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고항으로 갑니다 2014-02

[멋진넘^^]

나는 지금 고향으로 갑니다
(영천터미널ㅡ금박산ㅡ직천불암지ㅡ남부동ㅡ영천터미널 자전거일주)
2014/02/02


불현듯 고향이 보고파 졌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켜고 금박산이라 검색을 하니 금박산 유래부터 금박산 라이딩등의 자료가 떠오른다.
어디든 어느길이던 선지자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안가본것일 뿐이지 원래 없던 길은 아니다.
나의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일대는 어느 정도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는지라 머릿속으로만 숙지하고 잠이 들었다.

고향을 가고싶다는 잠재의식때문일까
새벽일찍 눈이 떨어졌다. 운동이라면 반대하지 않는 아내의 도움으로 간단히 채비를 하고
고등학교 시절 추억들이 남아있는 효자 간이 승강장에서 나의 애마 신달자를 버스에 실었다.

내고향 영천!!
청송, 의성, 대구, 경주, 포항의 중간지점인데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라고는 불렀으나
지금생각해보면 내륙의 작은 도시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고 자랑할게 없어서 교통의 요충지로 불렸던 것 같다. 지금은 보현산 천문대로 인하여 ‘별의도시’라 불려지고 포도, 복숭아 특산지 이기도 하다.

내 고향은
영천에서 대구로 가다 금호란곳에서 갈라져 6k 정도 떨어져 있는 대창이란곳이다.
대구근교면 어디서든 보이는 팔공산이 들판을지나 멀리서, 도시로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치마폭을 펼치고 앉아있는 형상으로 내려보고있고 동쪽에는 채약산, 남으로는 구룡산, 서쪽에는 금박산이 우뚝솟아 있다. 그 골짜기 골짜기마다 마을이 들어앉아 있는 형태다.

동으로는 영천시, 남으로는 영천북안과 서로는 경산진량과 경계하고 있다.
금호강의 지류인 대창천이 금박산과 채약산, 구룡산 에서 발원해 흐르고 있다.

터미널을 뒤로하고 금호강변으로 접어들었다. 10:10분
영천시내를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임고댐에서 발원한 물이 쉴새 없이 흘러서 맑고 깨끗했다. 4대강사업의 일환인지 그 강변을 따라 좌우측에 자전거길을 깔끔하게 만들어 두었다.
자전거 도로는 한산했고 강변에 운동하는 몇몇사람만이 분주하게 다니고 있었다.

터미널앞 금호강변에서 좌회전을 하여 황정교로 향했다.
금호강변을 따라 달리던 자전거길이 황정교를 건너야 비로서 금호읍으로 이동할수 있고 동촌, 고령보로 내 달릴수 있는 다리이다. 바로 옆에는 거여철교가 나란히 있다.

마침 시멘트를 가득실은 듯한 쌍용양회 화물열차가 씩씩거리며 거여철교에 나타났다.
의식하지 못한채 미친듯이 페달을 밟았다.
어릴적 늘 동경했던 기차와 기적소리, 그리고 호흡을 같이하고 달린다는 동질감에 나도 모르게 함성이 터져나왔다.

초록색과 빨간황토색으로 칠해놓은 자전거길은 금호강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입춘이 다가왔음인지 겨울이라고는 생각 할 수가 없는 날씨에 가슴에 부딪치는 바람을 귓가로 흘려보내며 많은 라이더들이 누~~려, 지금을 누~~려 하는듯 자유롭게 달리고 있었다.

30여분을 달려 금호와 대창을 잇는 금창교에 도달했다. 내가 달려온 금호강변 자전거길은 끝없이 계속이어져 있었고 내 마음은 이미 동촌을 지나 강정고령보에 있는듯했다.
때가 되면, 기회가 되면 포항에서 출발하여 다시한번 국토종주를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에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금호에서 대창면소재지까지는 약6km 거리이다.
자전거타기 가장 열악한 도로가 금창로중 금호, 대창간 도로인데 도로가 좁은데다가 갓길도 없고 커브길이 많아 특히 주의를 요하는 길이다.

이 길은 자전거를 타실줄 모르는 친구 선친께서 자식에게 줄 자전거를 영천 오일장에서 사서 시내버스 운전사가 실어주지 않자 영천에서 대창까지 13km 가 넘는길을 끌고 오신 눈물의 고개이다.
당시에는 비포장이었고 고개도 지금보다 더 높았을 터인데
당신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고, 나에게는 부모의 사랑이 느껴지는 도로이다.? 요즘도 친구와 술 한잔할 기회가 있으면 안주거리로 자주 등장하는 레파토리이다.

언덕을 내려서자 곧게 뻗은 이차선도로가 펼쳐진다. 경부선 아래로 통하는 도로는 아련하게 뻗어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경부선 아래 첫번째 동네는 강회라고 하는데 江回와 馬音으로 이루어졌으며 강회는 속칭 공덕이라고도 한다는데 어릴적 어른들이 “마람들”이라고 불렀던곳이 마음(馬音)이었던 모양이다.
‘공덕’이라는 이름은 呂氏라는 부자가 사람들에게 후한 대접을 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데
마을이름 하나하나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창2리에 도착하자 4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두팔 벌려 나를 맞는다. 어릴적 놀거리 없을 때 놀이터가 되어주고, 마당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던 오랜친구였었다.
느티나무는 어릴적 놀때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눈에 익는 큰 나뭇가지들은 대부분 없어지고 그 자리에 강건한 새 가지들로 무성하게 치장하고 있었다. 환부를 도려내듯 견딜수 있을만큼만 두고 스스로 잘라버린듯 하였으나 여전히, ‘보호수’’수령400년’ 이란 팻말이 도와 그의 위용을 짐작하게 하였다.

나에게“할 수 있을 때 해야하고, 자를 수 있을 때 잘라야 또 다른 기회가 있다”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오랜친구가 따뜻한 차 한잔을 내온다.
고향을 등진후로 올 기회도 적고 고향오겠다는 맘도 먹기 힘든데 올 때 마다 따뜻한 차 한 잔 권하는 친구덕에 고향에 대한 생각이 더 애틋해지는 것 같다.
응원하는 친구를 뒤로하고 금박산으로 향했다.

어느 학교든 교가에 강이나 산이름이 나오듯이 중학교 교가에 등장하는 산이 금박산이다.
진량읍 현내리와 대창 구지리 경계에 있는 산인데 금박산(金泊山), 또는 금학산(金鶴山)이라 불리는 산이다.
오늘 라이딩중에 가장 힘든코스일것이다.

지인이 泊山이란 호를 내린적이 있다.
읽자면 배댈박, 뫼산 ‘박산’인데 고향의 금박산을 어원으로한다.
느낌이 좋지 않아 ‘백산’으로 바꾸어 주셨다.
굳이 해석하자면 물결무늬백, 뫼산, 물결치는 산 능선을 표현한것인데 ‘산그리메’의 뜻이된다.
그리메는 그림자의 옛말이다. 산그리메는 산그림자를 뜻하나 산정상에서 바라보이는 끝없는 능선들, 즉 산 들이 파도처럼 펼쳐져 있는 형상을 뜻하기도 한다.
오늘 그 ‘백산’의 어원을 찾아가는것도 이번여행의 목적이기도하다.

대창면소재지를 지나 구지, 용성방면으로 접어들었다. 용성은 경산시 용성면을 일컫는다.
‘구지리’는 자료에 따르면
上求, 下求, 敎洞, 求敎의 4개 자연부이 있으며 上求를 웃뜸이라 하며 지형이 꽃 모양으로 피었다하여 求芝라 한다고 한다.

마을을 지나 용성면으로 넘어가는 재는 까마득하다. 숨가쁜 페달질에 자전거는 온몸으로 반응한다. ktx 고속철도가 구지를 관통하는데 때마침 인사라도 하듯 천둥소리를 내고 지나간다.
대창면소재지를 출발한지 40여분지나 고개마루에 올라섰다.
재를 넘어서서 50여미터 지나면 오른쪽 가파른 시멘트 길이 나타나는데 금박산으로 향하는 임도의 시작이다. 쓸모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밴드를 통하여, 광주에 있는 친구와 전화 통화로, 고향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금박산 임도로 접어 들었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은 있기 마련이다.
그 끝이 좋고 나쁜 것은 시작하고 난후 과정의 좋고 나쁨, 즉 충실도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 시작을 이미했고 쉼없는 페달질과 가슴이 터질것 같은 숨을 참는 과정이 있으면 오를수 있다는 생각으로 언덕을 오르고 또 올랐다.
30여분을 달려 금박산 정상이라는 이정표를 발견했다.
금박산은 아주 오랜친구처럼 나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다.
늘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늘그렇게 나를 기다렸던 것처럼.

포근한 날씨에 한참이나 머물렀다.
내려다 본다는 것, 높은곳에서 아래를 본다는 것, 그것은 분명 아래에서 위를 보는것과 사뭇달랐다. 우리네 사람사는 곳도 마찬가지다. 위를 못 가본사람은 위를 이해 못하고 아래를 못 가본 사람은 아래를 이해 못한다. 그것을 절충하기 위하여 책이나 영화같은것들로 간접체험을 하기는 하나 그 또한 완전한 체득이 되지 못한다.
그로 인해서 발생한 갈등은 좀처럼 아물기 힘들다는 것을 나는 몇번의 고통으로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 한번, 중학교 2학년때 한번, 소풍을 간적이 있었지만 학창시절 운동장에서 늘 보이던 금박산은 미지의 세계처럼, 함부로 오르지 못할 산처럼 그렇게 나의 마음속에 장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산바람과 골바람을 설명해주시던 초등학교 선생님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 헨젤과 그레텔이 그랬던 것처럼 빵부스러기를 구석구석 던져두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그 빵부스러기를 따라 추억을 되집어가는 여행을 하고있는 것 같다.

업힐은 힘들지만 다운힐은 언제나 신난다.
73km/h 최고속도를 기록하며 유년기 시절의 추억이 구석구석 묻어있는 대창면소재지를 지나 직천 불암지로 향했다.
직천은 북안을 거쳐 경주, 운문으로 갈수있는 너도재가 있고 영천시 남부동과 연결 되는곳이다. 대창면에서 가장 골짜기라고 표현되지만 북안에서보면 대창면 초입이 되는곳이다.

조곡교를 얼마지나지 않아 대창초등학교가 지나친다.
깔깔, 호호, 재잘재잘,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거리를 바람같이 달렸다.
영지사가 있는 신광을 지나자 기억에도 어슴프레한 오길리 숲이 나타났다. 수건돌리기, 보물찾기, 닭싸움을 하던 오길숲은 꽤 큰 숲이었는데 내가 그만큼 큰탓인지 세월이 지난탓인지 규모가 작아보였다. 불현듯 희재라는 친구가 생각났다.
지금 구미어디엔가 산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연락해본적이 없으나 소시적 오길숲에서 소나무 껍질로 만든 배띄우던 생각이 났다. 이 또한 하나의 빵부스러기 일것이다.

온양 方氏가 많이 산다고 붙여진 어방이라는 동네를 지나자 길이 한산해진다. 영천, 금호를 통해 들어온 차들이 대창면소재지를 지나면 교통량이 확줄어든다. 경산, 진량으로 빠지는 탓도 있고 면소재지에서 대부분 볼일을 마치기 때문일것이다.
어방방씨의 고장이라고 친구들끼리 농담을 주고 받았었는데 새삼스럽게 방씨 성을 가진 친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역시 빵부스러기는 여기에도 널려있었다.

신광, 오길, 어방, 용전, 운천을 지나 직천불암지에 도착했다.
학창시절 방문했던 직천은 두루미들이 날아다니고 솔숲에 학들이 집을 지어 신천지 같은 느낌이었었다. 친구들 이름이 떠 올라 한번 불러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영천시 남부동으로 향했다.
지금까지의 길은 와본적이 있고 이름이 비교적 익숙한 지역이었지만 영천시 남부동을 접어들면서부터는 생소 한 곳이었고 어렸을 때는 이상향 같은 곳이었다.

내가 살던 대창은 채약산을 동쪽에 두고 있었다.
늘 채약산 뒤편에는 어떤 마을이 있을까? 이어도의 전설처럼 순식간에 몇백년이 훌쩍지나버리는 신비스러운 마을이 있는 것은 아닐까? 호기심 많던 소년의 궁금증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곳이었다.
나는 지금 그 별천지를 향하여 가는것이다.
꿈은 깨지 않을때가 좋고, 이상향은 가보지 않은 것이 더 행복하고, 첫사랑은 가슴에만 품는 것이 더 낫다고 했던가? 모든 환상은 깨어지기 마련이다.

언덕을 내려서면서 맞바람이 시작된다. 여태껏 바람이 없어서 라이딩하기 적당하였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맞바람이 그 무엇보다 힘겹다. 밟아도 밟아도 나아가지 못함은 마치 꿈속에서 두다리를 그 무엇에 붙잡혀 달아나려 발버둥치는것과 같다.
영천 일반산업단지를 거쳐 아침에 지나쳤던 황정교에 다달았다. 어느새 채약산을 기준으로 한바퀴 돌아온 셈이다. 시계는 어느덧 15:5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맞바람은 여전하였지만 자전거 길은 주인을 반기는듯 더 반짝이고 있었다.
터미널은 어느덧 기울어지는 석양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노곤하고 피곤한 육신을 이끌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영준아!!!”
길건너에서 낮잊은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밴드로 오늘 라이딩을 중계를 했더니 보고 나왔나보다.
갑자기 울컥해진다. 힘든여정이어서가 아니라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람이 보고파질때가 있다. 가장 힘든시기에 가장 힘든 코스이면 그 감동은 더 커진다.
친구들의 따스한 환대에 감동하고 입안에서 녹는다 라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거구나 하는 느낌의 늦은 점심으로 인해 행복감이 배가된다.

누구나 에게 고향은 있다. 그 고향이 갈수 있던 없던, 그 고향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늘 에너지를 충만하게 하는곳이다. 늘 가봐야지 하는 이상향 같은 곳이다.
설사 고향가도 별거 없더라 라는 표현을 할 수는 있지만 나를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받아주는 느낌의 내 고향은 30여년을 살아온 포항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불쑥 찾아가 막걸리 한사발 기울일 수 있는 친구가 곳곳에 있다면 그곳은 고향이 아니라 지상낙원이된다.

끝~~



고향찾아 떠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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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터미널 10:10
금호강진입 ㅡ 좌회전
거여철교옆 황정교 횡단3.7km10:25

금호읍강변이용
금창교횡단10 km10:45

아래 길이 하양을 거쳐 동촌으로 이어진다.

대창2동 수령400년 느티타무

대창면소재지16.7 km10:55ㅡ12:00출발
구지동19 km

금박산입구20 km12:45
능선 13:05
정상입구 13:15
금박산23.3 km13:25ㅡ13:50

금박산초입 14:11
구지동28 km
대창 30 km14:20

어방입구

아래는 동부초등학교

직천동불암지37 km14:52

정동지 지나 업힐 정상 43.5 km15:10ㅡ17분휴식

영천일반산업단지초입40 km

(채신2공단ㅡ채신공단ㅡ본촌논공단지영천IC )15:35 50km
경주/시청방면으로 직진하다 

soil 경신기사식당사거리나오면 다시 직진
거여철교방향(도남공단길)
막다른길 우회전 좌회전하면 황정교 나옴

황정교옆 철교 아래로 통하면 강변로

시외버스터미널56.42 km16:03

특기사항

영천산업단지~~~불암지업힐
난이도 중급예상

구지동~~금박산 업힐
난이도 상급 예상

[김미숙]

마지막사진
우리영천시외터미널
사진찍어서보이 괸안네

[멋진넘^^]

찍사의 기술아이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