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0천 원? 1200만 원?_수는 만 단위로 띄어 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4학년이 되면 만, 억, 조 단위 숫자 읽기를 배운다. 일테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는 149600000킬로미터쯤 되는데, 이 수를 어떻게 읽는지 공부한다. 이 수를 초등학생들은 1,4960,0000처럼 네 자리씩 끊어서 읽는다. 그렇게 하라고 공들여 가르치고 애써 배운다. 그런데 교과서 밖 세상은 그 가르침을 너무도 쉽게 저버린다. 당장 우리 교육청에서 내는 문서나 자료집 아무 거고 한번 펼쳐 보시라. ‘12,000천원’이나 ‘1,587천원’처럼 숫자를 써놓았다. 여러분은 이런 수를 어떻게 읽는가? 나만 그런가 몰라도 혼자 입속말로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하는 식으로 숫자 하나하나를 짚어 올라갔다가 거꾸로 내려오면서 읽을 때가 많다. 그나마 크지 않은 수는 별 문제겠지만 ‘2,047,407천 원’은 어찌 읽는가.
사실 세 자리로 끊어 읽는 건 서양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간 것이다. 우리는 만, 억, 조처럼 네 자리씩 끊어 읽어야 옳다. 수는 어떻게 쓰고 어떻게 읽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분명히 있다. 「한글맞춤법」 제43항에는 한 그루, 꽃 두 송이처럼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고 해놓았고 ‘7미터, 80원’처럼 아라비아 숫자 뒤에 붙는 단위명사는 모두 붙여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제44항에는 ‘수를 적을 때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쓰’라고 분명히 밝혀 놓았다. 그런데 교육기관도 금융기관도 이를 지키지 않는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교육청부터라도 수를 쓸 때는 제발 ‘1200만 원’이나 ‘158만 7천 원’처럼 쓰자. 누구든 금방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