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전국언론노조 신문 브리핑 <24>
* 언론노조 이정호국장님이 보내주신 자료입니다.자료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파업은 중계방송이 아니다. ② 재벌에게 "정부를 더 압박하라"고 훈수 두는 신문 ③ 카드 사용액 관련 보도, 문제는 소득양극화다. ④ 부동산발 자금경색? '떴다방' 업자의 고통까지 끌어안는 동아일보 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성적표 매기는 언론
① 파업은 중계방송이 아니다.
=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6월 10일 오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일주일째인 16일까지 파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파업의 쟁점이 뭔지도 모르고 막연한 불안감만 더해가고 있다. 언론이 연이어 전국의 121개 병원이 동참한 이번 쟁의행위를 단순 스포츠 중계수준으로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 핵심쟁점은 노조가 노동시간단축의 원래 취지대로 '주5일 40시간제'를 요구하는데 반해 사용자들은 '주6일 40시간제'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역시 이번 쟁의행위를 다루는 언론의 첫 보도는 철저한 침묵과 무시였다. 언론은 총선 직전인 지난 4월말 "민주노동당의 약진을 계기로 올 임단협에서 노동계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단 한번의 이벤트성 기사로 보건의료노조의 길고 긴 단체협상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한게 고작이었다. = 보건의료노조는 98년 산별노조를 건설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무려 6년 동안 줄기차게 산별교섭을 요구해오다 지난 3월부터 무려 석달 넘게 병원협회와 단체교섭을 벌여왔다. 한국에서 산별노조의 산별교섭은 매우 금융노조와 금속노조 등을 제외하고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그 교섭의 내용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이 결코 쉽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막상 교섭을 시작했지만 14차 교섭에 와서야 겨우 사용자쪽의 책임있는 교섭 당사자가 교섭테이블에 얼굴을 비쳤을 정도였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부터 향후 노사문화를 산별교섭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보건의료노조 교섭에서도 사용자들의 교섭 지연과 회피에 대해 어떠한 조정도 실시하지 않았다. = 언론은 6월9일 파업전야제를 맞고서야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가 산별교섭을 위해 조합원 1인당 7만원씩 20억원에 달하는 쟁의기금을 갹출하고 오는 6월10일을 파업 예정일로 발표한 것은 이미 3월 말의 이야기다. 그런데도 언론은 6월9일까지 이번 교섭의 내용과 쟁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 그러나 파업이 임박하자 언론의 태도는 급변해 고질적인 '파업 때리기'에 나섰다. 한국경제신문은 6월9일자에 '지금이 파업이나 할 때인가'라는 사설을 실었다. 우리 언론에게 묻고 싶다. 니들이 보기에 '언제는 파업할 때였나'. = 한경은 이 사설에서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계가 들고나온 요구사항은 기업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것들이 많다"고 했다.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주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정부의 법 개정 취지가 주5일제를 말하는 것인지 주6일제를 말하는 것인지를…. 뭐가 무리하단 말인가. 교섭 내용을 제대로 알고나 써야 할 것 아닌가. = 병원 사용자들은 여기서 또 국민을 볼모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중소병원을 제외한 3차 의료기관(종합병원)들, 특히 대학병원급에서는 토요일 외래진료가 없어진지 오래다. 의사와 병원 관리자들은 토요일날 휴일근무 형식으로 돌려놓고서 간호사와 하급 직원들에게만 토요일날 정상근무하라는 논리가 그들의 주장이다.
=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언론의 파업 때리기를 피하기 위해 고심의 고심의 거듭했다. 매년 병원 로비를 점거하는 바람에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6월9일 밤 파업전야제부터 조합원 1만명을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고대안암병원 노천극장으로 집결시켰다. 그래서 10일자 신문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왔던 원하는 보도사진을 사용하지 못했다. 사회면에 큼직하게 농성 조합원 대열 뒤로 인상을 찌푸린 환자의 표정을 담을 수가 없었다. 파업 첫날 악의적인 보도를 막은 것이다. = 그러나 언론은 다음날인 11일자에 결국 거의 억지에 가까운 '찌푸린 환자'의 앵글을 잡아냈다. 거의 모든 신문이 이날 로비에 나앉은 서울대병원의 노조원들의 뒤로 '찌푸린 환자'의 표정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조선, 동아, 매일경제신문은 거의 똑같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을 실었다. 로비 안쪽에서 로비 바깥으로 향한 카메라 앵글에는 멀리 노조원들이 잡히고 가까이엔 환자 1명의 얼굴이 큼직하게 클로즈업 돼 있다. 조선과 동아일보의 사진은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서서 노조원들을 바라보는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환자의 옆모습(찌푸린 표정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움)까지 똑같다. 매경은 같은 앵글에 환자만 남성으로 바꿨을 뿐이다. 중앙과 서울신문은 노조원 옆으로 환자가 지나가는 사진을 실었지만 사진 찍은 위치는 같았다.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찌푸린 표정이 아니면 미친 듯이 웃고 있어야 정상이라는 해괴한 논리다. 경향신문만 유일하게 환자도 병원도 보이지 않는 고려대 노천극장에 집결한 1만여 명의 노조원 사진을 실었다. = 이날 서울대병원 로비 사진을 실은 신문들은 대부분 기사 제목을 파업에도 불구하고 '의료 대란은 없었다'는 제대로 된 사실을 담았다. <병원 100여곳 파업 의료대란은 없어(동아 1면)> <병원 파업…진료차질은 없어(매경 39면)> <병원 파업…'대란'은 없어(중앙 8면)> <'병원파업' 의료대란은 없었다(경향 7면)> = 그러나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과는 달리 제목만 보면 의료대란이 일어난 것처럼 다뤘다. <100여 병원 파업… 수술 차질(조선 12면)> <입원환자 도시락 식사 수술 연기에 항의 봇물(서울 9면)>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런 악의적인 제목과 달리 기사 본문에서는 사실상 아무런 의료차질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 기사의 두 번째 문장은 "약 2100명의 노조원 중 3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대병원의 경우∼"라고 시작된다. 병원은 3교대 사업장이다. 따라서 서울대병원은 평소에도 2100여 노조원 중에서 500여명 가까운 노조원이 항상 휴무하고 있다. 결국 비번 근무자들이 고대 노천극장에서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파업이 아니다. 파업은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의 여러 수단중에 하나다. 따라서 보건의료노조는 법적으로 말해 지금 쟁의행위(준법투쟁, 집회, 교육, 집단행동)를 하고 있는 것이지 쟁의행위 중에서 파업을 하고 있는게 아니다. = '환자를 볼모로 한 극단 파업'이라는 언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실제 파업 돌입을 유보하는 교섭전술을 사용하다 보니 타결이 더욱 어려워져 일주일째 교섭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병원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파업 참가인원에 대해서는 나중에 개별적으로 징계를 통해 노조 조직력을 파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사용자들이 교섭에 열의를 보일리 없다. = 교섭이 안 풀리자 노조는 14일부터 쟁의행위 수위를 좀 더 올렸다. 그러자 언론은 물 만나 고기처럼 텅빈 병실을 찾아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15일자 신문들은 <퇴원환자 속출 입원실 '텅텅'(한국 9면)> <수술 취소·연기…환자만 피해(문화 9면)>는 식으로 휘갈렸다. 한국 문화 동아일보가 한결같이 사회면에 보도사진을 고대 안암병원 소아과 병동의 텅빈 모습을 담았다. =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불편은 당연하다. 또 파업은 노조만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 그 책임은 노사정 3자에게 공히 있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은 파업만 하면 '국민을 볼모'로 한다고 난리를 치면서 모든 책임을 파업 노동자에게만 전가한다. 지난해 여름 아비뇽 축제를 무산시킨 프랑스 노동자들의 파업때 프랑스 신문은 파업으로 중단된 대중교통 대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세느강변을 질주하는 한 회사원의 경쾌한 모습을 실었다.
= 병원 파업이 길어지자 언론은 16일부터 금속노조와 택시까지 연대파업에 나섰다고 시민불편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 식의 보도라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국민들에게 금속노조와 전국택시노련이 왜 파업하는지, 그 파업의 쟁점은 뭐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사태해결에는 더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