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제정의 취지를 살리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 제정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지난 7월 2일에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이하 준공영제 조례)를 의결해서 통과시켰다. 먼저 이 조례에 대한 평가 전에 서울시의회와 서울시의 직무유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조례의 제안 이유를 보면 “막대한 보조금이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정의 및 재정지원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매년 시행방침에 의존하고 있어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적시되어 있다.
버스준공영제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17년 동안, 매년 4천억 원에 육박하는 서울시 보조금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그동안 독립적인 조례하나 없이 재정지원의 근거만 담고 있는 기존 조례를 통해서 시행해왔다. 그러니까 버스운영시스템으로 준공영영제 운영에 대한 규정 없이 재정지원을 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17년 동안 서울시 사업부서에 임의적으로 만든 시행방침에 의해서만 준공영제가 시행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러면 17년이나 지각해서 제정한 이 조례는 버스준공영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많이 미흡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준공영제 조례 이전에 준공영제에 대한 유일한 법적 근거였던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운행기준에 관한 조례」(이하 안전운행조례) 제정 시기 때와 마찬가지로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데 후퇴가 있었다(해당 조례의 경우, 외부회계감사의 서울시/사업자 공동선임 규정 삭제, 사업자의 경영정보에 대한 정보공개 규정 삭제)
제정안에 대한 평가
① 준공영제 사업자에 대한 공적 책임에 소홀한 제정안
이번 준공영제 조례 역시 준공영제라는 버스 운영체계에 대한 공공성과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부분에서 후퇴가 있었다. 예를 들면 이번 준공영제 조례 제14조(재정지원금의 환수) 1호부터 5호 중에서 1호를 제외한 나머지 항이 사업자들의 반발로 수정안에서 삭제되었다.
조례 발의안(수정 전)
제14조(재정지원금의 환수) 시장은 사업자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지원한 재정지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 1. 수입금을 빠뜨리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재정지원금을 받은 경우 2. 제10조에 따른 정산ㆍ보고를 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3. 제11조에 따른 외부감사를 받지 않거나 거부하는 경우 4. 제12조에 따른 경영상태와 서비스에 대한 평가 및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5. 제13조에 따른 자료제출과 방문조사를 거부하는 경우 |
1호의 ‘부정한 방법으로 재정지원금을 받는 경우’를 밝히려면 2호와 5호의 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감사를 받지 않으면 어떻게 부정한 방법을 확인할 수 있나? 그러니까, 애써 만든 공공성의 기준을 실효성 없는 선언적 내용으로 전락시켰다.
뿐만 아니라 제18조 또한 이중처벌, 과잉처벌이라는 사업주의 반발로 1항 2호와 3호가 삭제되었고 “임원의 횡령, 배임 등 중대한 범죄행위로 인해 형이 확정된 경우”가 신설되는 선에서 그쳤다. 오히려 사업주가 중대한 과실이나 문제를 일으키면 준공영제에서 바로 퇴출시키는 등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함에도 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조차도 원안보다 완화되었다. 오히려 <운수사업법> 상 지방정부에 위임된 면허취소에 대한 내용은 없이 ‘범죄행위가 있어도’ 사업자 퇴출이 아니라 보조금을 주지 않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다.
조례 발의안(수정 전)
제18조(재정지원금 지급 중단) ① 시장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업자에 대하여 재정지원금의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1. 사업자가 제14조에 따른 재정지원금 환수(還收) 또는 감액 처분을 3년 이내에 두 번 이상 받은 경우 2. 사업자가 운수종사자의 음주운전 또는 난폭운전의 방지를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함으로써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3. 그밖에 사업자의 중대한 과실 또는 고의로 인하여 수입금 공동관리에 대한 참여나 재정지원금의 지급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
그러면 시민들은 범죄를 일으킨 사업자의 버스를 그대로 이용해야 한다. 단지 서울시만 책임을 모면하는 것일 뿐 시민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접근이다.
② 여전히 투명성과 민주적 거버넌스에 한계를 가진 제정안
이번 준공영제 조례는 그동안 계속 지적되어 온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동안 수입금 관리 및 재정지원을 관장하는 운송수입금공동관리업체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보조금을 지급받는 이해당사자인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 관할로 운영되고 있어서 계속된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협의회를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한다는 내용을 조례에 담지 못했다. 이 또한 버스사업자들의 기존 이해를 고려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서울시 국정감사마다 버스사업주와 그 친인척 일가들의 과도한 임원인건비와 중복임원 임명 등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 지적되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대신 제12조 4항에 “임원 인건비의 연간 한도액을 권고할 수 있으며, 사업주의 준수여부를 경영상태와 서비스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정도로만 적시되었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리 없는 조항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시는 버스사업자에 지원하는 표준운송원가 부족분에 대해서 지원금이라고 이번 조례에서 확실히 명시했다. 이는 보조금에 관련한 시와 버스사업주 간의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 합법적으로 회피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보조금은 보조금 기본법에 따른 보조사업자의 의무가 부과되지만 유독 버스사업자에 대한 보조금만 ‘버스업체 재정지원금’이라는 항목으로 별도 규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지원금은 기존의 보조금 관리 체계로 포함되어야 한다.
관건은 실제 운영
전반적으로 17년 만에 제정된 조례이지만 버스사업의 공공성을 보장하고 강화하는 많이 부족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으면 길을 잃을 뿐이다. 아무쪼록 제정안의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기존의 ‘안전운행 조례’를 개정하고 또한 제정안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버스정책시민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반영하는 조례 제정안의 후속조치들이 필요한 이유다.
2021년 7월 19일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