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불교 아류로 취급 받던 한국불교. 그런 배경에는 외국인이 한국불교를 이해할 수 있는 영문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곤 했다. 이런 가운데 2000년대 이후 한국불교 관련 영문 자료들이 급증하고 있어 한국불교 위상 제고를 위한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지가 최근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을 비롯한 국내외 출판 현황들을 조사한 결과 한국불교와 관련된 영문 자료는 모두 85권이었으며, 70년대 불과 3종 남짓했던 영문 자료가 2000대에는 이보다 14.6배는 많은 44권이 출판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근 몇 년간은 연간 10여 권 안팎의 새로운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으며, 특히 90년대까지는 국내에서 발간하는 영문책자가 거의 없었던 반면 2000년대 이후에는 국내 출판 비율이 크게 늘어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도표 참조〉 이는 2002년 월드컵을 비롯해 연등축제, 외국인 템플스테이 등 영향도 크지만 한국불교계 스스로가 세계화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인적·물적 토대가 점점 다져지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법문집서 문화·예술로 확대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1970년대에는 미국에서 발간된 숭산 스님의 법문집 1권과 의례집 1권, 거기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한국불교문화(Buddhist Culture in Korea)』가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80년대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국불교에 큰 관심을 가졌던 루이스 랭카스터나 순천 송광사에 출가생활을 했던 로버트 버스웰 등 불교학자들이 한국불교를 소개하는 단행본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 시기 지눌 스님을 연구한 한국학자 길희성의 학술서가 미국에서 출간됐으며, 세계적인 고승으로 추앙받기 시작한 숭산 스님 외에도 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승인 성철 스님과 대행 스님의 법문집이 영역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세계화’가 전 국민의 과제로 떠오른 90년대에는 한국불교계도 ‘세계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조계종에선 처음으로 한국불교를 소개하는 책자를 출판했으며,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에서도 90년대 초부터 기존의 한국논문들을 선별해 영역화 하는 작업을 시도해 모두 4권을 출간했다. 또 한국불교미술을 소개하는 김홍남, 강순형 씨의 책도 기존의 법문 위주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2000년대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달라졌다. 원효, 일연, 보우, 서산, 경허, 만해, 구산, 청화, 일타, 법정 스님 등으로 지평이 크게 확대됐다. 또 번역 방법에 있어서도 1인 번역이 아니라 여러 전문가가 협력해 번역하는 사례가 늘었으며, 특히 로버트 버스웰 교수가 10년 노력을 기울여 번역한 원효대사의 『금강삼매경론』은 세계 학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불교문화사상사학회가 한 해 두 번 발간하는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 Culture」와 조계종이 펴내는 계간 불교잡지 「Lotus Lantern」은 한국불교 및 한국불교학을 알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불화, 불상, 사찰음식, 템플스테이 등 불교미술과 불교문화를 소개하는 서적들이 크게 는 점도 대단히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오는 12월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이 옥스퍼드대학에서 출판되는 것을 비롯해 내년 2월 뉴욕주립대에서 현대 한국 고승을 조명하는 서적이 출간된다. 또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찰스 뮬러와 전옥배 씨의 「한영불교사전」과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의 「영문 한국불교문화사전」도 연내 출간될 예정이다.
영어 정기간행물 크게 늘어
여기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를 총 편집책임자로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 의상 스님의 『화엄일승법계도』 등 영문 출판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특히 30억이 투입해 역대고승들의 저술을 영역하는 한국전통사상서 간행 사업도 내년 말이면 모두 마무리돼 영문으로 출판될 전망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016호 [2009년 09월 28일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