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가 대체 어디인고?
일본 북부 대자연의 품으로 뛰어들다
아오모리가 어디야? 탄광?
아오모리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마 북한의 아오지탄광이나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 등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아니, 왜 그 사과로 유명한 곳 있잖아. 아오모리 사과 들어본 적 없어?
그제서야 아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아오모리는 우리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덕분에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고, 사람의 손때가 많이 묻지 않아 아름다운 대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일본의 북부, 홋카이도의 바로 아래 위치하고 있는 아오모리 青森 는 한자를 그대로 읽으면 청삼이다. 푸른 숲.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숲은 물론이고, 들판, 마을, 어딜가도 푸르름으로 가득해 눈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북쪽 끝에 있다보니 한국보다 기온도 약간 낮아 그늘로 살짝 들어가면 솔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더위라는 단어는 어느새 기억속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피서를 간답시고, 뜨거운 땡볕아래서 고생했던 기억이 많은데,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피서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도 멀지 않아서 인천에서 2시간 20분이면 도착하므로 기내식 한끼 먹고, 바깥풍경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내릴 준비를 하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한국에서는 주 3회 (일, 수, 금) 대한항공 직항이 있다.
.
아오모리에서 무얼 할까?
시원한 계곡 산책, 해수욕장 물놀이, 낭만 그득 온천욕, 신나는 등축제 그리고 아기자기한 이자카야 골목은 덤
아오모리에 간다면 일단 원령공주의 한장면을 떠올리는 아름다운 초록빛 숲과 그 사이로 신비로운 빛깔의 물줄기가 흐르는 오이라세 계류에 꼭 가보아야 한다. 일본 애니매이션에 종종 등장하는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숲이 허황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그냥 그들의 터전을 그대로 옮겨 놓았구나 하는 것을 이곳에서 깨달았다.
시원한 물소리, 피톤치드 가득한 숲의 향기, 마음까지 은은하게 울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어느새 더위는 잊은지 오래. 이미 가슴 속까지 포근하게 힐링이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계류라는 표현을 우리는 쓰지 않는데, 숲속에 있는 계곡이지만, 물이 산에서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며 흐르는 것이 아니라 강처럼 평평하게 흐르는 곳을 말한다. 그말인 즉슨 이 멋진 계곡을 감상하는데, 등산이 동반되지 않는 다는 것! 등산을 좋아 하지 않는 많은 분들께 너무나 감사한 곳이 아닐 수 없다. 평지를 걸으며 이런 숲속의 계곡을 즐길 수 있다니, 아오모리는 축복받은 땅임에 틀림 없다. ^^;
중간 중간 크고 작은 폭포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꽃과 나무, 물가에서 요리 조리 날아다니는 새들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 있었다. 계곡은 총 14km로 도보 편도 5시간 이상 걸리는데, 가볍게 산책을 하고 싶다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산책로 옆 도로에는 정기버스가 다니므로 원하는 포인트에서 내려 걷고 싶은 만큼만 걷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근처의 호텔을 이용한다면 호텔셔틀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게다가 자전거 매니아라면 더 없이 좋은 곳으로 호텔이나 공원 입구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계곡과 나란히 놓인 숲속 도로 위를 달리게 되는데, 상쾌한 숲속 라이딩, 해보신 분은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계시리라.
일본 여행에서 온천을 빼 놓을 수 없다.
일본 전역 어디를 가도 멋진 온천을 하나쯤은 만날 수 있는데, 아오모리는 일본에서도 손꼽히게 용출량이 많은 곳이다. 그 중 오이라세 계류를 품고 있는 그림같은 오이라세 계류 호텔에 가면 일본 특유의 숲속 옹달샘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초록으로 가득한 숲속에 유황성분이 들어 있어 푸른색으로 빛나는 온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색감에 눈이 황홀해 진다. 이곳에 기대 앉아 작은 폭포수가 졸졸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푸른 숲이란 뜻의 아오모리. 아오모리의 아름다운 숲은 세계자연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아오모리와 아키타(아오모리 남부에 있는 현)에 걸쳐있는 13만 헥타르나 되는 숲을 시라카미 산지라 부르는데, 세계에서 가장 넓은 너도밤나무 원시림이 있다. 숲의 중심부는 보호구역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정말로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원시림이 있는데, 이곳에는 반달곰을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숲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파란 호수때문이다. 산지에는 총 33개의 호수가 있는데, 산 정상에서 보면 12개밖에 보이지 않아서 12호수라는 뜻의 쥬니코라고 불린다. 그 중에 아오이케(파란호수)라 불리는 두개의 호수는 이처럼 어디서도 본적 없는 짙은 파란색을 띠고 있어 숲에 신비로운 기운을 더한다. 물은 가까이 보면 매우 투명하고, 깨끗해서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물고기도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저 파란 원인이 해로운 것은 아닌가 본데...아직 과학자들도 왜 이 물색이 이렇게 짙은 남색인지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겨울철 물이 얼기 전엔 그냥 평범한 투명색으로 돌아온다고.
두개의 호수를 제외한 다른 호수들은 평범한 물색인데, 어찌나 잔잔한지 초록 숲이 그대로 빠져있는 듯하다. 보고 있다보면 온몸이 초록으로 물들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아오모리는 일본 북쪽으로 북해도와 마주하고 있는 반도형 지형이다. 따라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중 특히 동쪽의 해안선 부근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산리쿠 후코 국립공원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약 700km에 이르는 트레킹 트레일이 있는데, 그 중에서 타네사시 해안 구간은 길도 잘 닦여 있고, 드넓은 모래사장이 있어서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좋다.
모래사장이 얼마나 넓고 긴지 해수욕이 목적이 아니라 트레킹이 목적인 사람들을 모래사장을 걷다 지쳐 투덜거릴 정도이다 ^^; 모래가 워낙 깨끗해서 걸으면 뾱뾱하고 낮게 울리는 소리도 난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모래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라고.
그럼 아오모리는 오직 신선같이 앉아 자연만 즐기는 곳이냐고?
그럴리가. 일본에서 가장 커다란 등 축제가 열리는 곳이 바로 아오모리이다. 커다란 등이라 함은 축제의 규모가 아니라 등의 크기 ^^; 8월 2일에서 7일까지 아오모리현 곳곳에서 열리는데, 고쇼가와라시에서 열리는 다치네푸타에는 무려 23미터, 7층 건물 높이의 한지등이 사용된다.
축제기간 이외에는 전시장에서 지난 축제에 사용된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네푸타(졸음에서 온 단어) 마츠리(축제)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은데, 네푸타라는 말이 졸음에서 온 것으로 가을 수확철 전에 잠을 쫓아 기운을 북돋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아오모리 현 전체 약 26곳에서 이 축제가 열리는데, 그 중 23미터의 높은 등이 사용되는 고쇼가와라시와 옆으로 넓은 등을 사용하는 아오모리시, 평면의 커다란 등을 사용하는 히로사키시에서 열리는축제가 가장 유명하다.
일본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가 또 하나 있다. 골목길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에서 안주발 세우기 ^^ 꼭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조금씩 아기자기하게 서빙되는 다양한 안주들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아오모리현의 동쪽 하치노헤시에는 8개의 아주 오래된 요코초(골목길)가 있어서 일본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준다.
일반 이자카야와 달리 이 골목에 있는 가게들은 전부 사람이 5-9명 정도가 들어가면 꽉 차는 크기이다. 이게 주인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라고. 바처럼 주인을 가운데 두고, 손님들이 주욱 둘러 앉는 구조라 주인과 주거니 받거니 말동무도 해가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분위기다.
해산물, 고기, 양주, 청주, 여성전용, 할아버지 분위기, 미니 콘서트 장 등 다양한 메뉴와 다양한 분위기의 가게들이 가득해서 누구나 취향에 맞는 가게를 한곳 쯤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 굵직한 여행지 이외에도 소소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아오모리 동쪽 하치노헤에는 말이 유명했는데, 결혼식 날 신부가 타는 말을 멋지게 장식했던 전통을 기념하기 위해 말꾸미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옛 성터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며 숨어있던 예술 감각을 찾아보자.
또 애주가라면 놓쳐서는 안될 양조장 체험. 아오모리의 맑고 깔끔한 맛의 청주 양조장을 방문해 청주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 탄산 청주부터 비행기 일등석에 제공되는 고급 청주까지 맛볼 수 있다. 술지게미(술을 빛고 남은 발효된 쌀)로 손 팩도 해주는데, 10분만에 놀랍게 피부가 촉촉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으니 여성들이여, 양조장으로! ^^; 그 외에도 몇가지 술맛나는 과자들을 맛볼 수 있다.
아오모리 = 사과!
일본에 공급되는 사과의 절반이 전부 아오모리에서 난다고 한다. 이곳에 와서 사과 제품을 한번도 맛보지 않는다면 전주에가서 비빔밥 한그릇 먹지 않은 것 처럼 허전한 일.
다행히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사과에 관련된 요리나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사과파이, 사과전병, 사과잼 등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있는 제품도 많으니 기념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오모리는 무조건 사과! 사이더(Cider 사과주스를 발효시킨 탄산주)를 좋아한다면 아오모리 사이더도 잊지 말자.
그리고, 아오모리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별미가 있는데, 바로 이 딱딱한 전병을 부숴 말아 먹는 국, 센베지루이다. 샤브샤브 전골 국물같은 것에 바싹구워진 과자를 적셔먹는데, 센베(과자)가 죽같이 풀어질 줄 알았더니 쫀득한 수제비같이 된다. 옛날에는 이 지역에 벼농사가 잘 안되어서 밀가루 음식이 발달하면서 생겨났다는데, 엄천난 맛까지는 아니지만 지역 음식이니 한번쯤 꼭 맛보시기를.
생선회와 초밥, 젖갈의 나라, 일본에 왔는데, 당연히 해산물을 빼 놓을 수 없다. 아침 수산물 시장에 가면 한번 먹을 만큼만 포장된 소량의 생선회나 젖갈, 생선구이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한팩에 가격이 100-300엔 정도. 한화로 대략 1-3천원하는 것들을 일행과 몇가지 사다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밥 한공기 100엔, 미소국 100엔.
저렴하고, 신선한 해산물을 실컷 먹을 수 있다. 아침에만 한다는게 함정이지만 아침부터 생선회를 잔뜩 먹을 수 있는 위장을 가진사람에겐 천국이다. 판매하는 아저씨나 아줌마에게 상냥한 미소를 보내주면 덤으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 외에도 조금 고급진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오이라세 계류호텔에서 계류 옆에 앉아 우아하게 식사를 할 수도 있고, 푸르른 태평양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유유자적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자연과 축제, 문화 그리고 음식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아오모리에서 올여름 여유롭고 색다른 휴가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날짜 | 2016.06.2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