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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논란 핑계로 정당한 국정과제 포기하는가
지난 1월 28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해 논의해 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올해 논의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문 장관은 올 4월까지 정부안을 제시하겠다는 당초의 일정을 뒤엎은 사유로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논리와 시간의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제도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오히려 정부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부가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의 개편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백지화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연말정산 논란으로 인한 중산층의 민심이반을 우려한 나머지 필요한 정책 개선마저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연말정산 논란이 과도하게 직장인 세금폭탄으로 번지고 이를 계기로 정부가 고소득 직장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담 강화방안을 포기하려는 것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이미 지난해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의 건강보험료 개편안이 큰 틀에서 전향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현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지역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재산 및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는 대다수가 경제적 약자인 지역가입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사실상 근로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는 직장가입자의 체계는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을 가진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역진적 제도이다. 이 같은 부과체계의 허점을 악용하여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고소득층 일부가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어 소득의 극히 일부분인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또한 직장가입자에만 있는 피부양자 제도는 상당한 소득과 재산을 가진 이들의 무임승차를 낳고 있다.
지난해 공개됐던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의 개편안은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비중을 줄이고 직장가입자의 소득기준을 모든 소득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물론 상속·양도소득 및 2천만원 이하 이자·배당소득이 부과대상에서 빠진 점, 기본보험료 도입에 따른 저소득층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점,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의 역진성 개선이 미흡한 점 등 보완할 점도 있다. 하지만 기본 방향이 현재의 불형평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돌연한 개편논의 백지화는 황당한 정책 후퇴이며, 최근 연말정산 논란을 감안해 정치적 셈법에만 치우친 결정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 확보는 그 자체로 보험료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며 현재 빈약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토대를 강화하는 일이다. 여전히 질병으로 인한 빈곤 추락이 빈번한 우리 사회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복지국가로 향하는 중요한 디딤돌이며,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건강보험료 개편이라는 중대한 국정과제가 정권의 지지도 등락에 따라 중단돼선 안된다. 정부는 원래의 약속대로 소득중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