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노래
메아리 '노래' (1979)
노래운동의 씨앗이 된 작지만 우렁찬 메아리
1979년 여름, 서울 봉천동의 한 카페에 한 무리의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기타를 든 청년들이 있었고 하모니카를 든 청년도 있었다.
모두 서울대학교 노래패인 메아리의 회원들이었다. 엄혹한 유신 정권이 끝나기 몇 달 전이었다.
하지만 그 허망한 끝을 알지 못하고 있던 정권은 폭압의 끈을 더 바짝 당기고 있었다.
당국의 눈을 피해 모여든 청년들은 카페 안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모든 연주와 노래는 릴 녹음기에 담겼다.
그것은 얼마 뒤 [메아리 1집]이란 제목의 카세트테이프로 제작돼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 카세트테이프는 1980년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노래운동의 훌륭한 씨앗이 되었다.
메아리는 1970년대 당시 각 대학교마다 존재하던 노래패들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대표적인 동아리였다. 초기 메아리의 지향점은 한국 포크 음악이 갖고 있던
순수성의 계승이었다. 특히 이들에게는 '학교 선배' 김민기가 있었다.
김민기를 비롯해 한대수, 한돌 같은 포크 음악인들의 노래와 흑인영가, 구전요 등을 악보에 담아
노래책을 만들고,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함께 그 노래들을 부르고 창작곡도 발표하는 게 주된 활동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이들을 마냥 순수(?)하게 노래하지만은 않게 만들었다.
유신 정권의 폭압은 메아리 안에서 '이념투쟁'이 벌어지게 만들었고, 메아리는 '순수한' 노래패에서
'노래를 통한 사회참여'를 지향하는 집단으로 변화해갔다.
이런 '노래운동'의 선택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메아리 안에 한동헌과 문승현이라는
탁월한 음악인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만들어낸 훌륭한 '창작곡'들은 메아리를
다른 대학 노래패들보다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한동헌이 만든 '노래', '그루터기', '신개발지구에서' 등의
노래들은 메아리를 거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비롯한 노래운동 진영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았고,
문승현은 새벽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1980년대 노래운동 자체를 이끌었다.
'그날이 오면'과 '사계', '이 산하에'와 같은 명곡을 만든 이가 문승현이었다.
메아리의 회원들은 자신들의 노래를 '기록'하고자 했다. 자신들의 노래를 녹음해 보급하고
그 노래들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기를 바랐다.
김민기가 [공장의 불빛]이라는 불법 테이프를 제작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지만 그 [공장의 불빛] 때문에 김민기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겪었던 고초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작업이기도 했지만 젊은 열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통기타, 하모니카, 그리고 목소리가 전부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나절동안 그들은 통기타 반주에 맞춰
한동헌과 문승현의 창작곡을 노래하고, 김민기와 한돌의 노래를 다시 불렀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과 노래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한동헌이 만든 앨범의 첫 곡 '노래'는 김광석이 불러 유명해진 '나의 노래'의 원곡이다.
김광석이 부른 노래와는 분위기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노래'와 '세상'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사라지고,
너무 밝고 희망차게만 바꿔놓은 김광석의 노래를 원작자 한동헌이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은 그래서 이해가 간다.
한동헌의 '노래'에 담겨 있는 어두움과 밝음의 공존은
"이제 막 현실의 깊이와 무게에 눈떠가던 우리들 젊은 날의 고뇌와 인식을 보여준다."
(김창남, '메아리 1집 복각판에 붙여')는 김창남의 회고와 맞닿아있었다.
메아리의 순수한 노래들은 '노래'의 바람처럼 됐다. 이 노래들은 1980년대 "자그만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히게 하였고, "이웃과 벗들의 웃음 속에서 조그만 가락이 울려 나오"게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는 멀리 멀리 날아" 세상을 바꾸게 하는데 일조하였다. 앞서 말했듯,
이 불법 카세트테이프는 1980년대 노래운동의 중요한 씨앗이 되었다.
좋은 노래들이 그렇듯 작은 카세트테이프 안의 노래들은 세상으로 나가 오래도록 생명력을 얻었으며,
메아리의 구성원들은 각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들의 '메아리'는 길고,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김지하 시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노래(1979년 1월 녹음)
1. 얼어붙은 저하늘 얼어 붙은 저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찾아 헤메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2.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거절당한 손길들의 아 캄캄한 저 곤욕의 거리
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
죽음 저편 푸른 숲에 아 거기에 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지금은 성공회대 교수이자 문화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 메아리 멤버였던
김창남의 단아한 보컬을 들으실수 있을 텐데요
또 하나는 기타 스트로크를 잘 들어보세요
부족한 세션을 보완하기 위한 부분이 였보입니다.
여하튼 멋진 녹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