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용어와 관련된 이런 혼선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의학용어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 의학용어 대부분을 독일식 용어를 썼고, 그것도 일본 사람들이 번역해서 쓴 것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배경 탓에 예전에는 출생 시 또는 태어나기 전 태아 시기에 뇌로 가는 산소 부족 등으로 뇌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뇌성마비'를 독일 식으로 '뇌성(腦性) 소아마비'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소아마비는 척추 안의 신경 '척수'에 바이러스(폴리오)가 침투해 발생한다고 해서 '척수성(脊髓性) 소아마비'라고 불렀고요.
서로 혼동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구별해서 불렀는데, '뇌성 소아마비'가 선천성으로 생기니까 막연히 이름이 비슷한 '소아마비'도 태어날 때부터 생기는 줄로 오해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에는 미국식 의학용어를 사용해 '뇌성마비'는 그대로 '뇌성마비', 소아마비는 아무런 수식 없이 '소아마비'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런 혼선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참고로 소아마비는 바이러스가 운동 영역을 관할하는 신경에만 침범하므로 정신지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아마비는 백신의 보급으로 퇴치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소아마비가 사라진 지는 10여년이 됐습니다. 요즘 누군가 태어날 때부터 '뇌성 소아마비'를 앓게 됐다고 한다면, '뇌성마비'를 뜻하는 것일 겁니다. ▣ 4/21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 전문기자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