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까운 강화오일장은 풍물시장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장날이 되면 특산물인 순무, 화문석, 인삼, 약쑥, 밴댕이, 대하 등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장꾼들과 관광객들이 어울려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또한 강화도는 땅 전체가 문화 유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사계절 휴양지다.
봄기운이 완연한 이 즈음, 서울에서 가까운 강화도로 가보자. 인천광역시로 편입된 강화도는 9개의 작은 섬과 3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화도는 문화 유적지도 많지만 무엇보다 토종 특산물이 풍부한 고장이다. 강화읍내에 있는 토산품 판매점이나 인삼센터, 풍물시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댄다. 강화도에서 나는 농·수·축산물은 전국에서 알아줄 만큼 품질이 우수하다.
이곳 농민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유기 농산물을 재배한다. 그중에서 뿌리가 주먹 두 배만 하고 진자주색을 띠는 순무는 강화쌀, 약쑥, 고추, 마늘과 함께 무공해 농산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후와 토질이 잘 맞는 황해도와 강화 일대에서만 재배된다는 이 순무는 그 뿌리로 깍두기를 담가 먹는 게 보통이다. 순무 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이 농산물은 화문석, 인삼과 함께 강화도의 3대 특산물로 꼽힌다.
옛날에는 그 향 때문에 순무를 먹지 않는 사람도 많았지만 순무가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부터는 오히려 그 향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통 무와는 달리 카로틴 성분이 많아 동치미를 담그면 국물이 보랏빛이 된다. 김치를 담그면 익기 전에는 매콤한 맛이 나고 익고 나면 달콤한 맛으로 변한다. 제철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이지만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연중 재배한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오장에 이롭고 이뇨와 소화에 좋으며 만취 후 갈증 해소에 특효를 가졌다”라고 하였다. 1단에 3,000원 정도 하는데, 농부들이 도로변이나 시장에 나와 직접 팔기 때문에 쉽게 살 수 있다.
2, 7일에 열리는 강화풍물시장에서 순무는 단연 인기다. 강화장은 풍물시장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장날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장꾼들과 관광객들이 어울려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장 안으로 들어서면 온갖 먹을거리와 토산품들이 즐비하다. 꼭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에만 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장터 특유의 왁자한 풍경은 거의 매일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뻥튀기 장수와 골목마다 진을 치고 있는 밥집은 여느 시장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지만 강화장이 내세우는 자랑 첫 순위는 이 땅에서 나는 갖가지 토종 농산물이다. 장터 길가에 쪼그리고 앉은 할머니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세우고 갖고 나온 나물이며 호박, 엿, 약초 따위의 물건들을 사라고 권한다. 살아온 세월을 말해 주는 이마에 패인 굵은 주름이며 그 모습이 참 정겹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삶속에서 잊혀져 가는 옛 모습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소박한 인심과 고향의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5일장은 화려한 유통시장에 밀려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질 좋은 특산물과 함께 도시 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별난 감흥을 안겨 준다.
바다에서 나는 밴댕이도 강화도의 명물이다. 밴댕이는 젓을 담그기도 하지만 회로 먹거나 갖은 양념을 넣어 무쳐 먹는 게 일반적이다. 석모도로 건너가는 선착장 주변엔 매일 젓갈시장이 선다. 외포리 젓갈장은 예전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장세를 누리고 있다. 젓갈시장에는 새우젓과 함께 밴댕이젓, 오징어젓, 창란젓, 멸치젓, 백령도에서 나는 까나리젓까지 다양하다. 젓갈시장으로 잘 알려진 소래포구에 버금갈 정도이다. 이런 젓갈들은 상인들이 직접 담그기도 하지만 멀리 해안지방에서 올라온 것들도 많다.
밴댕이 회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쯤, 냉동·냉장 시설이 많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교동도와 석모도 사이로 이어지는 강화도 앞바다가 밴댕이의 주어장이다. 밴댕이는 연안 또는 내만의 모래 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강 하구 부근까지 올라간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도 많이 분포되어 있지만 강화도 산을 제일로 친다. 강화도 앞바다에서 잡은 밴댕이는 얼려서 신선한 횟감으로 쓴다. 언 채로 쓱쓱 썰어 그대로 담아내 초장에 찍어 먹는데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강화도에서는 오래전부터 밴댕이로 젓을 담가 육젓과 액젓으로 이용해 왔다. 맛있는 젓을 담그기 위해서는 싱싱한 밴댕이를 고르는 것이 첫째 요령이다. 밴댕이 한 말에 소금은 한 되 반 정도로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밴댕이젓의 숙성 기간은 3개월 정도이다.
강화도 사람들은 김치를 담글 때 밴댕이젓을 넣는다. 김치에 넣을 때는 맑은 물에 하루 정도 담가 염분을 뺀 다음 넣어야 김치 맛이 산다고 이곳 상인들은 말한다. 밴댕이젓과 순무는 찰떡궁합 식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순무에 밴댕이가 들어가면 ‘순무섞박지’가 된다. 강화도 사람들은 이 순무섞박지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는다. 강화도의 특산품인 순무의 약효와 고단백 식품인 밴댕이의 영양이 한데 어우러진 토속 식품이다.
또한 강화도 특산물로 대하를 빼놓을 수 없다. 숯불을 피우고 왕소금을 한 웅큼 올려 소금을 달군 뒤 그 위에 올려 굽는 대하 맛이야말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별미 중의 별미다. 대하는 본래 바닷속 깊은 곳에 살기 때문에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담백하고 쫄깃하다.
이외에도 강화도에서 나는 약쑥은 『삼국유사』의 단군신화편이나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올 정도로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여러해살이풀로 잎이 넓고 짙은 녹색이며 키는 70cm까지 자란다. 약쑥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뜸쑥, 쑥환, 쑥분말, 쑥차, 쑥음료 같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서울의 경동시장에서도 강화 약쑥을 구할 수 있다.
강화도는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사계절 휴양지다. 강화대교를 건너면 먼저 반기는 것이 강화도 역사관과 갑곶돈대, 고려궁터이다. 이곳을 둘러보고 자동차를 서쪽으로 돌리면 전등사와 마니산, 참성단, 정수사, 보문사로 가는 길이다. 강화도는 땅 전체가 문화 유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 들, 바다를 고루 품고 있으면서도 어디를 가나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석모도 보문사이다. 외포리 나루에서 배를 타고 5분이면 석모도에 닿는다. 낙가산 중턱에 자리 잡은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된 사찰로 석굴로 된 기도장과 눈썹바위에 새겨진 마애석불좌상이 유명하다. 전등사 경내에서 400여 계단을 허위허위 올라가면 인자한 미소로 반겨 주는 마애석불좌상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바다 또한 절경인데, 해가 질 무렵 이곳에 가면 거대한 태양을 집어삼키는 서해 일몰의 대장관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다음으로 볼 만한 곳이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다는 전등사와 신라 고찰 정수사, 마니산 참성단, 하점면 고인돌군, 초지진, 광성보, 덕진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유적지들은 강화 역사를 살펴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여유가 있다면 길상면 선두리와 동검리에 펼쳐진 광활한 개펄밭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인간의 오염 물질을 걸러 주는 개펄의 효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이들과 함께 개펄에 들어가 바다 생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그 재미도 재미지만 하루 해가 짧게 느껴진다. 글·사진/김동정(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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