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혀서 깨어지는 물거품만 남기고
가버린 그 사람을 못 잊어 웁니다
파도는 영원한데 그런 사랑을
맺을 수도 있으련만 밀리는 파도처럼
내 사랑도 부서지고 물거품만 맴을 도네
그렇게도 그리운 정 파도 속에 남기고
지울 수 없는 사연 괴로워 웁니다
추억은 영원한데 그런 이별은
없을 수도 있으련만 울고픈 이 순간에
사무치는 괴로움에 파도만이 울고 가네
-이인선 작사, 김영종 작곡, ‘파도’ 전문
1968년 고1 때 여름 방학, 나는 시골 길가 우리 집 자그만 잡화상 옆 자그만 방에 누워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런 중 어떤 노래가 순식간에 내 귀를 지나 심장까지 와선 파도,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무슨 노래 대회였던 것 같은데, 배호의 ‘파도’를 부른, 국토건설단원으로 온 20대쯤의 남자였다. 그리움과 회한이 어린 깁숙한 음성.
5.16 후부터 군사 정부에서는 ‘주먹’들을 잡아들여 건설 현장에 수시로 투입을 하곤 했는데, 당시 제주의 어승생 저수지 공사에도 수백 명의 ‘의리의 사나이’들이 들어와 어승생 북쪽에 진을 치고 공사에 동원 되고 있었다.
그 날 그 무대에선 그 사나이의 모든 숨결과 발자욱이 배호가 아닌 또 다른 이의 음성으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파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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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파도처럼 영원한 사랑 없다에 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