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슬하에 자식의 우열을 가릴때 흔히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고 한다.
이렇게 형제는 손가락 처럼 한 몸을 쪼갠 것이며, 인륜지 대사의 오륜(五倫)의 하나로, 대부분 부귀와 화복을 같이하게 되는 인생을 살기 마련이다.
충청, 전라, 경상의 접경인 화개장터 부근에 사는 연생원이라는 양반 슬하의 형제는 별종으로 분류할
만큼이나 형제간 우애를 저버렸으니, 형의 이름은 놀부요 동생의 이름은 흥부였다.
두사람은 틀림없는 한 어머니 소생이건만 동생 흥부는 마음씨도 착하고 효행도 지극하며 형을 생각하는 동기간의 우애도 극진하고 동리 사람들에게 조차 예의 바르고 친절한데 비해, 형인 놀부는 동생을 아끼기는 커녕, 저만 생각하며.. 동리사람들 조차, 무시하고 불친절 하는 등, 성격이 괴상망칙 하였다.
무릇, 모든사람은 오장에 육부를 가졌지만 놀부는 애당초 오장에 칠부를 가졌으니, 말하자면 심술보가 하나 더 있어 심사가 뒤집히면 야단을 피워댓다.
놀부의 심술보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은데 ..
술은 기막히게 잘 먹고, 취하면 욕 잘하고, 있는 양껏 거드름, 후딱하면 싸움 하고, 초상난데 가서 춤을추지 않나, 해산한 집 앞에서 개를 몽둥이 찜질로 두려려 잡는등 ("깨갱깨갱" -> 음메 개죽네),
장에 가선 억지 흥정으로 장삿치 속을 뒤집고, 우는 아기 똥 먹이기, 죄없는 놈 뺨치기, 빚값으로
계집 뻿기, 늙은 영감 덜미잡기, 아이 밴 여자 배차기, 우물 곁에 똥누기, 다 된 논에 물대고, 올 벼
논엔 물 터놓고, 논두렁에 구멍 뚫고, 애호박에 말뚝 박기, 패는 곡식 이삭 빼기,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앉은뱅이 턱살 치기, 옹기장수 작대기 치기, 잠자는 내외에게 소리 지르기, 수절 과부 겁탈하기, 만경 창파에 배 구멍 뚫기, 닫는 말에 앞발 차기, 목욕 하는데 흙 뿌리기, 담 붙은 놈 코침주기, 얼굴에 종기난 놈 쥐어박기, 눈 앓는 놈 고추가루 뿌리기, 이 앓는 놈 뺨 때리기, 잘 노는 어린아이 꼬집기, 다 된 흥정 파의하기, 중 보면 대테 메기, 남의 제사에 닭소리 내기(조상귀신이 왔다가 돌아가겠다) 한길에 허망 파기, 비 오는 날 남의 집 장독 열기 등 ..이루 헤아릴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는데 이놈의 심사가 이렇듯 별나니, 그 흉악함은 이루 헤아릴수가 없었다.
그러나 동생인 흥부는 충실, 온후, 인자하였으니, 같은 어머니 뱃속에서 떨어진 형제로는 유별나다 할것이고 형 놀부가 하는 짓을 탄식도 하고 때로는 간할 마음도 가져 보았으나, 말을 해도 쓸데 없었으므로 말 없이, 주면 먹고, 시키는 일이나 공손히 하게 되었다.
놀부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많은 재산 조차 독차지하고 동생인 흥부를 구박했지만 형을 대하는 흥부의 어진 마음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런가하면 놀부는, 부모 제삿날이 와도 제물은 장만하지 않고, 젯상 제기위에 돈을 올려놓고..
"먹고살기 조차 힘든 세상이니 음식을 해서 남기면 뭣 하리오. 이것은 산적값이고, 이것은 조기값이고, 이것은 나물값 올씨다." 하면서, 제물을 만드는데 드는 돈냥 정도를 올려 제사를 지냈고, 제사가 끝나면 돈냥은 다시 거두어 제 주머니에 넣곤 하는 ..천하에 몹쓸 놈이었다.
그러니 줄줄이 식구딸린 흥부를 데리고 살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아우를 쫓아 낼 궁리를 하였는데
어느날, 흥부를 불러 이르기를,
"형제란 어려서는 같이 살아도, 처자를 갖추고 난 뒤에는 각기 사는 것이 떳떳한 법이다. 너는 처자를 데리고 나가 살아라."
흥부, 처음에는 사정도 하여 보았으나 놀부는 듣지 않았다.
흥부는 하는수 없이 아내와 어린것 들을 데리고 대문을 나섰다.
그러나 막상 정 한 곳이 없었으니 갈곳도 마땅치 않아, 정처없이 길을 걷다가 조금 외딴 곳에서 단칸 채 묘막 한채를 발견하여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그 자리에 수숫대를 모아다 한나절 얼기설기 집을 지어놓으니, 방에 누워 다리를 뻗어 보면 발목이 벽 바깥으로 나가고 팔을 뻗어보면, 또한 손목이 벽 바깥으로 나갔으니, 참으로 기가막힌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