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이 지나 동지가 가까워지고 메주를 쑨다쑨다 미루기만 하였다.
김장도 끝나고 시간나는대로 나무도 조금씩 해오고, 그동안 바빠서 다니지 못했던 곳도 다녀오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한 고을 정치는 술맛으로 알고, 한 집안 일은 장맛으로 안다'
'며느리가 잘 들어오면 장맛도 좋아진다'
'흥하는 집은 장맛도 달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곧이듣지 않는다'
'욕심쟁이 메주 빚어 놓듯'
이렇듯 메주에 대한 속담이 많다.
자연을 닮아가며 살다보면 먹을거리 중에 기본이 되는 된장,간장의 귀함을 깨닫게 된다.
콩을 심고, 갈무리하여 좋은 놈으로 삶아 메주를 쑤고 띄우는 것이야말로 시골에서 겨울나기의 참 묘미가 아닐 수 없다.
처음하는 메주쑤기, 잘해보자.
올해, 콩을 24kg 수확하였는데, 조금 남기고 18kg(2말 조금넘게)을 메주로 만들었다.
잘 말린 메주는 1.4kg가 되는데 5개를 한 말로 계산한다. 보통 콩 8kg이 한 말이 되는 것이다.
1. 먼저 예쁜 메주콩(노랑콩)을 24시간 정도 물에 불린다.
콩의 양이 2배로 불어났다.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삶기도 한다는데, 물을 콩의 3배 정도는 넣어야 한다.
2. 솥에 한 말 정도의 콩을 넣고 4시간을 푹 삶는다.
물의 양은 밥물을 맞추기와 같이 손등으로 한다.
화덕에 불을 붙이고 30분~1시간이 되면 콩물이 끓어 넘치게 된다. 그러면 불을 줄이고 약불에 진득하게 삶는다.
화덕에 불을 잘 지펴서 그런지 30분이 되어서 부글부글 끌어넘쳐 콩물이 다 없어져버렸다.
다시 찬물을 조금씩 붓고 물을 맞추고 하였지만 찐한 콩물이 많이 빠져버렸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장작을 조금만 많이 넣어도 양은솥에서 콩물이 자꾸 흘러넘친다.
찬물을 머금은 수건으로 뚜껑을 식히면서 콩물이 넘치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본다.
양은솥에 콩을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것 같다. 2/3 정도만 넣어야 할 것 같다.
자꾸 자꾸 뚜껑을 열어보면 콩이 비리다고 하는데, 되도록 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콩이 눌어 탄내가 나는 경우도 있다는데 약불에 하면 눌지도 않고 저을 필요도 없다.
3. 4시간이 지나면 콩이 붉은 빛이 돌고 잘 으깨진다. 그러면 채반에 건져 물기를 뺀다.
콩을 맛보니 구수하니 잘 익었다. 잘 으깨진다.
4. 절구에 곱게 찧는다.
요즘은 절구대신에 천 보자기나 자루에 담아 으깨거나 물장화를 이용해서 곱게 찧는다.
양이 많다보니 발로 밟는 것이 덜 힘든 것 같다. 여름내 신었던 물장화가 겨울에도 힘을 발휘한다.
콩이 곱게 으깨져 보이지 않지만 콩이 조금 살아 있어도 괜찮다.
5. 예쁜 메주완성이요!
콩 반죽을 바닥에 치대어 견고하게 모양을 만들어낸다.
여인의 손에서는 조금 작게 되었고 저는 조금 투박하고 크답니다.
메주가 너무 크면 갈라지고 부스러지기도 하여 조금 작게 만들었고 모양은 마음대로입니다.
6. 메주같이 이쁜 아줌마표 메주.
7. 짚을 깔고 서로 붙지 않게 해서 곰팡이가 나도록 띄운다.
따뜻한 방에 짚을 깔고 위에 천을 깔고 붙지 않도록 만든 메주를 올려놓는다.
겉말림이라 하여 메주를 달아놓기 전에 겉을 잘 말려 부서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약 7일정도 말린다.
바닥도 따뜻해야 하고 통풍도 시켜줘야하는 수고가 있다.
메주는 짝수로 만들면 불길하다하여 홀수로 만드는데, 다 만들고 나서 나중에 갯수를 세어보니
41개가 되었다. 2말에 41개나 만들었으니 방에서 구수한 메주냄새에 절로 행복해진다.
8. 알맞게 메주가 뜨면 짚을 열십자로 묶어 매달아 둔다.
메주 매달 때 짚을 사용하는 것은 짚에 효소가 있어 푸른곰팡이의 번식을 돕기 때문이다.
행여 위생과 효율을 생각하고 나일론끈을 사용했다가는 한해 장맛을 버리기 십상이다.
메주를 띄울 때도 곰팡이가 잘 번식하도록 이불을 덮어 주는데, 이때도 면과 같은 천연섬유로 된 이불이어야 한다.
합성섬유로 만든 이불은 역시 곰팡이의 번식에 좋지 못하다. 자연은 그렇게 서로 어우러지면서 완성해 간다.
메주를 말리고 띄우고 매달아야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처마도 없고 방은 아주 뜨겁지 않고 햇빛도 충분하지 않아 메주가 잘 뜰지 아주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올 콩농사는 논두렁콩은 성공이요, 밭두렁콩은 실패였지만 처음 장을 만들기에는 충분히 감사한 양이다.
스스로 농사짓고 장을 담궈 건강한 밥상을 차리기까지 자연의 순리에 발맞추어 가야겠다.
여름나기로 고생하니 밥을 지어먹을 수 있어 좋고, 콩으로 메주를 쑤니 겨울나기가 재미있다.
다음엔 두부도 만들고 청국장도 띄워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