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꽃을 닮은 어머니
고향집 대문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채송화 꽃이다. 대문이랄 것도 없는 허름한 담장가상이로 다복다복 피어 있는 채송화는 헝그러 지기 까지 하다.
사람들은 춥다고 움츠리며 방안에 있을 때 점 하나만한 채송화꽃씨는 담장 밑 꽁꽁 언 땅속에서 호된 추위를 견디며 파란 하늘을 아래 함박웃음으로 피어날 아름다운 꿈을 꾸었을 것이다.
훈풍이 불어 환 한 햇살이 언 땅을 간질일 때 비로소 태동을 느끼며 한줄기 생명력으로 흙을 밀어 올리면서 우리 어머니를 만났을 것이다.
보일 듯 말듯, 붉은 빛으로 싹을 틔워 올린 채송화는 양지쪽에 모 자리처럼 소복 히 올라왔다. 어머니는 무수히 속아내고 틈 실한 종묘를 골라 듬성듬성 모종을 해서 정성껏 가꾸셨다. 목말라 하면 물도 주고 누가 밟을 세라 울타리도 쳐주었다.
어머니는 하루의 절반을 채송화 앞에서 지내셨다. 풀도 뽑아주고 총총 붙어 있는 것을 나누어 심어도주고 자식을 키우듯이 다독다독 가꾸셨다.
어쩌다 시간을 내어 달려가 보면 어머니는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으시다. 농사도 안 지으시는데 왜 그리 까맣게 타셨느냐고 하면 마당에 풀 뽑아서 그렇다고 하신다.
어머니가 새까맣게 그을리신 데에는 이유가 있다.
뒤켵 울타리에 더덕넝쿨 올리고 장독대 옆에 고추 몇 그루 심고 한 발 정도의 길이에 파 모종도 하셨다. 오른쪽 굴뚝 모롱이에 몇 그루콩도 심고 그 콩 그루 곁에다 채송화를 심어서 대문 옆 마당가로 이어 놓으셨다.
어머니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채송화가 한 두 송이 피기 시작해서 마당가를 하나 가득 채우는 날부터 어머니는 채송화 옆에서 사신다. 귀여운 아기를 드려다 보듯, 드려다 보고 또 보면서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흐뭇하신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으시고 무엇인가 얘기 하시려는 듯 입 언저리가 오물오물 하신다. 어머니는 분명 채송화와 대화를 하시나보다. 그 옛날 자식을 사랑하던 마음으로 채송화를 사랑 하셨으리라.
우리 집 대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한번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채송화 꽃을 드려다 본다, 노란 꽃 빨간 꽃 진분홍. 겹꽃으로 소담하게 가득 피어있는 것을 보면 장관이다.
여름의 뜨거운 폭염아래 채송화 앞에 앉아계신 어머니는 채송화로 동화되어 가고 계셨다.
첫댓글 마당 가상으로... 옛 마당이 생각나는군요, 채송화, 봉숭아, 분꽃,나팔꽃..가꾸시는 어머니.
선생님도 채송화를 닮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