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프라자는 지금 몇 층인가
김선굉
대백프라자는 지금 몇 층인가. 11층에서 혼자 국수를
먹으며, 이곳이 내가 올라와 본 가장 높은 층임을 떠
올린다. 내 머리 위로 몇 층이 더 있는지 굳이 알려
하지 않는다. 내 차는 캥거루가 그려진 지하 3층
주차장 하단에 놓여 있지만, 대백프라자 지하가 몇
층인지 잘 모르겠다. 몸길이 보다 몇 배나 더 긴
국수를 먹으며, 희고 가는 올을 건져 입으로 가져가는
오른손을 바라본다. 국물을 마시기 위해 이따금 그릇을
들어 올리는 왼손을 바라본다. 국수를 먹는 몸이 슬프다.
이 슬픔은 아무래도 지상 11층 높이에 있는 것 같다.
가는 국수올에 기댄 허공 속의 몸, 먼 길을 돌아오는
동안 참 오래 무사하다. 조금 전 10층 갤러리에서 재미
작가 김보현의 그림을 보았다. 가장 큰 작품이 <욕망>
이었던가? 그 욕망 앞에 한참을 서 있었던가? 욕망,
욕망의 길이, 국수는 길고 흰 음식. 그 희고 가는
몸뚱아리는 또 얼마나 슬프냐.
<시 감상>
대백프라자 갤러리에 놀러 간 듯하다.11층 식당에서 혼자 국수를
먹으면서 이 시를 생각한 것 같다.땅바닥도 아닌 11층 허공에
매달려 어쩔 수 없이 국수를 건져 올리고 국물을 마시는,
그것도 혼자 먹는 식사는 시인 자신을 비루하게 만든다.
하지만 먹어야 산다. 그게 숙명이다. 그 숙명 앞에서 그림을
탐미하는 <고귀한 정신>이 절망하고 있다. - 김 용락 -
<작가 소개>
1952년 경북 영양 출생, 1982년 5월『심상』신인상 수상
시집:<밖을 내다보는 남자>, <아픈 섬을 거느리고>,
<장주네를 생각함>, <머리를 구름에 밀어넣자>
<콘트라베이스> 외 다수의 공동시집
배경 음악 : Seven daffodils
노 래 : Carol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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