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당신 ...마 종 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 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 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그림 그리기 4...마종기
한 그루 나무를 그린다,외롭겠지만
마침내 혼자 살기로 결심한 나무.
지난 여름은 시끄러웠다.이제는
몇 개의 빈 새집을 장식처럼 매달고
이해 없는 빗소리에 귀기울이는 나무.
어둠 속에서는 아직도 뜬소문처럼
사방의 새들이 날아가고,유혹이여.
눈물 그치지 않는 한 세상의 유혹이여.
요즈음에는 내 나이 또래의 나무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
큰 가지가 잘려도
오랫동안 느끼지 못하고
잠시 눈을 주는 산간의 바람도
지나간 후에야 가슴이 서늘해온다.
인연의 나뭇잎 모두 날리고 난 후
반 백색 그 높은 가지 끝으로
소리치며 소리치며 가리키는 것은 무엇인가.
물빛 ...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로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왕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혀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첫댓글 철인에...시인에...사진작가까지...욕심이 너무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