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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영어 표기가 East Sea가 아니라 Japan Sea로 되어있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네티즌들에게 격하게 얻어맞고 있는 영화, '포화 속으로'. 감독이 시사회장에서 그에 대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해서 더 큰 물의를 일으켰지만 왜인지 모르게 불편한 것은 왜일까? 개인적으로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것 또한 왠지 모를 언론플레이의 일종으로 보여서 좀 슬프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좀 실망스럽기도 하다.
사실상 이것은 영화 외적인 이야기에 가깝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가고, 차승원과 T.O.P. 그리고 권상우라는 호화캐스팅을 바탕으로, 전쟁실화를 재구성한 감동스토리를 만들어 낸 '포화 속으로'. 그 뚜껑을 열었을 때 처음의 우려와는 다르게 꽤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연기력이나 존재감이나 엄청난 포스를 보여주는 차승원부터 시작하여, 현재 남자아이돌 중에 2등이라고 하면 서럽다고 할 수 있는 빅뱅에서 활동중인 TOP. 그리고 각종 영화들을 통해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해나가는 권상우까지. 문제는 요즘들어서 캐스팅이 좋은 영화 치고 내용이 좋은 영화를 쉽게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돌 스타들이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요즘의 경향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고.(그것은 아이돌이라는 얼굴마담을 바탕으로 시청률 끌어올리기에 급급해, 정작 작품 자체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특히 영화-공연 쪽의 문제로 한정시키면 더욱 심각한데, 동방신기의 시아준수부터 시작하여 슈퍼주니어의 예성, 성민. 그리고 빅뱅의 승리와 대성. 이어서 소녀시대의 제시카와 태연까지 수 많은 아이돌들이 각종 무대에 섰고, 그런 무대마다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했으나(좌석은 언제나 매진사태) 문제는 그 질적인 면에서 상당히 비난을 받았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기간의 흥행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긍정적인 역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포화 속으로'는 조금 달랐다. 차승원이라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강하게 만들어진 분위기를 TOP와 권상우가 나눠서 조절하는 완급조절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달까?(이것을 달리 말하면 차승원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이었다는 것이지만) 차승원의 경우에는 워낙 포스가 넘치시는 배우이기 때문에 별로 할 말이 없지만, 가장 의외의 인물은 TOP이었다. 물론 호연기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작품에 적절히 녹아드는 그의 캐릭터는 왠지 모를 이질감을 연출하면서도 관객들을 극에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문제는 권상우...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의 모습을 애달프게 그려낸 그의 연기력을 기대했지만, 이건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말죽거리 잔혹사'의 캐릭터를 그대로 본따온것 같은(그들은 절대로 전쟁이라는 상황에 어울리지는 않는다) 캐릭터는 그야말로 '꽝'이었고, 심지어 그의 연기조차 어색했다. 덕분에 극의 진행은 하늘로 치솟아버렸고.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솔직히 말해서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에 권상우의 연기는 발연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TOP이 더 튀어보인건.
'포화 속으로'가 보여주는 서사 자체는 이런 약간의 문제점과는 별개로 꽤 재미있는 모습을 보인다. 나름대로 감동스토리이기 때문에 삶과 죽음 사이의 드라마가 애틋하게 그려지기는 하지만, 이런 전쟁물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맨스'와 '애국심'이라는 두 개의 코드를 과감히 버림으로서 '포화 속으로'는 질척질척한 진흙탕이 아니라,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서사를 보여준다. 이는 억지 애국심이나 억지 로맨스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으로서 '포화 속으로'는 전쟁을 눈 앞에 두고 서서히 변해가는 학생들의 모습과, 그 학생들이 보는 전쟁의 참상. 그리고 학도병으로서 학생들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죽음과 그 죽음을 합리화시키는 과정을 눈물이 날 정도로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작품 초반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곁가지는 신경을 피곤하게 한다. 너무 다양한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내려고 하다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학도병이 바라보는 '전쟁의 참상'에서 나오는 슬픔이 농축되는 것을 계속해서 방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 학생들의 심리변화를 치밀하게 잡아내는 영화의 연출은 꽤 매력적이다. 물론 마지막에 학생들을 구하러 오는 군인의 모습은 좀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근본적인 흐름은 학생들이 처음 전쟁을 접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전쟁에 점점 익숙해지는 과정을 그려낸다. 처음 오장범(TOP 分) 자신의 상관이 죽는 순간에도 적을 향해 총을 발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오장범의 주변을 채우고 있는 것은 치열한 살육의 현장-전장이다. 그런 지옥에서 걸어나온 오장범이 보기에 전쟁은 잔혹하다. 그렇기에 아직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학도병들이 총을 받고 웃고 떠드는 것을 보며 오장범은 함께 웃을 수 없다. 그리고 말한다. 저들을 데리고 어떻게 싸울 수 있겠냐고.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새파란 햇병아리인 학도병들은 자신이 전장에 있음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들이 처음으로 전쟁을 실감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지 주변을 지나는 북한 병사들을 얼떨결에 '기습'함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학도병들은 전쟁이라는 이름을 쓴 살인을 경험하고 점차 전쟁에 익숙해져간다. 그것은 적을 죽이는 행위임과 동시에 자신 혹은 전우가 전사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학도병들은 군인이 되어간다. 그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적군의 총탄을 맞아 사경을 해메는 중학생 동생을 직접 쏴서 죽음을 맞이하게 해 주는 고등학생의 모습이다. 동생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죽여준) 고등학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기지 방어의 일선에서 경계를 선다. 이 장면은 학도병들이 '학생'에서 '군인'으로 전환되는 기점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은 군인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들이었기에 더 슬프다. 그것을 강조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군 장군인 박무랑(차승원 分)이다. 박무랑은 학생들을 죽이기 싫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투항을 권유한다. 물론 학도병들은 투항하지 않는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된다.
마지막 전투에서 싸우는 학도병들은 이제 완연히 '군인'의 모습이 되었다. 펜을 들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들이 총을 들고 전장에서 싸우는 모습은 매우 이질적이다. 그렇게 군인이 된 학도병들은 치열하게 싸운다. 그리고 결국 북한군의 진격을 막아낸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학도병들을 구하러 왔으나 학도병들을 하나도 구하지 못한, 그리고 북한군은 전멸시킨 대위는 오장범의 시체를 부여잡고 '미안하다.' 라고 반복한다. 그것은 단순히 오장범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라기보다는, 군인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전쟁으로 내 몬 자신들에 대한 자책이자, 학도병 전체에 대한 속죄의 의미를 담기에 더 아릿한 여운을 남긴다.
이런 매력적인 서사와 초반에 '스탈린그라드'를 방불케 하는 난장판을 보여주는 시가전.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상케하는 낙동강 공방전. 학생들이 훈련된 군인보다 더 압도적인 전술-사격술을 보여주는 최후의 수비전에서 보여주는 액션-블록버스터적인 화면은 꽤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역시 '포화 속으로'의 진정한 매력은, 전쟁이라는 극단상황에서 '학생'과 '군인'사이에서 방황하고, 점차 바뀌어가는 모습을 치밀하게 그려낸 연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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