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원작의 영화, 백야행이 나왔습니다.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럽게도 미리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영화관에 기쁘게 갔습니다.(미리 원작을 읽은 영화는 돈 주고 보러가지 않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보게되거나 일행과 영화를 고르다가 보게 되는 게 아니라면)
원래 이야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은 평을 들었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갔습니다. 어쩌면 2권의 이야기를 영화 하나로 압축하려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정말 '그래야했을까?'라는 의문이 몇 곳에서 떠오릅니다.(자세히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스포일링이 될 수 있으므로.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스포일링이 될 수 있는 말이 있을 수도 있으나 주의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내내 유미호(손예진)는 백으로, 김요한(고수)는 흑의 이미지로 대표됩니다. 영화내내 변하지 않고요. 오히려 그래서인지, 과연 그렇게 극단적인 대비적 인생을 보여줘야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반복되는 살인 및 범죄의 경우 그 필요성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를 모르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위기가 생기면 그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차선, 혹은 그냥 위기를 무마시키는 정도의 방법을 택하고 안심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 이야기에서 굳이 그래야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온전한 것이었는지 조차 의심이 됩니다.
그들이 꿈꿨던 미래는 무엇인지, 과거에 의해서 그렇게 붙잡혀있어야만 했는지는 안타까움을 만들지만, 공감을 일으키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에 끌려가기는 하지만, 과연 그 이야기가 이전의 전개로 인해서 꼭 발생해야했던, 혹은 꼭 발생시켜야했던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의 특징으로 인해서 그런 사건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그렇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유미호, 김요한)을 쫒을 수 밖에 없는 한동수(한석규)가 오히려 공감되었습니다. 물론 주인공 급이긴 해도, 스토리의 줄기는 두 사람의 몫인데, 공감보다는 이야기의 형성을 맡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한동수의 역도 굉장히 감동을 주거나 하는 역할이 되지도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제가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보는 동안 재미없다는 수준은 아니란 건 알았지만, 꼭 이 영화를 봐야한다고 추천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을 한번에 내놓지 못 했습니다. 범죄물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백야행의 경우 원작 소설의 평까지 다다르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반전 자체는 놀라운 편이지만, 영화에 감정을 섞어서 보기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평작 이상이지만 대작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모자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