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평소 잦은 오작동으로 인해 경비원이 화재경보기를 꺼놓은 상태여서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관리사무소장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W씨가 환풍기를 가동하지 않았음에도 환풍기 후드등에 불이 들어온 것을 보고 이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 총 1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피해와 함께 입주민 1명이 사망하고 7명이 상해를 입었다. 이 사고로 입주민 W씨는 실화, 과실치사, 과실치상으로, 관리사무소장 G씨는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설치유지법) 위반으로 공소가 제기됐고 지난 7월 1심 광주지방법원은 입주민 W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관리사무소장 G씨에게는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었다. <관련기사 제701호 2010년 8월 4일자 게재> 이에 대해 입주민 W씨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고, 관리사무소장 G씨는 항소를 제기해 부당함을 주장했다. 관리사무소장 G씨는 항소이유를 통해 “경비원들에게 ‘경비실을 비울 때 주경종, 보조경종 버튼을 눌러 화재경보 설비가 작동하지 않게 하고, 경비실 복귀 시 다시 작동되게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고, 오히려 화재경보 버튼을 누른 채 근무하지 말라고 수회 주의를 줬음에도 1심이 사실을 오인해 본인이 이같이 지시하는 방법으로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초래하는 폐쇄·차단행위를 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잘못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항소심은 이 같은 관리사무소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심인 광주지방법원 형사6부(재판장 이성복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소방시설설치유지법 위반을 적용해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관리사무소장 G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행 소방시설설치유지법 제48조, 제9조 제3항 본문에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소방시설 등을 유지·관리함에 있어서 소방시설 등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초래하는 폐쇄·차단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행정상의 단속을 주안으로 하는 법규라 하더라도 명문규정이 있거나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법의 원칙에 따라 고의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면서 “위와 같은 행위의 과실범도 처벌한다는 명문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라고 볼 수 없어 위 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장 G씨가 직접 경비원들에게 경비실을 비울 때 화재경보 버튼을 눌러 끄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고 경비원들이 화재경보 버튼을 누른 채 근무하는 것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방화관리대상물의 관계인이 방화관리자가 방화관리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하지 않은 경우, 필요한 소방훈련 및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 소방계획서의 작성을 하지 않은 경우 등을 구성요건으로 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관리사무소장 G씨가 다른 조항을 위반한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공소사실인 제48조 소정의 ‘소방시설 등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초래하는 폐쇄 차단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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