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7.
obs 콘서트 '고백'
메탈제라
http://cafe.daum.net/metalZERA
metalband ZERA
이덕진 보컬
안회태 기타
하성호 드럼
심동식 기타
메탈밴드 ZERA의 탄생
대중음악 팬들은 물론, 메탈 마니아들도 놀랄 만한 ‘슈퍼 밴드’가 탄생했다. 바로 제라(ZERA)가 그 주인공이다.
제라(ZERA)의 보컬은 1992년 ‘내가 아는 한 가지’라는 곡으로 대한민국을 ‘들었다가 놓았던’ 이덕진이다. 92년 솔로 데뷔 앨범의 성공으로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사실 지난 20년 동안 이덕진은 고난과 시련의 나날을 보내왔다. 솔로 데뷔 앨범의 대성공은, 아이러니하게도 하고 싶은 음악을 제대로 펼칠 수 없게 만든 족쇄가 돼버렸던 것이다.
데뷔 앨범을 포함해 4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솔로 데뷔 이전 80년대말 헤비메탈 밴드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는 늘 메탈 음악과 밴드 음악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었다.
천재 기타리스트 안회태와 이덕진의 만남
기획사가 요구하는 ‘대중적인 가요’나 부르고, 예능 프로에 나가서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며, 방황에 방황을 거듭하던 이덕진은 2006년,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메탈 기타리스트 안회태를 만난다.
이덕진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동시대에 안회태는 메탈밴드 ‘미스테리’의 멤버로 활동하며, 메탈 마니아들 사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2001년엔 메탈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프로그레시브메탈 밴드 ‘톡식스마일'(TOXIC SMILE)의 데뷔 앨범에 참여해, 우리나라 메탈 마니아들 사이에선 ‘기타의 신(神)’, ‘천재 기타리스트’라고 불리던 안회태였다. 그런 그도 ‘톡식스마일’에서 탈퇴한 이후 국내에서의 밴드 활동을 꿈꾸며 전의를 다졌으나, 마땅히 멤버를 구하기가 쉽지 않던 터에 이덕진을 만났고, 그의 제안과 음악을 듣고 제라(ZERA)로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대중적으로 인기 록가수였던 보컬리스트 이덕진과 마니아들에게 ‘신(神)’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기타리스트 안회태가 같은 밴드로 활동을 한다는 것은 록음악 팬들에게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제라(ZERA)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 둘의 ‘네임 밸류’만으로도 록음악 팬들의 마음은 이미 설레고 있기 때문이다.
하성호, 심동식과의 오랜 인연
드럼은 신중현, 김수철, 주찬권, 마야, 도원경, EVE 등 내로라하는 국내 록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한 경력을 가진 하성호가 맡았다. 하성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명실공히 ‘스페셜’ 세션 드러머다.
하성호와 이덕진의 인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뮤즈에로스’의 멤버였던 하성호는 그해 여름 ‘메탈프로젝트 콘서트’에서 이덕진과 합동 공연을 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친분을 쌓아 오며 이렇게 제라(ZERA)로 함께 활동하게 되었다.
리듬 기타를 맡고 있는 심동식은 더 오랜 인연을 자랑한다. 92년, 이덕진이 데뷔하던 해에 결성했던 밴드 ‘이덕진과 비트’에서 기타를 쳤던 이가 바로 심동식이다. 그는 이제 이덕진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고 말할 정도로 그와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한다.
제라(ZERA)의 데뷔 곡, Stop과 Forever
원래 Forever는 2001년에 발표된 이덕진의 네 번째 솔로 앨범 ‘No Fate’의 타이틀 곡이었다. 이덕진의 네 장의 앨범 중 헤비메탈에 가장 근접한 앨범이었고, 이덕진의 자작곡들로 채워진 앨범이었지만, 홍보 실패로 아깝게 묻히고 말았던 앨범이다. 이덕진은 그 앨범에서 타이틀 곡 Forever에 유난히 애착이 강했다. 아버지를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낸 후 만든 사부곡(思父曲)이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제라(ZERA)의 옷을 입은 Forever는 강력한 스래시(thrash) 리프로 시작된다. 원곡에 비해 훨씬 강력해진 사운드다. 또, 원곡은 4분대였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이번 곡은 5분이 넘는다. 기타 리프와 고음 샤우팅이 끝없이 몰아치는 도입부와 달리 간주에선 오히려 블루지한 연주가 펼쳐지고, 마치 한 편의 서사 영화를 보는 느낌을 갖게 하는 빗소리, 앰뷸런스 소리 등의 다양한 효과음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긴박한 순간을 생생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제라(ZERA)의 공식적인 첫 싱글 stop은 우리말 가사가 아니었다면 유럽 아트록(Art Rock)밴드의 음악이라 해도 믿어질 정도로 수준 높은 연주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게다가 멜로디 라인이 상당히 간결하고 쉬워서 중독성마저 강하다.
일단 도입부부터 시작해서 곡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신시사이저 음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덕진 특유의 매력적인 저음이 신시사이저의 무거운 음과 어우러져 곡이 시작되는 덕분에 stop은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로 청자들을 압도한다.
역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멤버들의 오랜 경력과 연륜에서 나오는 탄탄한 연주력이다. 강력한 기타 리프와 리듬 파트의 끈끈한 응집력, 3옥타브를 넘나드는 마력의 샤우팅을 발휘하는 보컬 이덕진,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려한 핑거링(fingering)과 태핑(tapping) 연주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안회태의 현란한 기타 솔로는 이 곡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강하고 빠른 기타 리프와 신시사이저의 효과음, 3옥타브와 중저음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보컬로 인해 헬로윈(Helloween)과 드림씨어터(DreamTheater)를 섞어 놓은 듯한 사운드를 보여주는 stop.
보컬 이덕진과 기타 안회태를 비롯해 제라(ZERA) 멤버들에게 이제는 음악적 방황과 갈등이 멈추길 바라는 필자의 마음이 강해서일까? 사랑하는 임이 나에게서 떠나려는 마음을 멈추게 하고 싶다는 stop의 노랫말 가운데 유난히 귀에 들어오는 대목이 있다. 그건 바로 ‘스탑!’이라고 외치는 이덕진의 샤우팅.
제라(ZERA)라는 팀 명칭은 JEsus Rock Again의 첫 글자를 조합했다고 한다. 밴드 이름에서 록을 향한 멤버들의 집념과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오랜 절치부심과 와신상담 끝에 새롭게 메탈밴드 제라(ZERA)로 뭉친 이들의 의지대로 더 이상의 방황과 고난은 멈추고, 음악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밴드가 되길 기원해 본다. 다행히도 그들의 록스피릿은 아주 강하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행복을 만끽하면 될 것 같다.
- written by je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