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1일째 : 소사재~삼도봉~대덕산~덕산재(7.3km)
2009년 7월4일, 토요일, 3차 산행을 나온 지 4일째....
그리고 보니 1차 산행 때 3일, 2차에서 4일을 모두 합치면, 오늘이 백두대간 마루금을 11일째 밟게 된다.
오늘은 이 곳 소사재를 출발하여 초점산과 대덕산을 넘고 덕산재를 지나 김천시 부항면에서 무주군 무풍면
으로 넘어가는 부항령까지 갈 계획이다. 오늘은 대간大幹 길에서 처음으로 경상북도 땅을 밟게 된다.
[탑선 수퍼]
아침을 챙겨먹고 방을 나와 아무래도 산행 중에 갖고 있는 부탄가스가 부족할 것 같아 어제 저녁에 사 두었던 소주를 부탄가스로 바꿀까 했더니 슈퍼 문이 잠겨 있다. 어제는 비를 맞아선지 소주 생각이 나서 찾았더니 마침 큰 병밖에 없다고 해서 1병을 샀는데 막걸리만 마시고 소주는 마시지 않았다. 산에서는 가급적 음주를 금할 생각인데다가 또, 소주를 병째 메고 가기가 무거울 것 같기도 하고 가스가 없으면 당장 취사에 문제가 생기는 지라 예비용으로 가스를 준비할까 하는데....
아침에 우리가 늦장을 부렸더니 벌써 주인들이 일터로 나간 모양이다. 난감해 있는데..., 때마침 어제는 보지
못했던 남자 주인이 나타났다. 밭에서 일하다 잠깐 들린 모양이다. 4홉짜리 소주1병을 돌려주었더니 불루스타 1개와 망고 주스 2개가 생겼다. 주스로 갈증을 미리 풀고 산행체비를 한다.
[소사재에서 삼도봉 들머리]
수퍼를 나서서 거창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 올라 소사재 고갯마루까지 와서 삼도봉 들머리에 들어다.
[개망초]
묘지 주위 공터에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발길을 멈추게하는 산딸기...]
길 옆에 있는 산딸기들이 산꾼의 발길을 잠시동안 붙잡는다. 산딸기가 새콤달콤하다.
[어제 지나온 삼봉산]
삼도봉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고냉지 배추밭 너머 어제 비를 맞으며 지나온 삼봉산이 멀어져간다.
[부산시청 종주팀]
남녀 10여 명이 '백두대간 종주' 깃발을 꽂고 지나가다가 딸기를 따 먹는다. 이들은 부산시청 백두대간 종주
팀으로 백두대간을 주말을 이용하여 구간 종주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아침에 빼재를 출발해서 덕산재까지 간다고 한다. 그러나저러나, 저렇게들 복분자를 따 먹었으니 오늘 밤에 요강이 여러 개 엎어지게 생겼다.
[잡초를 베어낸 삼도봉 오름길....]
삼도봉 등로는 누군가 잘 다듬어 놓았다.
잘 정리된 등산길을 따라 삼도봉을 오르며 내가 지금 가고 있는 백두대간白頭大幹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한
반도에서 백두대간은 무엇이고 우리 민족에게 지정학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내가 여기 언급하는 백두대간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이 주마간산走馬看山한 자료를 인용引用한 것으로 그 내용
의 깊이나 정확성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백두대간을 가는 산객山客의 한 사람으로 기억나는 대로 적은 것이니 상식선常識線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었으면 한다.
[삼도봉(초점산), 1,248.7m]
1시가 다 되어 초점산에 올랐다.
이 산은 내가 가진 지도에는 초점산으로 되어 있는데 정상석은 삼도봉이라고 되어 있다. 정상이 경남 거창, 전북 무주, 경북 김천의 경계점이라 삼도봉이라고도 한단다. 그런데, 정상석의 삼도봉
이라는 이름 옆에 '초점산'이라 병기倂記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에서는 초점산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 경상남도와는 이별하고, 좌측 발은 전북, 우측 발은 경북땅을 밟고 간다. 대간大幹길에서 처음으
로 경북땅을 만나게 되어 마치 고향에 온 듯 반갑다. 정상에서는 앞서간 부산팀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쵸코릿과 물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먼저 출발한다. 아침을 늦게 먹은데다 딸기를 따 먹은 탓인지 아직 밥 생각이 없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이란 말이 조선시대에 쓰여오다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한 것은 1980년부터이고 널리 회자膾炙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부터 산경표나 대동여지도등 고지도에 표기됐던 산줄기 이름을 다시 산악인山岳人들을 중심으로 산맥이 아닌 대간大幹과 정맥正脈의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이들 산악인들은 '산맥개념山脈槪念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 학자가 한반도를 수탈收奪할 목적으로 지질 조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에 따라 산맥 이름을 붙인 것이며 실재 땅 위의 지형과는 맞지 않는다' 라는 주장이다. 즉 '산맥을 따라가다 보면 강江으로 인하여 산줄기가 잘리게 되어 땅 위의 지형과는 맞지 않는다' 라는 이론理論이다.
따라서 이들은 한반도의 지형을 살아 있는 큰 나무에 비유하여 가장 큰 줄기인 백두산에서부터 뻗어 내려오
는 대간大幹, 그 대간에서 분기하는 작은 줄기를 정맥正脈, 정맥에서 다시 지맥支脈이 분기하는 것으로 보았 다.
[대덕산과 백두대간...]
삼도봉을 내려오며 앞에 펼쳐진 대덕산과 그 뒤 덕산재 너머로 켜켜이 펼쳐진 백두대간을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본다.
그래서 '백두대간白頭大幹 이론' 은 한반도의 지형을 1대간大幹, 1정간正幹, 13정맥正脈으로 나누고 산줄기에 따
라 이름을 붙이는 지리개념地理槪念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리고 '강江은 그 산줄기를 분수령分水嶺으로 하여 형성되었으며 결코 산줄기를 가로지르지 않는다' 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역사, 문화, 자연 생태 등이 이러한 지형에 따라 확연히 특색을 갖고 형성되어 왔기 때문
에 이 땅의 삶, 자연생태, 문화를 이해하려면 '지질地質에 근거한 산맥山脈이 아닌 지형地形에 근거한 지리 개념地理槪念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대간大幹, 정맥正脈등의 이름은 언론이나 방송 매체를 비롯하여 일반인들 사이에는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 제도권 교육에서는 채택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우리가 학창시절에 열심히 암기했던 태백산맥, 묘향산맥, 차령산맥 등의 산맥 개념이 가르쳐지고 있다.
나는 제도권 교육에 실리고 말고는 학자들의 몫으로 차치하고 이러한 지리개념地理槪念이 이 땅의 역사와 문
화, 그리고 이 땅에 터전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잘 들어맞는다는 데는 공감共感하고 있다.
[다가온 대덕산]
풍부한 산나물, 약초 등으로 사람들에게 덕을 많이 베푼다고 하여 산 이름이 대덕산大德山으로 되었다고 한
다. 대덕산을 오르는 길은 시야가 탁 트인데다 경사도 완만하여 힘들게 대간길을 가는 본本 산객山客에게도 과연 이 산은 그 이름처럼 덕德을 베풀어 주고 있다.
[대덕산, 1,290m]
[대덕산, 1,290m]
보통은 헬기장이 정상 조금 아래에 위치하는데. 대덕산에는 정상에다 헬기장을 만들어 놓아 시야가 탁트여
전망은 좋으나 그늘이 없다. 한 낮 햇살이 따가워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로 정상을 떠난다.
[얼음골 약수터]
대덕산에서 덕산재(640m)까지는 가파른 내리막이나 부드러운 흙길이라 큰 부담없이 하산할 수 있다. 내려
오는 길에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2개소나 있었다. 첫 번째 만난 약수터에서 쨀쨀 흐르는 손주 녀석 오줌발 같은 물..., 1분 정도 걸려 한 바가지 받아 마신다. 약수터 이름대로 얼음처럼 차가워 오장이 시원해 온다. 약수터 옆에는 산뽕나무가 새까맣게 익은 오디를 잔뜩 메달고있다.
[덕산재를 내려오며, 김천시 대덕면 덕산리 방향...]
내려오는 길에 이곳 주민으로 보이는 가족 산행객을 만났다. 초등학교 4~5학년 아들을 데리고 부부가 올라
오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해맑은 젊은 가족들과 나누는 인사에 피로가 가시는 듯하다. 덕산재에서 출발했을 텐데 가족 산행으로는 꽤 높은 산을 오르고 있다.
그들의 모습에서 불현듯 20여 년 전 우리 가족의 모습이 떠 오른다. 그때 우리는 포항에 살았고 애들이 초등
학교 저학년이었다. 나는 애들을 데리고 포항 근교의 운제산, 경주 남산을 가거나 조금 떨어진 청하 보경사가 있는 내연산, 또는 청송에 있는 주왕산을 찾곤 했다. 그리고 거의 매년 휴가 때가 되면 해변 풍광이 빼어난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설악산을 가기도 했는데..., 어느새 세월이 훌쩍 흘러 여기까지 왔다.
[덕산재]
마침내 덕산재에..., 자료에는 휴게소가 있다고 되어 있는데 어쩐 일인지 휴게소는 보이지 않고 백두대간 표
지석 뒤에 왠 '약사여래집...?' 불교와 무슨 관련 있는 듯한 낡은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점심]
그 낡은 건물 옆 공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마침 곁에 있는 줄에다가 배낭 속에 젖은 빨래를 꺼내어 조금
이라도 말리기 위해 널어두고...., 아침에 데워 두었던 햇반에다 컵 라면을 곁들여 고추, 양파 등으로 점심을
먹는데....,
[세탁물을 널어 놓았으나...]
그런데 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겨우 식사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허둥지둥 짐을 꾸리고 우의를 입었다. 세탁물은 말린
것인지 더 젖게 한 것인지 득실得失이 애매하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하늘이 어두운 것이 비가 제법 올 것 같
다. 시간은 벌써 4시 20분...,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오늘 산행을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만약, 덕산재를 떠나 산행 중에 비를 만났다면 계획대로 부항령釜項嶺까지 계속 가겠지만 ..., 비가 내리고 있
는데 부항령 들머리로 들어서기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마치 라운딩을 하다가 9홀을 끝내고 클럽하우스에
서 쉬고 있는데 비가 쏟아져 후반 9을 중단하는 형국이다. 만일 13홀에서 비를 만났다면 18홀까지 가야겠지만...
[무풍 버스정류장]
고개에서 산행을 끝낼 경우, 어느쪽으로 갈까 망서리게 된다. 경상도로 가나 아니면 전라도로 가나? 지도를
보니 아무래도 전라도쪽이 마을이 가까울 것 같아 자동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를 따라 무풍쪽으로 내 려 간다. 가늘어지긴 했지만 비는 여전히 뿌리고 있다. 완만한 포장 도로를 따라 가며 백두대간白頭大幹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어쨌든 백두대간白頭大幹은 지리개념地理槪念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산줄기로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장쾌하게 뻗어 있어 한반도의 등뼈를 이룬다. 그리고 이 백두대간에서 13정맥이 분기分岐하여 이 땅의 70%를 차지하는 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땅에 태어나 이 땅으로 돌아 가는 사람으로서 우리 한반도의 으뜸 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을 순례巡禮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순례巡禮 중에 대간大幹기슭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도 만나보고 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것도 나로서는 뜻깊은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무풍면의 무풍茂豊은 언제나 풍년이 든다는 뜻으로 전북 무주, 충북 영동, 경남
거창의 갈림길이 있으며 또, 무주 구천동의 제 1경인 나제통문이 인접해 있다.
경관을 구경하며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휘적휘적 덕산재를 내려가는데 어느덧 비는 그쳤다. 주위에는 야생으
로 보이는 호두나무에 호두가 주렁주렁 달렸다. 40여 분 내려오자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사람에게 혹시 민박
집이 있는 지 물어보았더니 여기는 없고 6km 정도 떨어진 무풍면 소재지까지 가야할 것 같다고 한다.
마침 도로변에 버스 정류장이 나오기에 버스나 탈까하고 배낭을 내려놓고 버스시간표를 보니 2시간 후에 나 버스가 지나간다. 그래서,버스시간표 옆에 붙어 있는 콜 개인택시를 호출, 식사도 할 수 있고 세탁물의 탈수가 가능한 민박집을 소개받아 무풍면 소재지까지 와서 민박집에 들었다. 세탁물을 탈수하여 건조대에 널어 두고 샤워까지 했더니 날아갈 것처럼 상쾌하다.
[무풍면 소재지]
택시기사가 소게한 것과는 달리 민박집에서는 식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바람도 소일겸 면 소재지로 나와 근처 식당에 들러 삼겹살에 맥주1, 소주1를 시켜 산우山友와 나누어 마신다. 맥주가 왜 이렇게 시원한고...! 또 삼겹살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하수처리장]
남은 소주 반 병을 들고 어슬렁어슬렁..., 언제 또 다시 만날지 모를 무풍면 소재지를 지나 숙소로 향하는데..., 깔끔하게 단장된 공원에 베드민턴, 족구장 등의 체육시설이 불을 밝히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놀러 나온 학생들에게 저기가 무슨 건물이냐 물었더니 하수처리장이라고 한다.
요즘 시골의 하수처리장도 저렇듯 깨끗하게 만들고 주위를 공원화함은 물론 체육시설까지 갖추어 주민들에
게 친환경 생활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새삼스럽게 우리나라의 삶의 질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도시와 농촌, 산골마을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생각에 젖어 민박집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을 일찍 끝낸 탓으로 내일은 먼 길이 남아 있다. 이번 산행의 최종 목적지 우두령까지는 너무 먼 길
이 남아 있어 어쩌면 중간에 1박을 추가 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빨래가 아침까지 마르기를 기대하며 잠이 든
다.
첫댓글 점심사진을 보니 산우가 있는것을 대번 알겄네. 혼자면 절대 저런 그림이 안나오징......쉬엄쉬엄 다녀요. 결사적으로 다니지 말고.
예리하다 !!!!
이제까지 사회생활에 억메여 평소에 마음에 품고 지냈던 하고픈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인생을 제대로 음미하는 자만이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걸음 한발자욱 지나온 일들과 앞으로 밟을 내일을 생각하면서 깨달음의 경지를 탐색하는 무익이 화 이 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