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 대구시 달성군 비슬산 (1083m)
산행코스 : 주차장 - 유가사 - 도성암 - 정상(대견봉 1083m) - 대견사터 - 1034봉(팔각정 전망대) - 유가사
산행시간 : 약 7시간(9:40 - 5:00), 창원출발 : 8시
참석자 : 이충호, 배종수, 유병하, 최종명, 이인숙, 김형철, 류영희, 권영한, 이영미
날씨 : 맑음(산행후 폭우), 오후 무더움
요즘은 왠지 마음도 몸도 바쁘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 산행대장님의 생일을 까먹다니... 8월 초순부터 생일 일주전 쯤에 게시한다고 몇 번 생각했는데, 막상 그 주에 정신을 놓았다. 늦었지만 회원들과 함께 축하를 보낸다. 다음의 결혼기념일에는 이런 일이 없기를...
2001년 여름이 거의 다 지나가는가 보다. 남들은 며칠씩 여름휴가를 간다고 해서, 나도 눈 딱 감고 지난 금요일과 오늘(월요일)은 휴가다 라고 선언하고 연구소를 나섰는데, 웬걸... 금요일은 직원채용 면접하는데 잠시만 와달라고 해서 갔다가 오후내내 붙잡혀 버리고, 오늘은 참일이 뒤치다꺼리 하다보니 겨우 낮잠 한두시간 잔 것 밖에 없다. 집사람은 덩치 큰 사람 출근도 안하니 더 걸거적거린다고 제발 어디 좀 나가라고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잠도 못자게 한다. 자기도 2박3일 휴가 좀 보내 달란다. 하기야 오늘부터 애들 개학하니 내가 봐도 좀 안됐다.
하여튼 이걸로 올해 휴가는 대충 끝난 것 같다. 그래도 어제 비슬산 다녀왔으니 누가 물으면 대답할거는 있어서 다행이다. 하기야 요즘 우리가 매주 다니는 산행이 서울사람들 같으면 매번 1박 2일 정도의 휴가일정이리라.
어제 다녀온 비슬산 산행기는 쓸게 별로 없다. 날씨도 보통이었고, BH도 비교적 조용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저 비음산 갔다 오듯이 다녀왔다. 비슬산도 참꽃철이 아니어서 인지 요즘 우리가 다닌 산들과 견주어 그저 그랬다. 그래서 몇자만 글적거리다가 시간되면 야구나 좀 보고 잘란다.
8시에 성원아파트에 모였다. 남회원 6명, 여회원 3명 총 9명 요즘들어 평균치 정도이다. 김형태 회원이 집안일이 있어 빠진 것과 서울간 WY이 못내려 온 것이 아쉽지만... 서영란 회원 건강이 많이 회복된 듯하여 매우 반갑다.
JM의 폼나는 무쏘와 YH차에 나누어 타고 출발하는데 일기 예보와는 달리 비올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무덥지 않을까 걱정이다. 늦여름이긴 하나 더우면 어쩔까, 오늘 준비한 4리터 물로 2식구 충분할까? 2리터씩 나누어 졌는데, 집사람 덩치가 나보다 한참 작으니 한 반병은 남겠지...
1시간 40분이 걸려 유가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저번 재약산 갈때는 입구에서 BH가 말 잘하니 절까지 들어가던데 오늘은 잘 안되는 것 같다. 세멘 길을 밟는 기분은 썩 안 좋은데 한참을 걸어가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등산로는 잘 조성되어 있고, 길에 버린 쓰레기가 별로 없는 것을 보니 내 고향사람들 환경의식이 높아서인지, 대구시가 돈이 많아서 청소를 잘하는지 여하튼 좋은 현상이다... 그러고 보니 길옆에 뭐 환경보전이 중요하다는 플랭카드도 본 것 같다.... 모든 산이며 물을 잘 보전해서 물려 줄거라고는 거의 없는 우리 자식들 후손들에게 산구경이나 할 수 있게 하고 맹물이라도 수입 안해도 되게 해 주어야 할텐데... 석유가 나오나 땅뛔기가 크나 경작할 논밭이 많나, 인구라도 작나....
예전같으면 산 계곡물에는 피라미가 많이 놀았는데.. 그거 잡을려고 별야별 궁리를 다 해도 못 잡았는데.. 뭐 소금쟁이나 개구리 그런 것 들이 많았는데... 오다 보니 계곡물에 살아 있는 거는 눈을 닦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어... 쪼그만 개구리 한 마리는 보았는 거 같지만...
우리 고향 영일군 죽장면은 낙동강 상류쪽인데 마을 중간을 조그만 개천이 흐르는데 요즘 철이면 개천에 진짜로 갈 만했다... 뱀쟁이, 미기, 통굴레(?), 뿌구리, 미꾸라지, 노꼬람재이, 피리, 색깔이 아름다운 큰 피리 등 별야별 물고기가 많았다. 그리고 돌마다 고디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때 반도로도 고기를 잡고, 이상한 풀을 빻아서 뿌리면 몇몇 예민한 고기는 잠시 기절하기도 하고, 큰 바위를 함마(아마 겐노라 그랬지)로 꽝 치면 멍청한 몇놈은 놀라 자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한나절을 고지잡고 놀다가 집에와서 끌여먹기도 했는데.. 물론 억머구리라는 큰 개구리 뒷다리도 구워먹고......그런데 요즘 가보면 물도 많이 줄었을뿐더러 웬 미끌미끌한 더러운 이끼가 그렇게 끼었고, 그 많던 물고기는 찾아 보기가 힘들다. 하물며 고디도 큰 바우에 몇 마리만 붙어 있다.... 그 모든 것이 그 조그만 산골에 몰려드는 도회지 넘들 때문이란다. 외지사람은 찾아보기도 힘들던 이곳에 여름철에는 강가에 텐트가 발 딛일틈 없이 들어 선단다. 젊은 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더러운 꼴도 많이 본단다. 떠나고 난 자리는 별라별 음식찌꺼기 하며 휴지, 가스통 그런것들을 마구버려서 산과 들을 망치고 물을 더럽히고... 그것 참...
또 흥분해서 옆길로 좀 샜다...... 산이 70%인 우리나라 물 많은 우리나라, 남아있는 산하라고 잘 간직해서 후손에게 물려주자....
각설하고..
BH와 JS가 이쪽으로가면 무슨 암으로 가는 길이고, 저쬭은 가파라서 어떻고 하면서 지도를 봐가며 의논하는 것은 봤지만, 나는 무슨 길로 어디를 거쳐서 갔는지 기억이 없다. 그저 이날도 시작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어 앞만 보며 산을 올랐다. 전날 4만 5천원 주고산 coolmax 남방이 땀 처리를 잘해주기를 바란 뿐이다. 그날 개업집에서 남방하나 사고, 컵 얻고 떡 한 무데기 얻어서 저녁에도 먹고 오늘도 간식을 가지고 왔는데... 나중에 와서 보니 이 남방은 정말 잘 입고 갔다. 평소같이 짧은 티셔츠를 입고 왔으면 오늘은 혼 좀 났으리라... 길옆에 나무들이 얼마나 무성한지 길이 안보이는 곳을 합하면 1km가 족히 되지 않았을까? 가을까지는 산행때 긴소매 셔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더라...
시계를 보니 잘 시간이다.. 나머지 산행기는 밑도 끝도 없이 대충 적고 말란다...
- 비슬산은 참꽃이 유명하다는데 다음 2, 3월에 다시 한번 와서 보아야 산의 진면목을 볼수 있을 것 같다.
- 비슬산은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로서 대견봉에 있는 바위모습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한 회원이 있었는지...
- 소나무가 많은 산이었다.. 오다가 누군가 말했지만 소나무 만큼 쓸모없는 나무가 없단다. 목제도 안되고 열매도 없고.. 그저 땔감밖에 안된다고.. 역설적으로 보면 그래 쓸모 없으니 그나마 지금까지 남아 있었겠지..
- 이 날도 우리들의 점심식사는 푸짐했다.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먹는 밥맛은 산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일지라... 음식 끝에 맘 상하지 말라고 배큰 YH 챙겨준 회원들에게 복이 있으라..
- 오늘도 YH 부부의 물전쟁이 있을 뻔 했다. 다음부터는 1.5리터 콜라병 하나 더 가져오라는 충고도 있었고..
- 우리나라 사람들 언어표현의 이중(二重) 메세지가 화제에 올랐다.. 특히 고부간이나 작장내 상하간에.. 체면차리고 겸양하는 미덕을 완전히 버릴수는 없겠지만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Yes, No하는 것도 체신머리 없어 보이겠지) 상대방을 피곤하게 할 정도의 애매한 태도는 줄여가는 것이 좋다는 중론이 있었고....
- 대견봉을 멀리서 보니 참 잘생기고 점잖은 모습이다. 화려하고 장대하지는 않지만 가볍게 보이지 않은 품격을 느꼈다. 그 날파린지 변종 벌인지만 없으면 더 좋았으리라..
- 대견사 절터에서 보는 풍경이 그럴사 했다. 예전에 이곳에 절이 있었다는데 왜 없어졌을까? 물도 부족하고 곡식마련하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아마 지금 거기 절이 있다면 정말 명소가 되었을 텐데..
- 절벽위에 서있는 삼층석탑은 최근들어 중수했다지만 돌은 옛날 있었던 조각들을 모아서 세웠다는데 자세히는 모르겠고... 탑앞에서 그리고 조그만 굴속에서 남들 따라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효험이 있든 말든 기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일이, 새려, 정호 그리고 우리 자녀들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래 본다..
- 조화봉을 향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모르고 잘못 가르쳐 주었는지 알고도 그랬는지는 몰라도 가서보니 조화봉(1058m)이 아니고 1034봉이었다. 표지석도 없고 눈으로 보아도 분명히 낮은 봉우린라서 조화봉이 아닌 것 같았지만, 다들 다시 가기가 싫어서 이 곳을 조화봉이라고 합의보자는 농을 나누면서, 다음 참꽃시절에 다시 오기로 하고 하산했다.
- 1034봉에는 조화봉 전망대 겸 정자를 하나 지어놓았는데, 고기를 구워 먹는지 음식을 해먹는지 여럿이 둘러 앉아 아예 정자를 전세내어 장시간 놀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잠시 앉아 경치구경하라고 만들어 놓았을 법 한데... 참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 1034m 까지 올라 와서...
- 내려오는 길은 보통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이 아니었다. 창원으로 오는길에 만난 폭우가 그때 쏟아졌다면 정말 낭패이었으리라. 특히 이 날따라 씩씩하게 잘 오른던 류모 여회원은..
- 한참을 내려오다 계곡에서 발 담그고 담소하면서 21세기 첫 여름을 그렇게 보냈다. 70까지 산에 다닌다고 하면, 이제 한 20번 남은 여름중의 하나를...
- 오는 길에 현풍 원조할매집에서 곰탕을 먹고, 소주를 한잔 걸치고.. 8000원짜리 곰탕이 예전같지 못하다고 중얼거렸지만.. 하기야 요새 세상에 예전만 한게 어디에 있나? 마누라 빼놓고...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 일요일이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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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8월 26일 늦여름 비슬산을 다녀와서 (권영한)
집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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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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