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순간
_ 살롱 바다비의 감사합니Day
1. bloom |
6시 00분 ~ 6시 30분 |
2. 노 콘트롤 |
6시 40분 ~ 7시 10분 |
3. 퀘보스타 |
7시 20분 ~ 7시 50분 |
4. 야마가따 트위스터 |
8시 00분 ~ 8시 30분 |
5. 아이러닉 휴 |
8시 40분 ~ 9시 10분 |
6. 더스티 블루 |
9시 20분 ~ 9시 50분 |
7. 비둘기 우유 |
10시 00분 ~ 10시 30분 |
8.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 |
10시 40분 ~ 11시 10분 |
9. 적적해서 그런지 |
11시 20분 ~ 11시 50분 |
10. 하이 미스터 메모리 |
12시 00분 ~ 12시 30분 |
11. 더 문 |
12시 40분 ~ 1시 10분 |
12. 머머스룸 |
1시 20분 ~ 1시 50분 |
어쿠스틱 기타와 9개의 이펙터로 우주를 표현하는 Bloom과
그루브의 절정! Que Bosta!
* 일본에서 건너온 3인조 사이키델릭 밴드 bloom
살롱 바다비에 들어갔을 땐 한국말이 서툰 일본 출신의 밴드, Bloom이 공연 중이었다. Bloom은 어쿠스틱 기타 한 명, 드럼 한 명, 베이스 한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이다. 공연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관객이 몇 명 없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9개의 이펙터만을 이용하여 일렉 기타 못지않은 이들만의 풍부한 사이키델릭 음악을 연주하였다. 기타리스트가 우주와도 같은 풍부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을 때 베이시스트는 앉아서 아주 여유롭게 한 음 한 음 뜯고, 드러머는 긴 스틱으로 굵고 직선적인 연주를 하였다. 어쿠스틱 기타로 단순한 몇 개 코드를 이펙터로 증폭시켜 느리고 몽환적인 음악을 했는데, 너무 이펙터에 의존하다보니 이펙터를 켜고 끌 때마다 음이 탁탁 끊기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들의 마이스페이스(http://www.myspace.com/bloomintokyo2)에 가면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사정상 두 번째 밴드였던 노 콘트롤을 보지 못 하고 세 번째로 나온 퀘 보스타의 공연부터 다시 들어갔다. 2008년엔 멤버들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공연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퀘 보스타. 이 날 역시 아쉽게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봉고와 DJ 멤버가 나오지 못해 4명만이 무대에 올랐다. 포르투갈어로 기분이 정말 좋을 때의 감탄사인 ‘씨X’이라는 뜻을 가진 퀘 보스타는 애시드 재즈, 훵크, 라틴, 보사 등의 요소들이 적절히 잘 버무려진 끈적끈적하고 그루브 음악을 들려주었다. 퀘 보스타의 공연을 보고있자니 저절로 몸을 느끼하게 흔들게 되는 관객들을 발견! 애시드 재즈에 참 잘 어울리는 독특한 음색의 보컬이 랩에 가까운 빠른 노래를 했는데 3시간밖에 못 잤다는 부연설명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보컬이었다. 약간 허스키하면서도 쭉쭉 뻗어나가는 보컬과 그루브한 베이스는 두 멤버의 공백을 충분히 메꿀 수 있었다. 이들의 첫 EP앨범이 11월에 발매되어 온라인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며, 싸이월드 클럽(http://club.cyworld.com/bosta)에 가면 배경음악으로 들어볼 수 있다. 이제 곧 새로운 온라인 싱글을 발매하여 두 곡 더 온라인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무대를 장악하는 건 한명이면 충분하다! 야마가따 트위스터
* 자아도취 무아지경! 야마가따 트위스터
퀘 보스타의 공연이 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살롱 바다비에 큰 외투를 입은 한 남자가 들어와 공연장 맨 뒤에 앉았다. 안경을 쓴 평범한 생김새의 남자는 퀘 보스타가 공연을 마치자 무대 위로 올라가 외투를 벗고 깔끔한 차림으로 쭈그려 앉아 헤어 왁스를 바르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왁스를 다 바르고 선글라스를 끼고 난 그는 애플노트북을 설치하여 자신의 음악을 틀고 노이즈에 가까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아마츄어 증폭기 출신의 야마가따 트위스터! 제자리에 선 채 몸과 팔만 흔들며 춤을 추는 야마가따 트위스터는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신스팝적인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가 깔끔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넘치는 에너지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퍼포먼스를 능가하는 야마가따 트위스터의 무대는 순식간에 관객을 압도해버렸다. 관객사이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의자 위에 올라가 춤을 추기도 하고, 전방의 수류탄을 부를 땐 마이크를 내려놓고 공연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수류탄을 던지는 시늉을 하였다. 마치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혼자서 음악을 즐기며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고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관객들을 당황하게 하고, 충격에 빠뜨리고, 나중엔 같이 춤까지 추게 만들어버린 그는 준비한 노래가 다 끝나고 등장했을 때처럼 차분하게 외투를 입고 노트북과 가방을 챙긴 후 유유히 살롱 바다비를 나갔다.
눈을 감자! 아이러닉 휴 & 남녀노소 모두 춤추게 하는 더스티 블루
* 잔잔한 아이러닉 휴
5번째로 등장한 아이러닉 휴(전 포장마차)는 두 명의 기타 겸 보컬멤버가 엄청난 수의 이펙터를 들고 나왔다. 2006년에 통영 국제 음악제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2007년 9월에 첫 앨범을 발매하고 캐나다 최대 인디 음악 축제인 NBNE에도 참가한 바 있는 아이러닉 휴는 소개도, 멘트도 없이 공연을 시작하였다. 보컬 김지훈은 톰 요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고음을 가졌지만 Hum같은 가사가 많지 않은 곡 들을 많이 하며 관객들을 내면의 세계로 보내버렸다.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땐 눈을 감아야 한다. 눈을 감고 어둠 속에서 이들이 음악을 들으며 온 몸으로 퍼지는 소름을 느껴야 한다. 눈을 감고 계속 내면의 연주를 하던 메인보컬 김지훈의 기타줄이 끊어져 공연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금방 줄을 갈고 무대에 올라와 다시 공연이 진행되었다. 차분하게 연주를 하던 아이러닉 휴는 멘트를 할 때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관객을 잠잠케 했다. 이 날 나온 밴드 중 처음으로 앵콜 요청을 받은 아이러닉 휴는 당분간 공연이 없다고 한다. 연습실을 새로 만들어서 연습도 많이 하고 연습실에서 공연도 곧 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이스페이스(http://www.myspace.com/ironichue)에 가면 노래를 들어볼 수 있다.
차분한 아이러닉 휴 다음으로 등장한 더스티 블루는 유머있는 멘트와 밝고 빠른 노래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그들의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2005년 1집을 발매하고 2008년 11월에 디지털 앨범을 발매한 더스티 블루는 2003년에 결성되어 2004년부터 활동한 밴드이다. 남성적인 모던락을 하는 더스티 블루는 Alice In Chains와 비교되곤 하지만 Alice In Chains보다 희망적이고 밝은 음악을 하는 밴드이다. 신나는 음악과 동안인 보컬로 인한 오빠부대가 매너 없이 소리를 질러 거슬리긴 했지만, 소년, 소녀, 아줌마, 아저씨 모두 춤추게 만들 그들의 시원시원한 음악으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커버 곡 하나를 포함하여 4곡만을 하고 내려가려고 하니 앵콜요청이 들어왔지만 이 날 긱 라이브하우스에서 공연이 있어 서둘러 무대를 떠났다. 이들의 싸이월드 클럽(http://club.cyworld.com/dustyblue)에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풍성한 사이키델리아의 향연, 비둘기 우유
* 공연 내내, 좀처럼 고개를 들지 않았던 비둘기우유
더스티 블루로 인해 업 된 분위기 후에 비둘기 우유가 올라왔다. 2008년에 1집 앨범도 발매하고 꾸준한 클럽공연과 펜타포트에서도 공연 한 바 있는 비둘기우유는 2008년의 마지막 날도 공연으로 마무리 하였다. 노래에 가사가 많지 않고 그 가사들도 대부분 반복이 되거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마치 인스트루멘탈 포스트락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슈게이징(shoe gazing)의 어원처럼 멤버들은 정면을 보지 않고 계속 아래를 보며 연주하였고, 베이시스트는 공연 내내 반쯤 뒤돌아서 연주를 하였다. 깔끔한 기타 사운드와 공존하는 노이즈로 우주에서 유영하는 듯 한 음악에 매너없이 떠들던 관객들도 비둘기 우유속으로 푹 빠트려 잠잠케 만들었다. 긴 시간의 튜닝 후에 연주곡을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빗발치는 앵콜요청 때문에 귀가 따가웠지만 앵콜 곡은 없었다. 이들의 싸이월드 클럽(http://club.cyworld.com/vidulgiooyoo)에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전자기타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는 그 전의 밴드들과는 다르게 가야금 중심의 정민아가 올라왔다. 25현으로 개량한 가야금을 연주하는 가야그미스트 정민아를 중심으로 해금과 코러스에 공경진, 드럼에 양현모로 이루어진 밴드이다. 새야새야를 시작으로 전자기타 사운드로 얼룩진 귀를 개량된 국악으로 말끔히 씻어주었다. 아름다운 음악과 국악의 창법을 차용한 정민아의 노래로 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나서 멘트를 할 때는 카리스마 있고 유머 있는 멘트로 공연의 재미를 한층 더하였다. 몇 곡 하지 않았지만 드러머는 노래에 맞게 솜이 달린 말렛 스틱, 브러쉬, 일반 스틱 등으로 드럼 스틱을 바꿔가며 연주를 하기도 하고 작은 퍼커션을 연주하기도 했다. 2008년 마지막 날 깊어가는 밤에 한국의 악기인 가야금, 해금과 서양의 드럼, 퍼커션의 조화는 아름다웠다. 새해에는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며 풍년가를 부르고, 앵콜 곡으로는 이전의 노래와 다르게 빠른 곡을 연주하며 가사를 재밌게 바꾸어 연말 분위기를 한껏 냈다. 검색사이트에서 정민아의 이름만 쳐도 많이 들어볼 수 있고, 스스로 만든 팬 카페(http://cafe.daum.net/gayagumer)에 가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강렬한 록 음악을 하는 적적해서 그런지
정민아의 아름다운 가야금 공연이 끝난 후 비둘기우유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함지혜가 기타리스트로 속해있는 적적해서 그런지 차례였다. 거의 노래 한 곡 분량의 사운드 체킹을 한 후 “방금 들으신 곡은 사운드 체킹입니다.“라는 재밌는 멘트와 함께 이 날도 역시나 “적저어어어어억 해서 그런지이이이이입니다.”로 소개한 후 공연을 시작하였다. 반항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적적해서 그런지는 힘 있는 드러밍과 두 대의 기타로 힘차게 시작하여 꾸밈 없고 본질적인 날것의 락을 들려주었다. ‘적적하다’라는 단어의 뜻은 조용하고 쓸쓸하다, 하는 일 없이 심심하다. 인데 적적할 때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머리를 흔들다 보면 적적함이 절로 사라질 듯 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곡들로 한참을 달리다가 마지막 곡에선 아코디온을 들고 나와 기타리스트 함지혜와 같이 적적하게 부른 뒤 무대를 내려갔다. 싸이월드 클럽(http://club.cyworld.com/juckjuck)이 있긴 하지만 음악은 들어볼 수 없다.
새 해를 함께 시작한 하이 미스터 메모리
살롱 바다비 주인장의 카운트다운 후에 새해 첫 살롱 바다비 공연의 주인공은 하이 미스터 메모리였다. 어쿠스틱 기타 겸 보컬, 일렉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밴드인 하이 미스터 메모리는 한국 네오 포크의 계보를 이을 밴드라 할 수 있다. 2007년에 1집 ‘안녕 기억씨’를 발매한 하이 미스터 메모리는 싱어송라이터인 박기혁을 다른 사람들이 부를 때 "안녕! 기억씨!" 라고 불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날은 1집 앨범에 수록되어있지 않은 Vincent와 꽃순이 이야기, 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1집 수록곡 Fat boy, 숙취를 불렀다. 각 노래마다 노래의 제목과 내용을 설명해주어 관객들이 영어로 된 노래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꽃순이 이야기를 할 때는 관객들에게 가사의 따라 부를 부분을 알려주어 관객과 뮤지션이 함께 하는 공연을 선보였다. 섬세하지만 샤우팅을 하기도 하는 보컬 박기혁은 슬픈 가사에 정말 감정을 이입하여 노래를 하는 듯 했다. 마지막 곡 꽃순이 이야기를 할 때는 멤버들이 돌아가며 솔로를 하며 자기 소개를 하고 빠르게 곡 진행이 바뀐 뒤 노래를 마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싸이월드 클럽(http://club.cyworld.com/mrmemory)에 가면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2008.12.31
취재,글 / 정호재
사진 / 정호재
에디터/ 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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