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수석코너 원문보기 글쓴이: 청심
산지: 거제 10 * 15 * 10
영화 '써니'를 보고...
이젠 재미있다 싶은 영화를 찾기가 어렵다. 예전에는 어떠한 영화를 보더라도 다 재미있고 슬프고 흥분되는 장면의 연속이었지만 이젠 그 모든 장르의 영화들이 식상해 진지 이미 오래다.
그래픽과 장비의 발달로 특수효과에 의존한 너무 황당 스토리의 전개가 일색인 요즘 영화는 물론, 과거 흥미롭게 감상했던 대부분의 영화까지도 ‘그때는 왜 재미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다. 인생을 많이 살아서일까? 사실 가까운 과거에 비추어 50년 이상을 살았으면 많이 산 것은 분명하다. 어차피 영화라는 것은 픽션이 가미된 흥행을 위한 스토리의 구성이다 보니 그렇겠지만 말이다.
며칠 전에 우연히 컴퓨터 앞에서 작업 중에 막내 딸 폴더를 열었다. 대부분 학습과 관련된 내용이고 친구들과 소위 얼짱 각도로 양 볼에 바람을 넣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찍은 사진들 일색이었다. 그런데 나의 시선을 잡는 동영상이 있었다. 제목 ‘써니’였다. 물론 TV 및 각종 홍보 매체를 통하여 스치듯 광고를 접한 영화 제목이었으나 무심결에 클릭을 한 것이 결국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의 이야기 ‘친구’라는 영화가 있었다면 영화 ‘써니’는 여고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적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개인적으로는 ‘써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영화 중간 중간에 여고생이 날라차기로 경찰 기동대원 몇 명을 쓰러트리고 스토리 구성상 다소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멜로와 해학, 그리고 액션과 슬픈 감정 연기 등, 연기자들의 연기력과 연출의 조합이 합쳐져 모처럼 충만 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시재덕 배경이 지금의 50대 전후로 내가 학창시절을 보내며 살아왔던 과거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의 모습 그 자체라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내 나이 50대 라는 나이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세대가 아니고 이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나이라는 것이 영화 ‘써니’에 빠져들게 하는 것 같았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여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칠공주 이야기다. 졸업 후 25년 만에 칠공주가 다시 모이게 된 계기는 주인공 ‘나미’(유효정 분)가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 오는 첫 날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나미’에게 소위 노는 친구들과 엮이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진덕여고’가 영화의 배경이 되고 그렇게 ‘나미’를 포함하여 칠공주가 만들어진다. 칠공주의 멤버 이름 ‘써니’로 말이다.
지금과 같은 1진, 2진과 같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이 상상도 못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 칠공주들이 졸업을 하며 흩어진 후 잘나가는 남편 덕분에 부족함이 없이 살아가는 ‘나미’가 친정엄마가 입원한 병원에서 고등학교 친구인 칠공주 멤버 중에 리더 격인 ‘춘화’를 만나면서 서클 ‘써니’에 대한 추억에 잠기게 되고 암 말기 선고를 받은 ‘춘화’는 죽기 전에 옛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나미는 친구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써니 멤버를 찾아 나서며 이야기는 전개가 된다.
구구절절 줄거리에 대하여 무슨 이야기가 필요하겠는가, 내가 정말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바로 ‘써니’다. 지금의 4~50대 라면 아들, 딸과 함께 보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다.
그 세대에는 그랬다. 정말 그랬다. 누구의 아버지, 남편 그리고 누구의 어머니, 아내로 살아왔지만 그들에게도 아니 나에게도 꿈과 낭만이 있었고 내가 세상의 주인공, 내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 ‘써니’는 바로 현실에서 잊힌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넘치는 영화다. 먹먹한 가슴이 뚫리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출연하는 주인공들이 대부분 여자 연기자였지만 바로 내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소재한 1977년부터 1979년 까지 ‘서울공업고등학교’ 재학생 시절 나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두시간의 상영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끝난 기분이었다.
내가 벌써 영화 속에서 추억을 회상하며 눈물을 훔치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
친 구 / 청심
행복했던 시간 즐거웠던 날들 먼 하늘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함께 했던 타래와 같은 추억을 그린다. 함께 했던 모든 것 들을 영원히 간직하며 하나씩 꺼내어 아련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 또 나에게 다가와선 멀어져간 인연들 머무르고 싶은 순간에서 쉬어가는 발길 지난 세월 뒤에 어디쯤 그리운 조각들...
궁중중한 교내 화장실의 암모니아 냄새, 담배 냄새 세 명의 몽구리 친구가 들어있다. 교련 선생님이 무서워도 그 불안함이 즐거웠던 시절
돌담길 돌아돌아 눈 익은 길 따라 가면 친구의 체취가 남아있는 곳 반갑게 맞이하시던 단골 라면집 아주머니와 중국집 아저씨 추억은 다시 되돌릴 수 없고 희미하지만 아련한 느낌이 이렇게 생생하기에 그 추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친구야! 보고 싶다.
서울공고 3년 교정에서
|
첫댓글 청심님은 보고 싶은 친구가 있어서 참 많이 행복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