......
하지만 우리가 누굽니까
대 마산불교학생회원아닙니까
2학년 집합
각자 내려가서 물 한동이씩 받아온다 실시......
저그가 우짜겠읍니까
선배가 내려가라고 하면 가야지요.
엉거주춤 일어서서 내려가더군요.
한데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더군요.
그래서 하늘같은 선배인 우리 불률부는 후배들을 사랑하는 어여쁜 마음으로 하늘을 울리는 지혜를 짜내고야 말았읍니다.
실로 샘터를 말려버린 하늘이 실색을 하고 말 경천동지 천지번복할 지혜가 아닐 수없었읍니다.
백숙이 안되면 흑숙(?)으로 하자
흑숙(?)-----여러분 들어나 봤읍니까 보기나 했읍니까
우린 백숙용 코펠에다 콜라를 부었읍니다.
그리고 불을 당겼읍니다.
맛났읍니다. 닭은 백숙이 아니라 흑숙이 되어 까맣게 익었고
약간의 탄산을 함유한 콜라로 인하여 닭살은 또 얼마나 맛이있던지...
우리 그렇게 하늘을 울리는 음식을 창조하여 맛나게 먹고 마시고(콜라익은것)놀았읍니다.
해가 뉘웃뉘웃 서편으로 질무렵......
우린 아쉬운 시간을 접고 하산을 하여야 했읍니다.
이것저것 우리가 어질러 놓은 것들을 챙기고 백숙하느라고 피워놓았던 불씨등을 단단히 챙기지 않으면 안되므로 .......
우린 평소 가지고 다니는 원초적인 불자동차로(?) 마지막 불씨를 진압할려고 하였읍니다.
그 이상 확실한 방법이 없겠지요 .
그래서 남자들만 남고 여자들은 먼저내려가라고 했읍니다.
대여섯의 원초적인 불자동차인 오줌세례면 왠만한 산불하나정도는
거뜬히 진화가 가능할 그런 나이인 우리들이라.....
빨리 진화하고 내려갈려고 하ㅡ는데 평소 애교 만점으로 누구보다도
앞에서 우리들을 도와주던 20기 유정숙여법우가 자기도 불자동차 한다고
죽어도 같이 하자고 하는겁니다.
너그들만 고생하면 되냐고 말입니다.
난감했읍니다.
남녀평등사회에서 하기사 여자가 못할 것도 없지요.
물론 남자들 보다 좀 과도한 위험이 있지만 그래도
꼭 해보겠다고 우기는데 .....너무 말리면 평소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부처님 법에도 어긋하고 하여 우리 모두다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였읍니다.
""그래 그럼 해라 ....
니먼저 해라."
"우째하는데"
"간단하다 그냥 평소하던데로 하는데 조준만 잘하면된다"
"먼소리고"
"문디 가수나야 불씨 울로 오줌싸면 안되나"
"-----------"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홋"
웃음소리 끝은 부끄러워 내빼는 산허리 저 밑에서 들렸읍니다.
남은 우리는 특급소방관이 되어 무사히 불씨를 완전 진압하였읍니다.
19살적일입니다.
그시절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