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킴, 생소한 이름인데 사진을 보니 텔레비전에서 본 듯한 얼굴이다. 그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스스로 프롤로그에서 오랫동안 영화판에서 일을 했다고 밝혔다. 그때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 ‘세상 그 어떤 일도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었다. 칼 세이건은 지구에 최초에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순전히 우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유기물이 서로 결합해서 더욱 복잡한 유기물이 되었다고 했다.
어디 그뿐인가. 우연하게도 돌연변이가 발생함으로써 새로운 종이 탄생하고 종 내부에서는 자연선택이라는 아주 우연적인 사실로 인해 종이 끊임없이 개량되어갔다고 했다. 그러한 우연적인 사실들이 수십억 년을 지나는 동안 오늘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니 이 책은 ‘역사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라는 말에 이끌린 것은 당연하다. 물론 생명체의 기원과 전쟁의 기원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든 책은 구어체로 쓰여서 만화책을 보듯 책장이 넘겨진다.
저자는 네 꼭지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제1,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 그리고 아편전쟁 등이다. 저자는 우리가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우는 내용들이 너무 단편적이라는 데 당황했던 모양이다. 영화판에서 보는 역사가 교실에서 보는 역사가 달랐다고나 할까?
우리는 역사 시간에 제1차 세계대전은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의 암살이 도화선이 되었다고 배웠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그 당시 유럽이 평온한 시기였다면 황태자 부부의 암살 사건은 특정 단체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1911년 9월 11일 뉴욕의 쌍둥이 무역센터 빌딩 폭파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두 빌딩에 대한 공격은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알라의 위대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금년 봄 바로 그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를 직접 가서 보았다. 지금은 추모 공간으로 조성이 되어 있고 그 옆으로 박물관이 당시의 빌딩 지하를 그대로 개조해서 만들어 놓았다. 군데군데 당시의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쌍둥이 빌딩 폭파를 제대로 이해하자면 그저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여객기를 납치해서 폭파한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곳에는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의 충돌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자면 11세기 십자군 전쟁 또는 그 이전으로까지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역시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은 당연하다. 역사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그 내용을 이 책처럼 장황하게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랬다가는 역사책이 시리즈로 열 권 정도는 넉넉히 넘어설 것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이 책을 고등학교 역사 부교재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구어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에도 별 어려움이 없다. 만약 부교재로 쓴다면 책에서 소개한 중요한 역사적 사실 또는 조약 등에 대해서는 각주로 그 내용을 간략히 제시한다면 훌륭한 교재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역사 선생님들이 이 책을 학생들에게 읽기를 권하는 필독도서로 지정을 해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든 저자의 해박한 역시 지식에 경의를 표한다. 일전에 텔레비전에서 우리 역사를 맛깔나게 설명하여 유명세를 떨치던 한 사람이 생각난다.
자료 : 네이버.
그의 해박한 역사 지식과 언변은 우리가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가에서는 그 공을 높이 살만 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인기가 하늘로 치솟자 열정이 지나쳐 한국사를 넘어 세계사까지 영역을 넓히다 심각한 구설에 올랐다.
서양사를 전공한 학자들로부터 특정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잘못 설명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승승장구하던 그는 텔레비전에서 얼굴을 치워야 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것은 저자의 다음 책에 대한 욕심을 책의 에필로그에서 슬며시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첫 출간한 책의 인기에 고무되어 과욕을 부릴까 이를 경계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어떻든 덕분에 오래 전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금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