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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22 - 미로게임 1
S#1. 캠퍼스
아침이다. 수업에 가는 학생들이 간혹 보이는데.
그 위로 들리는 만수의 소리.
만수 : (E) 하나, 컴퓨터에 대한 접근은 그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방해받아서는 안되며 완전한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S#2. 이교수 랩
만수가 앉아서 타자를 치고 있다.
만수 : 둘. 모든 정보는 개방되어야 하고 공유되어야 한다. 오 예. 셋, 권력은 믿을 수 없다. 분권화를 촉진하라. 오브코오스.
(아주 신이 나있다)
S#3. 게시판 근처
학생들 몇이 서서 게시물을 보고 있다. 지나가던 학생 하나도 옆으로 와서 본다.
게시판에는 [ KAIST 인터넷 해킹대회. 장소 : 학내 ** 전산실, 일시 :, 참가자격 : KAIST 재학생 누구나.
대회요령 :, 주최 : 인텐 ]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그 위로 만수소리 계속.
만수 : (E) 인터넷 해킹대회! 보안전문회사인 인텐에서 주최하는 이번 대회의 상품은 최에에신형 컴퓨터 한 대.
정해진 시간 내에 서버를 뚫고 들어가 지정된 파일을 가장 먼저 리턴하는 사람에게 우승이 돌아갑니다.
우승.. 최에에에신형 컴퓨터 한 대.
S#4. 전산실 앞 복도
재명 옥주 마이클이 걸어오고 있다.
재명은 마이클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옥주는 옆에서 종알종알 잔소리를 하며 오는 중.
만수 : (E) 참가자들은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을 지참할 수 있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당신의 옆에 이 정만수가 있습니다.
여러분. 화. 이. 팅.
가까이 온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며..
옥주 : 마이클. 중간에 딴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좌악 들어가서 사삭 빼내오면 되는거야 알았지?
마이클 : 오케이 오케이 노프라브럼.
재명 : 새컴퓨터 타면 니가 쓰던 거 나 주는거다.
마이클 : 물론이야. 마이클. 의리의 싸나이.
옥주 : 마이클.
마이클 : 와이.
옥주 : 중간에 딴 생각하지 마.
마이클 : 오우 옥주. 날 믿어줘. 프리이즈.
옥주 : 그럼그럼. 나 마이클 믿어.
재명 : 나도 믿는다. 그럼. 잘해봐.
옥주 재명, 마이클의 어깨를 쳐주며 전산실로 들여보낸다.
S#5. 전산실 내부
컴퓨터가 4-50대쯤 들어찬 방. 아이들이 거의 다 차있다.
마이클이 졸랑거리며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 이 쪽에 지원이 앉아있다.
지원, 빈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보는 곳. 정태가 하품을 하며 들어서고 있다.
정태는 졸린 눈으로 대충 근처의 자리에 앉는다.
S#6. 동아리방
진수가 들어서다 보면 민재가 침대에 드러누워 로봇(혹은 전자) 관련 잡지를 뒤적이고 있다.
진수 : 어 형. 웬일이에요.
민재 : 뭐가.
진수 : 형이 낮에 누워있는 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민재 : 망중한이라는 거 몰라. 바쁜 와중에 잠시의 휴식.
진수 : (컴퓨터 부팅하며) 정태형은요?
민재 : 심심해 죽겠다구 하더니 어딘가 갔어.
진수 : 채영이 누난 떠났어요?
민재 : 어.
진수 : 비행장에 가봤어요?
민재 : 어.
진수 : 채영이 누나 안 울었어요?
민재 : 걔가? 하이구. 마지막까지 여권 잊어먹었다구 난리를 치다 갔다.
진수 : 여권을 잃어버려요?
민재 : 30분동안 가방 다 뒤지며 찾다 보니까 지 주머니 안에 있드라구.
진수 : (웃는)
민재 : 정진수.
진수 : 예.
민재 : 이제 대충 나한테 말 놓고. 그리고. 한시간만 조용히 해줘. (잡지를 얼굴에 덮으며) 한숨만 잘게.
진수 빙긋 웃고 컴퓨터로 향하는..
민재, 잡지를 덮은 채로 자세가 불편한지 뒤척거린다.
S#7. 전산실 내부
각자 컴퓨터 앞에 붙어앉은 아이들, 조용한 가운데 작업을 하고 있다.
머리를 벅벅 긁어대는 아이도 있고.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아이도 있고.. CD나 디스켓을 빼고 새로 꼽아넣는 아이도 있고..
마이클은 몸을 흔들거리며 짜증스러운 얼굴. 그러다가 문득 화면에 코를 박다시피 본다.
화면에 뭔가 더러운 것이 묻어있다. 마이클 손으로 닦아낸다. 잘 안닦아진다. 마이클 본격적으로 손톱으로 긁어내기 시작한다.
지원. 화면을 보고 있다. 화면에는 거부의 메시지가 뜬다.
지원 초조한 듯, 화면을 노려보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본다. 정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원,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려다가 다시 본다.
정태는 CD를 빼내더니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서고 있다.
S#8. 동아리방
테이블에 놓여지는 컴퓨터 박스. 정태가 올려놓은 것이다.
주위에는 민재와 옥주 마이클, 재명. 진수.
옥주 : 열어봐 응? 얼마나 최신형인지 좀 보자아.
마이클 : 이거 내껀데 오 마이 가슴. 마이 배. 막 아파.
정태 : (웃으며 옆의 물병 마개를 따 마시고..)
민재 : 넌 심심하다고 나가서 컴퓨터 한 대를 들고 오냐. (하며 대견해서 포장을 풀기 시작하는) 앞으로도 종종
널 심심하게 만들어야겠는데.
재명 : 마이클. 너 자신있대매. 자식 완전히 허풍이었잖아.
마이클 : 아니야 내가 시험치는 컴퓨터가 너무 더러웠어. 모니터가 안보이는데 어떻게 해킹을 해.
정태 : 실력은 마이클이 더 좋았겠지. 난 운이 좋았어.
옥주 : 해킹하는데 운이 어딨어.
정태 : 전에 해킹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놓은 게 있었거든. 그게 딱 들어맞드라구.
진수 : (이만치서 보다가) 지원이 누나는 대회 안 나갔어요?
정태 : 지원이?
마이클 : 나 봤어. 왔었어. 지원이 누나가 세 번째로 나갔어. 삼등이야.
진수 : 지원이 누나 컴퓨터가 고장났대요. 하드가 맛이 갔다구.
정태 : (보는)
진수 : 저번에 도서관에서 리포트 쓰구 있드라구요. 그래서 내가 해킹대회 있다고 알려줬는데.
민재 : 그래? (슬쩍 정태의 눈치를 보는)
진수 : 삼등은 상품이 없나보죠?
정태 테이블에 놓인, 반쯤 박스가 뜯겨진 컴퓨터를 본다.
S#9. 교내 공중전화
지원이 전화를 하고 있다.
지원 : 이번 방학땐 집에 못 내려갈 거 같아.. 4학년이잖아. 수업 들어야 될 것두 있구.. 아니야. 아르바이트 안 많아요.
..알았어. 며칠 들를게. 엄마 병원은 갔지? 약 가져왔어? 약국에서 대충 사지 말아요. 알았지? 병원에 가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라구. 아이참. 내 말 좀 들어줘. 어.. 네.. 아버지께두 안부 전해줘요.
S#10. 기숙사 앞길 밤
지원 오다가 보면 정태가 계단 정도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가 일어선다.
정태 : 이제 들어가냐?
지원 : 어. 잘 자. (지나쳐 가려는데)
정태 : (슬쩍 앞으로 나와 길을 막으며) 너 만원 있냐?
지원 : 만원?
정태 : 만원에 컴퓨터 하나 안살래? 갑자기 컴퓨터가 하나 생겼는데 내 정든 컴퓨터랑 바꾸기도 싫고. 버릴 수도 없고.
처치곤란이거든. 너 좀 사주라.
지원 : (보다가 그냥 지나쳐서 간다)
정태 : 구지원.
지원 : (할수없다는 듯 멈춰서 돌아본다)
정태 : 사람이 말을 하면 최소한 반응은 보이는 게 예의 아냐? 그리고 만났다 헤어질 때는 인사말을 남기는 거고.
지원 : 내 생각을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잘 자.
가버린다. 남은 정태 후욱 한숨을 쉰다.
S#11. 정태/민재의 방 밤
민재 세면도구를 챙기고 있다.
민재 : 너 바보냐. 천하의 구지원이 그런 식으로 컴퓨터를 받아줄 거 같애?
정태 : 내딴엔 열심히 생각한거야. 돈 주고 사라. 좋잖아.
민재 : 단돈 만원에? 아이구우.. 그것두 생각이라고 열심히 했어?
정태 : 그럼 머리 좋은 니가 좀 생각해봐라.
민재 : 그러지 말고 채영이한테 얘길해봐. 채영이라면.... (하다가 말이 멈춘다. 실수를 깨달았다)
정태 : (보고 있는)
민재 : (수건이며 등등을 들고 나가며) 샤워 안할래? 지금 더운 물 나오는 시간인데.
민재 나가버린다. 정태 혼자 어이없어 웃는다.
소리 : (전화벨소리)
정태 : (받아들어) 예에.. ..제가 김정탠데요. 예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긴 했는데요. 실례지만 어디십니까?
..(듣다가) 아르바이트요? 아뇨 전 아르바이트는... (하다가 떠오르는 생각) 잠깐만요. (자세를 바로 잡으며) 어떤 일입니까?
S#12. 세미나실 앞 복도
정태 걸어오고 있다. 그러다 멈춰서 뭔가 생각해보고 다시 걷는다. 이번에는 걸음을 빨리해서.
S#13. 세미나실
정태가 들어선다. 민재와 지원이 앉아있다.
정태 : (웃으며 앉으며) 어어 미안 좀 늦었지?
민재 : 웃지 마. 오늘 발제는 니가 하기루 한거야.
정태 : 오늘 날씨 좋드라.
민재 : 어쭈. 무슨 날씨가 좋냐. 구질구질하구만. 요즘은 공기가 나빠서 비온 뒤에 무지개도 안 뜬다드라.
지원 : 시작하자. 복사해온 거 있으면 줘.
정태 : (가방을 들다가 멈추고) 그 무지개 말야.
민재 : 너 복사 안해왔지?
정태 : 맨 위쪽이 무슨 색이지?
민재 : 뭔소리야?
정태 : 빨주노초파남보.. 중에 무슨 색이 맨 위에 있지?
민재 : (생각해보는)
정태 : (지원을 본다) 알어?
지원 : 프리즘에 빛을 통과시키면 굴절각도가 작은 빨간색이 위쪽으로 오는 거 아냐? 상대적으로 각도가 큰 보라색은 아래쪽이고.
정태 : 좋아. 넌 빨간색이 맨 위로 온다는거지? 난 보라색. 내기하자.
지원 : 내기?
민재 : 난?
정태 : 넌 심판봐야지. (지원 보고) 어때.
지원 : 컴퓨터라면 안 받어.
정태 : 그건 단념했어. 나도 자존심 있어. 두 번씩 거절당하고 싶진 않어.
지원 : 내기 조건이 뭔데?
정태 : 이긴 사람이 원하는 거 무조건 한가지 들어주기. 자신 없으면 관두고.
소외당한 민재. 수상쩍어서 정태를 보고 지원을 보고..
S#14. 동아리방
민재가 두꺼운 책을 뒤져보고 있다.
민재 : 여기 어디 있다는 거야?
정태 : 잘 찾아봐. 답이 있을거야.
민재 : (보는) 그럼 넌 답을 알고 있었다는거야?
정태 : 그럼. 작년에 석사면접 때 나왔던 문제야.
민재 : 이 자식 이제보니 음흉한 놈이네.
정태 : 빨리 답이나 찾아봐. 증거를 대줘야 손 들 애니까.
민재 : (뒤적거리다가) 여기있다. (읽어내려가다가..) 지원이 말이 맞긴 한데..
정태 : 뭐? (놀라서 책을 뺏으려는)
민재 : 가만 있어봐. 일단 햇빛이 물방울에 반사 된 다음에 굴절되니까...위치가 바뀌는거지. 보라색이 위쪽이야. 니가 이겼어.
정태 : (씨익 웃는)
민재 : 근데 컴퓨터 말고 또 주고 싶은 게 있냐?
정태 : (미소가 멈춰 돌아보는)
S#15. 학생회관
지원이 현금인출기에서 잔액을 확인해보고 있다. 인출기에서 나온 종이를 읽어보고 옆의 쓰레기통에 버리는.
돌아서다 보면 정태가 서있다.
정태 : 내기 마무리져야지. 무지개 색깔 위치.
지원 : 그 내기는 무효야.
정태 : 어이. 너 치사한 면두 있었냐?
지원 : 넌 먼저 그 답을 알고 있었어.
정태 : 어쨌든 그 내기를 받아들인거잖아.
지원 : ...그렇게 내기가 하고 싶니?
정태 : 말 돌리지 말고.
지원 : 그럼 제대로 해보는 게 어때.
정태 : ... 뭘루.
지원 : (주위를 살피다가 당구장 간판을 본다) 당구로 할까?
정태 : (보다가 어이없어서) 이봐. 제대로 하자면서.
지원 : 포켓볼 한판.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이 원하는 거 뭐든지 한가지 들어주기. 자신없어?
정태 : (물끄러미 보다가) 나 중학교때 당구 배웠어. 무슨 뜻인지 알어?
S#16. 당구장 내부
가운데 공이 모여있다. 공이 흩어지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정태가 큐대를 잡고 있고. 옆을 본다. 지원이 큐대를 하나 골라서 길이를 가늠해보고 있다.
정태 : 어이 진짜 시작한다.
지원 : 해. 니가 먼저잖아.
정태 : (어이없어 웃고) 게임 방법은 아는거지?
지원 : 할거야 말거야.
정태 : 하자구. 해.
정태, 공을 친다. 정태 두 번 정도 공을 넣고. 세 번째 미스를 하고. 지원을 본다.
지원 대충 가늠하고 폼을 잡는데 그 폼이 장난이 아니다.
지원이 공을 치고 멋지게 들어가는 한 컷트.
정태, 표정이 달라져서 본다.
지원 자리를 옮겨 다시 멋진 플레이. 또 성공.
지원, 표정없는 얼굴로 다시 자리를 잡는다.
옆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던 학생들이 돌아본다.
(시간경과)
아이들이 주위에 둘러서서 구경을 하고 있다.
정태 아연해서 보고 있고.
당구대에는 공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다.
지원은 아주 어려운 각도를 노리고 있다. 지원 여러 자리를 잡아보다가 신중하게 공을 친다.
공은 몇 개의 각을 꺽으며 성공한다.
우와.. 탄성이 들리고.
지원, 정태를 돌아본다. 정태 믿을 수 없어서 보고 있다.
S#17. 캠퍼스 낮
학생회관 뒤 공터 정도..지원과 정태가 걸어오고 있다.
정태 멈춰서더니..
정태 : 말해. 원하는 게 뭐야.
지원 : 내가 원하는 거..
정태 : 니가 이겼으니까.
지원 : 음.. (생각해보는 척 하는데)
정태 : 그 전에. 너 혹시 쌍둥이 아니냐?
지원 : 뭐?
정태 : 구지원의 쌍둥이가 있어서 하나는 공부하고 아르바이트 하고 또 하나는 피아노 치고 당구 치는 거 아니냐고.
지원 : (좀 웃더니) 진 게 그렇게 분하니?
정태 : 아니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거야.
지원 : 넌 당구, 중학교 때 배웠다고 그랬지. 난 초등학교때 배웠어.
정태 : 초등학생한테 누가 당구를 가르쳐.
지원 : 아버지가.
정태 : (말이 막혀 보는)
지원 : (조금은 쓸쓸한 얼굴) 우리 아버지. 어렸을 때부터 나 당구장에 데려가셨어. 내가 잘 치면 자랑스러워 하셨구.
날 자랑하시려구 친구분들을 당구장으로 부르기도 하셨어.
정태 : ...
지원 : 내 조건, 말하기 전에 니가 이기면 나한테 뭘 시킬려구 그랬니?
정태 : 별거 없어. ...내가 하기 싫은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그거 대신해 달라고.
지원 : (미소) 그럴 줄 알았어.
정태 : 니 조건이나 말해. 각오하고 있으니까.
지원 : ... 나 아르바이트 하나 구해줘.
정태 : (보는)
지원 : 내가 이기면 내가 원하는 거 무조건 들어준다고 했잖아. 그걸 원해. 아르바이트 자리 나한테 줘.
정태 : (보다 허허 웃는)
지원 : 어떤 일인데?
S#18. 외부 커피숍
마주 앉은 지원과 재구. 재구가 명함을 내밀어 준다.
지원 받아들어 보고.. 다시 재구를 본다.
지원 : 실장님이시네요.
재구 : 조원그룹 전산실에 있습니다. 강병천이라고 하구요.
지원 : 전산학과 4학년 구지원입니다.
재구 : 흐음.. 이번 해킹대회에서 우승한 친구가.. 김정태라고 했나요?
지원 : 그런데요.
재구 : 그 친구가 자기보다 실력이 월등히 좋은 친구라고 적극 추천을 하든데, 여자분인줄은 몰랐네.
지원 : ... 무거운 걸 드는 일인가요? 남자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재구 : 아 그런 건 아니고... 하하 내가 말을 실수했나보네.
지원 : 어떤 일인데요.
재구 : 우리들로선 일년에 한번씩 시행하는 일종의 테스트에요. 우리 전산망 어디에 구멍이 뚫리진 않을지 알아봐야 되거든요.
지원 : 보안 컨설팅인가요?
재구 : 컨설팅 일을 맡기기 전에 실력을 먼저 알아보고 있어요. 이해하죠?
지원 : 네.
재구 : 우리 그룹 전산망에 들어와서 지정한 파일을 빼내 보내주는 게 학생에 대한 테스트에요.
성공을 하면 그 다음에 컨설팅을 맡길 생각이구요.
지원 : 알겠습니다.
재구 : 계약은 그때 가서 하겠지만.. 컨설팅 비용은 대략 오백에서 칠백만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원 : (좀 놀라는)
재구 : 적은가요?
지원 : 아뇨. 솔직히 말씀드리면 생각보다 많습니다.
재구 : 하하. (메모를 내밀며) 여기 빼낼 파일 이름하고 나중에 전송해줄 이메일 주소가 있어요.
지원 : (받아들어 보고)
재구 : 용량이 좀 크니까 tar로 묶어서 gzip으로 압축해 보내주면 됩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
이 일은 절대 비밀을 유지해 줘야 되요. 이해하겠죠? 우리 전산망이 뚫렸다는 얘기는 나돌면 곤란하니까.
지원 : 알겠습니다. 그런데..
재구 : 질문 있어요?
지원 : 이 일은 저 혼자에게 맡기는 건가요?
재구 : 그럴 수는 없죠. 각 학교에서 우수한 해커들을 조사해서 이 일을 맡기고 있어요. 물론 비밀이니까 서로 모르게 하고 있구요.
지원 : 그렇군요.
재구 : 명심해주세요. 이건 우리 회사 명예에 관계된 일이니까 절대 비밀을 유지해줘야 됩니다.
S#19. 동아리방
테이블 위에 놓여지는 노트북. 진수가 노트북을 놓았고. 그 옆의 지원.
(현재 만수는 침대에서 신문으로 얼굴을 덮고 자고 있는 중)
진수 : 부팅 패스워드는 AAA로 바꿔놨어요. 몇 개 파일엔 따로 패스워드를 걸어놨는데 상관없죠?
지원 : 그럼. 니 프로그램 건드리지 않고 조심해서 쓸게.
뒤에 정태가 들어오다가 둘을 본다.
진수 : 여기 내 일기도 있는데 누나가 한번 들어가보지 그래요.
지원 : 넌 어떻게 농담도 그렇게 진지하게 하니?
진수 : (웃는) 나 농담하는 척하면서 진담을 하는 성격일지도 몰라요.
지원 : 이거 얼마동안 빌려줄 수 있는거야?
진수 : 필요한만큼 쓰세요. 난 컴퓨터가 여기도 있고 방에도 있으니까 평소엔 그거 별로 필요없어요.
지원 : 나중에 대여비 줄게. 청구만 해.
진수 : 좀 비쌀텐데요.
둘 화기애애하게 웃고. 진수 일어서다가 뒤에 선 정태를 본다.
진수 : 아 정태형. 아까 민재형이 찾든데요.
정태 : 그래?
진수 : 호출해달라고 했어요. (지원에게) 그럼 누나 나중에 봐요.
지원 : 그래. 고마워.
진수 나가고, 정태 머뭇거리다가 옆의 의자에 대충 앉는다.
지원 노트북의 지퍼를 닫다가 정태를 본다.
지원 : 어제 만났어. 니가 소개해 준 사람.
정태 : 그래?
지원 : 조원그룹 전산실 사람이드라구.
정태 : 조원그룹이면 진수 아버지네 회사잖아.
지원 : 나도 놀랐어. (주머니에서 종이.. 재구가 준..를 꺼내더니 내준다) 이거.. 그 사람이 해킹해달라고 한 파일이야.
그 밑에 있는 건 빼낸 파일을 보내달라는 주소고.
정태 : (종이는 보지도 않고) 보안시스템을 점검해달라는 거냐?
지원 : 일단 해킹으로 테스트해보고 성공을 하면 컨설팅을 맡긴대.
정태 : 그래.
지원 : 너도 해봐.
정태 : 뭘 나도 해봐.
지원 : 어차피 그 사람들 여러 학생들을 놓고 평가하나봐. 먼저 성공하는 사람에게 일을 준대. 그러니까 너도 했음 좋겠어.
이거 어차피 니가 맡았어야 할 일이잖아.
정태 : (짜증스러운 얼굴이 된다)
지원 : 난 해킹대회에서 너한테 졌어. 이거 보수가 너무 많아. 그냥 내가 갖긴 찝찝해. 그러니까..
정태 : (잘라서) 좀 대충 할 수 없어?
지원 : (보는)
정태 : 이젠 정말 화가 나려구 그런다. 니 성격 정말 짜증나는 거 알어?
지원 : (차분하게) 지금 내 성격에 대한 얘기하는 거 아니잖아.
정태 : (흥분하지는 말고) 아님 나한테만 그렇게 깐깐하게 구는거냐? 진수한텐 노트북까지 빌리면서,
내가 처치곤란이라는 컴퓨터는 건드리기도 싫고.
지원 : 난..
정태 : (일어서며) 됐어. 그만하자. (주머니에서 시디케이스 하나 꺼내 테이블에 던지듯놓으며) 이거 내가 만든 해킹 프로그램인데
만나면 줄려고 그랬던 거니까 주는거야. 받든말든 아르바이트 하든말든...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정태 나가버린다. 지원, 입술을 깨무는 기분으로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 따라 나간다.
문이 닫기는 순간, 자는 듯 누웠던 만수 벌떡 일어나 앉는다.
만수 : 이게 무슨 잠이 번쩍 깨는 소리일까.
테이블쪽을 돌아봤다가 후다닥 달려온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메모 종이와 시디케이스.
만수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집어든다.
만수 : 내 귀에 이상이 없다면 분명히 그랬어. (지원의 목소리로) 이거 보수가 너무 많아.
S#20. 이교수 랩
작업을 하던 명환 돌아본다.
만수 방안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입이 찢어지고 있다.
명환, 중희를 돌아본다.
명환 : 쟤 아까부터 왜 저러냐.
중희 : 직접 물어보죠 뭐. 어이 정만수.
만수 : (여전히 희희낙낙한 얼굴) 네이?
중희 : 너 오다가 오백원짜리라도 주웠냐?
만수 : 오우 돈. 돈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선배님들 제가 뭐하나 물어볼게 있습니다. 요즘 기업에서하는 전산컨설팅 말입니다.
그거 해주면 얼마나 받습니까? 보수. 돈이요.
명환 : (어이없어) 너랑 상관없잖아.
만수 : (명환을 툭 치며) 아잉 그냥 갈쳐줘요.
명환 : 이천만원까지 받는 사람 봤는데. 왜.
만수 : 히익 이이이천만..
명환 : 나두 하나 물어볼 게 있다.
만수 : 아이구. 이런 감격스런 일이.. 하긴 모르는 걸 물어보는 건 죄가 아니지요. 물어보세요.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리겠슴다.
명환 : 너 오전 내내 어디 갔다 온거냐?
만수 : 거야 몰래 한숨 자고 왔죠. 이렇게라도 내 몸 내가 돌보지 않으면요.
여긴 내가 자는지 굶는지 신경써 주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중희 지나가다가 만수의 뒤통수를 치며.
중희 : 넌 말하기 전에 생각을 좀 해라. 머리통은 뭐하러 달구 다녀.
만수 : 우씨. 머리만은 때리지 말아달라구 했잖아요. 안그래도 시원찮은 머리통인데.
S#21. 지원의 방/ 낮
채영이 있던 침대는 비어있고. 채영 쪽 책상들도 비어있는 상태.
지원이 책상 위에 노트북을 놓고 작업 중이다. 해킹중인 화면..
S#22. 캠퍼스
이제 밤이 되었다.
S#23. 교내 복도 / 밤
백곰이 순찰 중이다. 어두운 복도를 걸어오며 각 방을 점검하고 있다. 문이 잠겨있는지 손잡이를 돌려보기도 하고..
S#24. 이교수 랩 / 밤
만수 혼자 남아서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 시디롬에 정태의 시디를 정성스레 꼽는다.
손가락 운동을 하고 마우스 조작을 하기 시작한다.
S#25. 지원의 방 / 밤
지원 여전히 작업 중이다. 실패하는 화면.
지원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시도한다.
잠시 후, 화면에 성공되는 장면. (이것은 접속에 성공하는 화면입니다)
지원 미소가 떠오른다.
다시 화면.. 잠시 후 권한 획득을 하는 장면.
지원의 열중하고 있는 얼굴.
[niceguy]/project/dram_4g/cellcore/cds 밑에 *.fds 파일이 잡힌다. (파일을 찾는 커서... 복사.)
복사가 되는 동안 지원, 기지개를 켜고 뻣뻣한 목을 주무른다.
다시 화면이 비친다. 증거 인멸을 하는 화면의 모습들..
S#26. 이교수 랩
만수 화면에 열중해있다.
만수 : 어. 그래 그렇지. 그거야. 하아 정태 이 놈 신통하네. 그래서.. 그러니까..(마우스를 움직여 정성스레 클릭하는)
화면에 들어갔음을 알리는 표시.
만수, 우히히히 좋아서 난리가 났다. 인디언 비명을 질러대는데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백곰.
백곰 : 거기 학생.
만수 : (지레 놀라서 그냥 컴퓨터를 꺼버린다)
백곰 : (수상해서 보는)
만수 : (모니터를 막다시피 서서) 왜요.
백곰 : 방금 뭐하고 있었습니까?
만수 : 방금요? 아 방금.. 연구하고 있었죠.
백곰 : (여전히 수상하지만) 연구를 하려면 조용히 해야지요. 이 밤중에 그렇게 괴성을 질러대면 옆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는
분들에게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걸 압니까 모릅니까.
만수 :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백곰 : 그리고.. (방을 둘러보더니) 혼자 있습니까?
만수 : 그런데요.
백곰 : 그럼 방의 불을 다 켜고 있을 필요가 없잖습니까. 한방울의 기름도 아껴야 할 때입니다. 필요한 전등만 빼고는 불 끄세요.
만수 : 그러죠. 뭐.
백곰 : 학생 얼굴이 눈에 익는데. 지난 축제때 맥주 마시던 학생 아닙니까?
만수 : 이야아 아저씨 기억력 좋으시네. 저 정만수에요. 정만수.
백곰 : (휙 노려보는) 정수만이 아니고?
만수 : 아.. (기억이 났다) 하 하 하 사실은 정만수에요. 저엉 마안수우.
백곰 : 이 백곰 한번 속지 두 번은 안 속습니다. 이거 봐. 학생. 본명을 대!
S#27. 반도체동 전경 / 낮
S#28. 반도체동 탈의실
민재와 정태가 방진복을 갈아입고 있다.
민재 : 우리 디캡 보고서 다음주까지 내는 거였나?
자막 : 디캡()
정태 : 그럴 걸.
민재 : 내참. 사진 하나 보고 똑같은 반도체 회로를 만들라니. 난 암만 봐두 눈만 아프지 진도가 안나가네.
정태 : 넌 눈만 아프니 좋겠다. 난 머리두 아퍼. 소화두 안되고 위도 아퍼. (나가려는데)
민재 : (잡더니) 그래서 어떻게 됐어.
정태 : 뭐가 어떻게 돼.
민재 : 지원이. 아르바이트 잘 하구 있는거야?
정태 : (대답하기 싫은)
민재 : 그러구보면 너두 참 끈질겨. 응? 그건 승부근성이냐. 아님. 에.. 뭔가 다른 소오스가 들어있는 걸까?
정태 : 이민재.
민재 : 어 말해.
정태 : 당분간 내 앞에서 구지원 얘기는 빼줄래.
민재 : ?
정태 : 먼저 나간다.
민재, 히이 재미있어져서 쫓아나가며.
민재 : 야. 그 담에 또 뭔 사건이 있었는데?
S#29. 반도체 실험실
학생들이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유교수와 조교인 창현이 학생들 사이를 돌며 조언해주고 있고.
정태와 민재가 한조가 되어 작업하는 곳.
스피너 안의 조그만 칩에 약품 한두방울을 떨어뜨리는 민재. 칩이 녹으면서 가운데 드러나는 회로.
옆에 와 보던 창현(반도체 랩의 박사과정)
창현 : 잘하고 있네. 자 이제 가운데 부분이 녹으면서 회로가 드러나지? 이제 이걸 사진 찍고. 확대해서 원래 회로를 추출하면 돼.
(가려는데)
민재 : 근데 어째 좀 찝찝하네요.
창현 : 뭐가.
민재 : 이게 노골적으로 말하면 남의 기술을 역추적하는 거잖아요. 이럴 시간에 그냥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창현 : 학기마다 너같은 질문을 하는 애가 꼭 하나씩 있드라. 마. 이건 나라마다 다 기본으루 하는 작업이야. 외국에서 어떤 회로를
설계했다. 그래서 칩이 새로 나왔다. 그럼 이 디캡기술이 있어야 그쪽에서 우리 특허를 침해했는지,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그럼 우리는 이 다음에 어딜 발전시켜야 되는지 알 수 있잖냐.
정태 : 나도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창현 : 실험에 관계되는 걸로 해.
정태 : 물론 관계되죠. 우리 실험복 말입니다. 좀 다른 디자인으로 하면 안될까요?
창현 : 디자인이 왜.
정태 : 보세요. 우리 텔레토비 같지 않어요?
민재 킬킬대고 웃으며 포즈를 취해보다가 유교수의 시선을 느끼고 얼른 실험자세로 돌아간다.
S#30. 행정동 앞
좀 멀리 보이는 앵글.
학교 직원 한명과 나서는 김형사와 정복 경찰 한명.
마악 순찰차를 타고 도착하는 백곰. 얼른 차에서 내려 직원 쪽으로 간다. 직원이 양쪽을 소개한다.
백곰, 바싹 군기가 들더니 형사를 향해 절도있게 경례를 붙인다.
S#31. 교내 복도
대욱과 지민이 걸어오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욱 : 그래서 넌 민재형 어디가 그렇게 좋단 얘기야.
지민 : 멋있잖아요.
대욱 : 글세 여자는 남자의 어떤 점이 멋있어 보이냐고.
지민 : 그거야 남자마다 다 다르죠.
대욱 : 넌 민재형이 좋대매.
지민 : 어.. 난 좋아하는 남자가 좀 많은데.
대욱 : (멈춰서서 심각하게) 좀 구체적으로 말해봐. 여자는 남자의 어떤 점에 맛이 가는가. 내가 지금 그 정보를 수집하고 있거든.
지민 : 민재오빠는 로봇 보는 눈빛이 너무 좋구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 미소가 정말 죽여요.
대욱 : 디카..뭐?
지민 : 박찬호 오빠는 아우.. 사진만 봐두 가슴이 떨려. 그 눈썹이 제일 맘에 들거든요.
대욱 : (한심해지고 있다)
지민 : 그리고 ...아. 난 우리 처장님도 너무 멋있어요. 목소리가 으흐흐. 완전히 서라운드 돌비 시스템으로 듣는 거 같잖아요.
대욱 더 말하고 싶은 맘이 없어져서 걷기 시작한다.
지민 : (따라 붙으면서) 왜요. 누구 맘에 드는 여자 있어요? 그 여자한테 멋있게 보이구 싶어요?
대욱 : 여자가 있어두 넌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됐어.
그러다 걸음이 멈춰본다. 지민도 멈춰본다.
저 앞에 형사와 경찰. 백곰. 직원이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다. 그들, 대욱네를 지나쳐 간다.
백곰이 안내를 하며.
백곰 : 이 쪽입니다. 용의자는 낮 시간에 대부분 그 랩에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S#32. 이교수 랩
명환과 중희, 다른 학생 두어명이 보는 가운데..
만수는 완전히 겁에 질려서 보고 있고. 그 만수의 뒤에는 도주를 방지하려는 듯 정복 경찰이 바싹 붙어있고.
김형사가 만수의 컴퓨터 앞에 서서.
김형사 : (직원에게) 확인한 번호가 이 컴퓨터인 거 맞지요?
직원 : 그런데요.
김형사 : (백곰에게) 어제 새벽 두시경, 이 컴퓨터를 쓴 학생이 저 학생이구요.
백곰 : 그렇습니다. 한밤중에 혼자 이 방에 있었습니다. 제가 확실히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오자 마치 범죄 현장을 들킨 현장범처럼 컴퓨터를 껐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김형사 : (그제서야 만수에게) 인정합니까?
만수 : 뭐뭐뭘요?
김형사 : 어제 새벽 두시경 이 컴퓨터로 작업을 했어요?
만수 : 제제제가요?
명환 : (만수 옆으로 오며) 잠깐만요. 무슨 일인지 먼저 알았으면 하는 데요.
김형사 : (명환을 돌아보는)
명환 : 전 이 랩에 랩장인 정명환이라고 합니다. (만수에게) 아무 말이나 다 대답하지 말고 좀 가만 있어봐.
김형사 : (미소 지어) 이 학생이 어제 새벽에 대단한 일을 했어. (만수를 향해) 근데 해킹을 하구나서 흔적을 그대로 남겨놨더구만.
만수 : (떨리지만) 그건 저 아저씨가 들어오는 바람에 그래서 내가 그냥 도중에 꺼버리는 바람에.. 흔적 지우는 건 저도 아는데..
명환 : (얼른 자르느라고) 만수야.
만수 : (반쯤 넋이 나가있다) 예?
김형사 : 자 일단 가서 조사를 좀 받아줘야겠어요. (제복 경찰에게 눈짓하는)
제복 경찰이 만수를 끌고 나간다. 만수 거의 울며 끌려나가며..
만수 : 엄마야. 잠깐만요. 아저씨. 그게 아니구요. 명환이 선배. 중희 선배.
백곰 : (얼른 도와서 끌고 나가며) 어허. 우리 학교 학생답게 체통을 지켜요. 이게 무슨 꼴이야.
김형사 : (만수의 컴퓨터를 만지며) 이 컴퓨터를 좀 가져가야겠는데.
(그러다가 아직 시디롬에 꼽혀있던 시디를 빼낸다. 유심히 시디를 들여다보는)
명환 : 중희야. 너 가서 이교수님 모셔와. 얼른.
S#33. 랩 앞 복도
중희가 후다닥 뛰어나와 달려간다.
이만치서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고 있던 대욱과 지민이 서로 마주본다.
S#34. 건물 앞
김형사가 터덜터덜 걸어나오는데 그 뒤를 부지런히 달려나오는 중희와 이교수.
중희가 이교수에게 김형사를 가르켜 보인다.
이교수 : 저기 잠깐만요.
김형사 : (멈춰 돌아보는)
이교수 : (중희에게) 이분 맞어?
중희 : 예 형사분이라고 했어요.
이교수 : (형사 앞에 서서 옷깃을 탁탁 바로잡으며) 저 이희정 교수라고 합니다. 듣자하니까 제 학생에게 문제가 생겼다구요.
김형사 : 아 저는 경찰청 컴퓨터 범죄수사대에 김성만입니다. (신분증을 꺼내는)
이교수 : 어..디에 계시다구요?
중희 : (이교수에게) 교수님 저기..
중희가 가르키는 곳을 보면, 거기 차가 한 대 세워져 있고. 차 옆에 제복 경찰이 지키고 서 있고.
차 뒷좌석에서는 만수가 너무나 애타게 유리창을 문지르며 이교수에게 뭐라 소리지르고 있으나 안들린다.
이교수 : 저 학생이 내 지도교수.. 아니 내가 저 학생 지도교숩니다. 대체 무슨 일인가요?
김형사 : 어제 조원그룹 반도체 전산망에 침입한 해커가 있었습니다. 추적해 본 결과 저 학생이었구요.
이교수 : 그럴 리가.. 확실해요? 쟤는 만수에요. 정만수.
김형사 : 이름이 그렇다고 하는군요. 일단 조사해본 뒤에 연락 드리겠습니 다.
이교수 : 아니 잠깐만요. 우리 정만수가 기업 전산망을 해킹해요? 그럴 수가 없는데..
김형사 : 아마 교수님께도 몇가지 질문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군요. 그럼 나중에..
고개 숙여보이더니 차 쪽으로 간다. 만수는 아직도 애타게 손짓을 하고 있다.
이교수 어이없어서 보고만 있다.
S#35 석학의 집
재명, 옥주, 마이클, 대욱 지민이 모여있다.
옥주 : 말도 안돼. 만수 오빠가 무슨 해킹을 해.
대욱 : 글세 말이 되건 안되건 난 본대로 들은대로 전해주는 거야.
재명 : 그러니까 만수형이 기업에 해킹을 해서 자료를 빼냈다는거야?
지민 : 거기까진 모르구요. 하여간 형사가 와서 잡아갔대니까요.
마이클 : 만수형 스파이했어? 돈 받고 했어? 얼마나 받았는데?
옥주 : 아유 가만 있어봐. 만수오빠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리고 솔직히.. 그럴 실력도 안되잖아. 그건 우리가 다 알잖아.
마이클 : 와우 근데 폴리스는 어떻게 만수형인줄 알았어?
대욱 : 해킹을 하다가 그냥 컴퓨터를 껐나봐.
마이클 : 만수형 바보였어? 그러니까 잡히지. 크리닝을 깨끗이 하고 나와야지.
옥주 : 넌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야?
진영이 미순을 끌고 온다.
진영 : 글세 얘들 얘기 좀 들어보라니까요.
미순 : 뭐야. 무슨 소리야. 만수가 잡혀가다니?
재명 : 뭔가 오해가 있나봐요. 만수형이 뭐하러 남의 기업에 헤킹을 해요.
대욱 : 아냐. 확실한가봐. 백곰이 딱 집어내든데. 그 시간에 그 컴퓨터루 뭔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미순 : 누가?
대욱 : 캠폴아저씨 있잖아요. 커다란 백곰아저씨.
미순 : 그인간이 미쳤나. 아니 집을려면 그럴듯하게 집든가. 만수가 무슨 범죄를 저질러. 기껏해야 외상값을 안갚는다 그정도겠지.
옥주 : 그렇죠? 언니두 그렇게 생각하시죠?
미순 : 가만 있어봐. 만수가 외상값이 남아있는데.. 이거 어떡게 되는거야. 그럼. (장부를 꺼내 뒤지는)
S#36. 이교수 랩
이교수가 오락가락하며..
이교수 : 너희는 이해가 되니? 만수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 짓을..아니지 부족한 게 너무 많아서 그런 짓을 할 수도 없는 애잖아.
내가 잘못 본건가?
중희 : 아닙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교수 : 요즘 만수가 해킹에 대해서 무슨 얘기하는 거 못 들었니? 아님 해킹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한다든가..
명환 : 어.. 며칠 전에 그런 얘긴 했었는데..
이교수 : 무슨 얘기?
명환 : 전산컨설팅을 해주면 얼마나 받냐.. (중희 보며) 그런 얘기였지?
중희 : 아 맞아요. 그 때 돈 얘기했었죠.
이교수 : 그래서.
명환 : 그거 뿐인데요.
이교수 : (초조해서 생각해보다가) 저기 박교수한테 전화 좀 넣어줄래? 아무래도 이런 건 전산과 교수한테..
중희 : (벌써 전화기로 움직였는데)
이교수 : 아냐아냐. 내가 직접 가보는 게 낫겠다. (문으로 가다가) 니들은 여기서 하던 거 마저 하구 있어.
심란해할 거 없어. 알았지?
명환 : 예.
이교수 : (다시 문 열다가 멈춰서) 너무 걱정할 거 없어. 뭔가 오해가 있는 거니까 금방 풀릴거야. 알았지?
명환 : 예.
이교수 나가려다 멈춰서 무슨 얘기 또 하려다가 그냥 나간다. 문이 닫기고..
S#37. 박교수 연구실
남희가 초조해서 보고 있고. 그 앞에 박교수와 이교수.
박교수 : 허어.. 조원그룹의 반도체 전산망이라면 이야. 웬만한 실력가지고 들어가기 어려웠을텐데..
이교수 : 아까 온 사람이 컴퓨터 무슨.. 범죄 수사댄가.. 거기 있는 형사였어요.
그게 그러니까 해커들을 단속하는 특수수사대 같은 건가부죠.
박교수 : 이야. 이름도 폼나네. 특수 범죄 수사대..
남희 : 교수니임. 만수가 잡혀갔대잖아요.
박교수 : 아참 그 얘기였지 지금.
남희 : 만수 걘 좀 멍청해서 그렇지 무슨 범죄 저지를 애는 아니에요. 그럴 애가 아니라구요.
박교수 : 나야 모르지.
남희 : 교수님.
박교수 : 알았어. 생각을 좀 해보자구. 일단 컴퓨터 범죄에 대해서..
이교수님 전산망보급확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 들어보셨어요?
이교수 : ...뭐요?
박교수 : 그게 말하자면 해커단속법인데요. 그냥 단순해킹에 경우에도 징역 3년이하입니다.
이교수 남희, 놀라서 보는.
박교수 : 그러니까 만수군이 아무 짓도 안 저지르고 그냥 장난삼아 해킹만 했다고 해도 징역 3년 이하의 범죄자가 되는 거라구요.
이교수 : (좀 겁나서) 그럼 그.. 단순이 아니고 더 심한 거라면요?
박교수 : 만약에 비밀 자료를 빼냈다. 혹은 그걸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 이럴 경우에는 5년 이하. 5000만원 이하.
이 정도면 강도미수하고 비슷한 거 아닌가. 그쪽은 잘 모르지만.
이교수 : (정신이 번쩍 났다) 아니 잠깐만.. 거기가 조원그룹이라고 했거든요.
저번에 왜 물리과 서교수가 거기 회장님하고 잘 안다고 하지 않았나요.
박교수 : 맞다 잠시만요. (전화기로 달려갔다가 멈춰서) 근데 진짜에요? 만수군이 거기 정말로 뚫고 들어갔어요? 거 대단하네에..
S#38. 지원의 방
빈 방에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소리 : (전화벨)
지원이 세탁을 해서 말린 세탁물들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다가 총총 걸어와서 전화를 받는다.
지원 : 여보세요. ... 지석이니? 왜? ...아버지가? 무슨 소리야. 아버진 집에만 계신다구 했잖아.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셔. ..뭐?
그래서.. 그냥 허리만 다치신거야? 침을 맞어? 아니 그러지 말고 정형외과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봐 야 되는 거 아냐?
(듣다가) 나한테 돈이 좀 있으니까 우선 그거 보내구. 그리고 마지막 시험은 리포트니까 그거 제출하는대로
내가 내려가볼게. 그래. 응.. 오래는 못 가있어. 새로 일을 맡을 거 같애. 응..
S#39. 처장실
처장 앉아있지도 못하고 오락가락 하면서.
그 앞에는 서교수와 박교수가 같이 앉아있다.
처장 : 하아참. 내 언제고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어요. 박교수께서 해커가 국력이니 뭐니 떠드실 때부터 뭔가 불안했다구요.
박교수 : 오천해커 양병설 말씀이시죠. 그건 맞는 말인데요.
처장 : (휙 보면)
박교수 : (찔끔해서 딴데 보고)
처장 : 이교수는 서울 갔다구요?
박교수 : 예. 그 학생을 만나봐야겠다구요. 서울경찰청 컴퓨터 범죄수사대루 가셨습니다. 네.
처장 : (서교수에게) 조원그룹쪽엔 연락 좀 해보셨습니까.
서교수 : 해보긴 했는데 얘길 잘 안해주네요. 일단 자기네 보안망이 뚫렸다는 게 외부에 알려질까봐 쉬쉬하는 눈치였어요.
아무래도 그런 소문이 나면 회사 이미지에 안 좋을테니까요.
처장 : 그렇겠지요. 그럴거에요. 아니 그러니까 대체 그 학생이 왜 남의 회사 전산망은 뚫고 들어간 거에요.
박교수 : 이교수께서 바로 그걸 알아보러 가신거죠.
처장 : 장난을 칠려면 우리 학교 전산망을 가지고 하든가. 아니 왜 남의 회사엔 들어가요.
서교수 : 그냥 회사가 아닙니다. 반도체 회사에요. 반도체라면 보안이 생명인 곳이잖아요.
국제적으로 산업스파이들이 많은 분야기도 하고..
처장 : 산..산업스파이요?
서교수 : 설마 우리 학생이 그럴 리는 없지만요. 그래도..
처장 : 허어.. 이거 어떡하나. 교수님들 긴급회의라도 열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가만 있자.
반도체 분야라면 우리 유회준 교수님께 자문을 좀 구해야겠네. (부리나케 전화기 버튼을 누른다)
박교수 : (서교수에게 조용히) 이래서 오천해커 양병설이 더 필요한거야.
해킹을 해서 들어오는 산업스파이를 막아내는 건 역시 해커 밖에는 없대니까.
처장 저쪽에서 신호음을 기다리며 박교수를 노려보고 있다.
S#40. 박교수 연구실
남희 : (초조해서 괜히 책상을 탁탁탁 치며 생각하고 있는데)
소리 : (노크소리)
남희 :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지원.
남희 : 어 지원이 왔구나. 왜.
지원 : (들고온 리포트를 내며) 이거 리포트 가져왔어요.
남희 : 벌써?
지원 : 집에 좀 다녀올 일이 생겨서요. 미리 제출해놓으려구요.
남희 : 그래. (건성으로) 잘 갔다 와.
지원 : 네. 다녀올게요.
지원 나가고.. 남희는 벌떡 일어나 서성이며.
남희 : 아유 맨날 사고를 치면서 그걸로 모잘라서 이런 일까지 저질러. 하여간 이제까지 목숨 붙이고 살아온 것두 용해.
(멈췄다가) 정만수. 너 감옥에 들어가기만 해. 내가 가만 안 놔둘 거니까.
S#41. 도서관 앞 / 저녁
진수가 가방을 메고 나서고 있다.
소리 : (핸드폰 벨소리)
진수 : (핸드폰을 꺼내 받는) 정진숩니다. 네? 아 강실장님..... 왜요. 무슨 일인데요.
듣는 진수의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S#42. 동아리방 / 밤
민재 어이없는 얼굴로 보고 있다가 허허 웃는다.
민재 : 무슨 소리야. 만수형이 해킹을 하다니.
민재와 정태, 그 앞에는 재명과 대욱.
재명 : 대욱이 형이 잡혀가는 거 봤대.
대욱 : 형사가 와서 잡아갔지요. 형사. 야아 난 진짜 형사 처음 봤네.
정태 : 에이 뭔가 오해가 있는 거겠지.
재명 : 그렇겠지? 설마 형사가 잡아간다구 다 감옥에 가는 건 아닐거야.
대욱 : 감옥은 아니래두 유치장엔 가지 않을까. 지금 벌써 저녁이잖아. 조사가 안 끝나면 유치장에서 자는거지 뭐.
민재 : (좀 심각해져서) 법률상으로 조사하는 사람은 몇시간 이상 잡아놓지 못한다.. 뭐 그런 거 없었나?
정태 : 음.. 이십사시간인가.
대욱 : 거봐요. 그러니까 유치장에서 자는거지.
그 때 문이 열리며 진수가 좀 급하게 들어선다.
진수 : 지원이 누나 호출기 있어요?
민재 : 지원이? 걔 호출기 없어. 왜.
진수 : 기숙사 방에선 안받는데. 어디 있을지 몰라요?
정태 : (보는)
민재 : 글세. 도서관에 있거나.. 어.. 아르바이트 갔나?
진수 : (더운 듯 옷깃을 끌어내리며) 아르바이트 하는 집 전화번호는 모르구요?
민재 : 모르지.
정태 : 무슨 일이냐구 묻잖아.
진수 : (잠시 망설이다가) 회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만수선배가 우리 회사 전산망 해킹한거 아시죠?
민재 : 그게 느네 회사였어?
진수 : 근데 만수선배가 경찰에서 다 자백을 했대요. 그게 원래는 지원이 누나가 하려는 걸 옆에서 들은 거라구요.
정태 : (삐딱하던 자세가 바로되며) 뭐야?
진수 : 지원이 누나가 누구한테 돈을 받기로 했단 말도 했대는데...무슨 일인지 알아요?
민재 정태를 돌아본다. 정태, 믿기지 않아서 진수를 노려보고 있다.
S#43. 기숙사 앞 밤
지원이 크지 않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나서고 있다.
지원 아무 생각없이 손목 시계를 보며 걸어나오다가 문득 앞을 보면,
거기 어떤 여학생이 김형사에게 지원을 손가락질해서 가르쳐주고 있다.
김형사 옆에는 사복 차림의 다른 남자(동료 형사)가 같이 서있다.
지원 무슨 일인가 해서 걸음을 멈춰 본다.
김형사 지원을 보더니 뚜벅뚜벅 앞으로 와 선다.
김형사 : 구지원씨?
지원 : ..네 전데요.
김형사 : 그거 들고 있는 거 여행 가방인가.
지원 : ....누구시죠?
김형사 : 어딜 가려던 중이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지원 : 누구신데 그걸 알고 싶어하시는 거죠?
김형사 : (신분증을 꺼내 보여준다) 컴퓨터 범죄 수사대에서 나왔어요. 용의자가 도피의 가능성이 있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는 긴급체포라는 걸 할수 있지.
지원 : ..(아직 이해가 안되서 보고 있다) 뭘.. 해요?
김형사 : 변호사 선임을 할 권리가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어요. 자 같이 갈까.
지원 :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안되는데요.
김형사 : (주위를 둘러본다)
아까 지원이를 가르쳐 주었던 여자학생과 몇몇이 이쪽을 보고 있다.
김형사 : 주위에 친구들이 보고 있는 거 같은데.. 수갑을 채워서 데려가고 싶진 않거든. 조용히 같이 걸어가는 게 낫지 않겠어?
지원 : (아연해서 보고 있다)
S#44. 기숙사 근처 주차장
옥주가 지민이와 뭔가 종알거리면서 오다가 보면.
지원이 김형사와 함께 차에 타고 있다.
옥주 : 언니.. 지원이 언니.
차에 타려던 지원이 옥주를 돌아본다.
옥주 : (팔랑팔랑 뛰어가서) 어디 가? (김형사 보며) 누구셔?
지원 : (잠시 머뭇거리는)
김형사 : (기다려준다)
지원 : (결심하여 옥주에게) 이분 형사분이래. 조사할 게 있대서 같이 가는 중이야. 다녀 올게.
지원 차에 탄다. 김형사 그 옆으로 타고.
옥주 완전히 놀라서 보고 있다. 그 뒤로 지민이가 역시 놀란 얼굴로 다가온다.
지민 : 이게 무슨 일이래.
옥주 : 너 지금 언니가 한 말 들었니?
지원이를 태운 차가 출발해서 간다.
옥주 : (지민을 보며) 너 지금 나하구 똑같은 말 들은거야?
S#45. 동아리방
정태가 초조하게 전화기를 들고 있다. 민재 그 옆에서 보고만 있는.
진수와 재명이 대욱이도 있고.
정태 : (상대의 신호음이 떨어졌는지) 여보세요. 거기 서울 114죠? 서울 경찰서 중에 컴퓨터 수사하는 데 있습니까?
거기 전화번호를 알고 싶은데요. 어... 아뇨. 어느 경찰서인지 모르는데..
좀 듣다가 거칠게 끊어버린다.
민재 : 김정태. 좀 앉아봐. 앉아서 얘기를 정리해보자구.
정태 : (애써 흥분하지 않고 있다) 정리할 거 없어. 그 아르바이트는 내가 먼저 받은거야. 알았어? 이건 아르바이트였다구.
민재 : 그래서. 니가 먼저 경찰서에 가서 자수를 하겠단 거야.
대욱 : 아니 잠깐만요. 이건 자수가 아니죠. 형이 잘못한 게 없으면 자수가 아니라 뭐냐.. 에..
정태 : (진수를 보면)
진수 : (핸드폰으로 이미 전화를 하고 있다) 여보세요. 강실장님? 저 정진순데요. 지금 우리 회사 해킹 문제 어디에서
수사하고 있죠? 예. (근처의 볼펜을 끌어서 메모를 하는..)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옥주가 뛰어든다. 반은 울고 있다.
옥주 : 어뜩해. 재명아. 민재오빠 어뜩해.
재명 : 뭐야. 옥주야 왜그래.
옥주 : 지원이 언니 잡혀갔어. 형사 차 타구 갔어. 잡혀갔다구.
지민 : (그 뒤로 뛰어들며) 금방 갔어요. 지원이 언니 뭐 잘못했어요?
지민의 옆을 스치며 정태가 뛰어나간다. 민재 따라 뛰어나간다.
진수, 놀라서 잊고 있던 핸드폰을 다시 귀에 대더니.
진수 :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끊습니다.
전화를 끊고 메모했던 종이를 들고 일어선다.
그 뒤로 재명이가 옥주를 달래는 모습이 보이고.
S#46. 서울 경찰청 전경 / 밤
경찰차 한 대가 들어서고. 입초가 확인하거나 경례를 붙이는 모습이 보이면 더 좋고.
S#47. 긴 복도
조용하고.. 한밤중이라서 어두운 분위기이고.
주욱 트래킹하다 보면 어느 문에 걸려있는 팻말. [컴퓨터 범죄수사대]
S#48. 수사대 사무실 / 밤
벽시계가 밤 한시를 넘어가고 있다.
여러개의 책상.. 그 위에 컴퓨터들.. 그리고 사무실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몇 개 스케치.
저만치에서 형사 한명이 등을 보이고 무너가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만치 책상 앞에 똑바로 앉아있는 지원. 방안을 둘러보다가(이제까지의 스케치가 지원의 시선인 듯) 돌아보는 곳.
문이 열리며 김형사가 들어오고 있다. 지원의 앞 책상으로 와서 앉는다.
지원 : 확인하셨어요?
김형사 : 했어.
지원 : 그럼 ..됐지요?
김형사 : (지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다. 거짓을 알아내려는 듯) 아르바이트로 한거다.... 그쪽에서 찾아왔다...
지원 : 네. 이 일을 제대로 하면 그 다음에 컨설팅 일을 맡겨준다고 했어요.
김형사 : 그래.. 그런데 말이지. 조원 쪽에서는 그런 일을 시킨 적이 없다고 하는데?
지원 : (놀라서 보다가) 그 명함에 있는 분에게 물어봐주세요. 전산실장님이라고 하셨어요.
김형사 : (책상 위의 명함을 집어서 보는) 이 사람이 직접 아르바이트를 시켰다 그랬나?
지원 : 네. 이런 일은 극비로 하는 게 보통이니까 어쩌면 다른 부서의 분들은 모를지도 몰라요. 직접 그분에게 물어봐주세요.
김형사 : (물끄러미 지원을 보다가) 아가씬 아주 영리하거나 아니면 아주 당당한거군.
지원 : 네?
김형사 : 연극을 하고 있는 거라면 구십점은 넘는다고.
지원 : (화를 누르고 뭔가 말하려는데)
소리 : (노크소리 )
김형사 : 예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40대의 남자가 들어온다. 전형적인 샐러리맨의 복장.
김형사 : (일어서며) 이렇게 늦게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강실장 :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하며 지원을 살펴보는)
김형사 : 이 아가씨를 아십니까?
강실장 : 아뇨. 얘가 그앱니까?
김형사 : (지원을 보며) 이분을 아나?
지원 : (고개를 젓는) 아뇨. 처음 뵙는 분인데요.
김형사 : (명함을 집어 강실장에게 내준다)
강실장 : (보더니) 이건 제 명함인데요.
지원 놀라서 저도 모르게 일어선다.
지원 : 아저씨가 전산실장님이시라구요?
강실장 : 그렇지 내가 강병천이야. (김형사를 보는) 뭐가 어떻게 된겁니까?
김형사, 담배를 하나 빼어 물더니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지원, 잠시 현기증을 느끼며 옆의 책상을 짚는다.
S#49. 유치장 내부
철창 안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남자의 구두소리. 지원의 발소리 같이 들리다가 정복 경찰이 지원을 데리고 철창 앞으로 온다. 철창 열리는 소리.
지원, 머뭇거리고 섰는데, 경찰이 지원의 등을 떼민다.
담요 한 장을 안은 채 비틀거리듯 안으로 들어서는 지원. 등 뒤로 철창 문 닫기는 소리에 지원 움찔해서 돌아본다.
경찰은 다시 뚜벅뚜벅 가버리고.
지원 어쩔 수 없이 겁에 질려 내부를 둘러본다.
어떤 아줌마가 구석에 박혀서 담요를 덮고 잠들어있고.
거리의 여자인 듯한 어떤 여자가 역시 담요에 쌓여서 술에 취해 잠들어있다.
지원 휘청이는 기분으로 비어있는 벽 쪽으로 가서 기대선다. 도저히 앉을 마음이 나지 않는다.
(시간경과)
지원이 벽 앞에 두 무릎을 감싸고 고개를 묻고 앉아있다. 그러다 문득 움찔 놀라서 고개를 든다.
발소리가 들린다. 경찰의 구두소리와 운동화 소리.
철창 앞에 와 서는 두 사람. 철창 문이 열리고.
경찰 : 들어가.
자현 : 알았다구요. 아 밀지 마요.
자현이 들어서고. 다시 문이 닫긴다.
지원, 겁에 질려 보고 있다.
남자같은 차림새의 자현은 가운데 우뚝 서더니 무뚝뚝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본다.
자현 : 이게 유치장이구나아.
그러다가 지원과 눈이 마주친다.
자현, 어둠이 눈에 익지 않는지 고개를 기웃해서 자세히 본다.
지원 시선을 피해 다시 무릎에 고개를 박는다.
자현, 지원의 옆으로 와서 털썩 주저앉는다. 책상 다리를 하고 몸을 좀 흔들고 앉았다가 문득 지원을 돌아본다.
자현 : (절대절대 웃지 말고 그냥 무뚝뚝하게) 여기 얼마나 있었어요?
지원 : (고개 들어 본다)
자현 : 밥은 잘 나와요?
지원 : 난 .. (목소리가 갈라져서 마른 기침을 하고) 모르겠어요. 좀 전에 들어왔어요.
자현 : (고개를 기웃해서 지원의 기색을 살피더니) 이런 데 처음이에요?
지원 : ...네.
자현 : 그럼 뭐 물어봐두 모르겠네.
문득 옆에 놓았던 담요를 들어서 냄새를 맡아보고 찡그린다.
자현 : 아 자식들. 이런건 좀 깨끗이 빨아놓으면 좋잖아. (담요를 펴다가 다시 지원을 보더니 여전히 무뚝뚝하게) 너무 기죽지마요.
살아가면서 이런데 한번두 구경 못해본 사람두 많아요. 그러니까 영화구경하는 셈 쳐요.
지원 : ...이런데 많이 와봤어요?
자현 : 나요? 아뇨. 나두 처음이에요. 옛날부터 한번은 구경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재수없게 걸릴 줄은 몰랐어요.
아.. 난 추자현이라구 해요. 이름, 얘기하구 싶지 않아요?
자현.. 지원을 보고 있다. 지원, 좀 어이없어서 자현을 본다.
첫댓글 추자현 - 추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