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담긴 경영의 비밀 경영에서 숫자는 매우 중요하다. 기업과 숫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업의 성장과정, 사회적 영향력, 미래발전 가능성 등 모든 것이 숫자로 표현될 수 있다. 기업 내에서 업무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역시 숫자를 통해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숫자가 사람들의 인식에 쉽게 각인된다는 점에 주목해 숫자에 특별한 스토리를 담아 브랜드명과 광고에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숫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평범한 숫자를 의미 있는 정보로 가공하고 가치 있는 숫자로 재탄생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경영지혜(經營之慧)’ 네 번째 테마로 숫자에 담긴 경영의 비밀을 다루고자 한다.
숫자를 알면 경영이 보인다 숫자로 보는 경영지혜 ·마케팅 : 시간·날짜·나이 활용, 숫자로 만든 브랜드명 ·경영법칙 : 숫자로 보는 다양한 경영법칙 ·경영자 마인드 : 숫자 감각, 목표 제시에 활용 숫자를 알면 경영이 보인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나 민간 연구기관, 언론기관 등에서 발표하고 있는 각종 수치는 경제나 사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매우 편리한 도구다. 또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도 제공한다. 이러한 숫자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은 곧 현대 사회를 읽는 눈을 갖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정보를 숫자를 통해 파악하고 숫자로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고 숫자를 통해 시대를 이해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은 일이다. 신문, 인터넷, TV 등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에는 수많은 숫자들이 담겨있다. 고등학생 평균 키 증가, 고령인구 비율 증가, 평균 수명 연장, 경제성장률 예측, 월드컵 유치 경제효과, 소비자 물가지수 변동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 현상이 숫자로 표현되고 있다.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사람들은 매일 접하는 신문, 책, TV, 인터넷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를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그 속에서 숫자를 발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숫자 감각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나 상사와 대화할 때, 투자를 결정할 때, 새 제품을 기획할 때 등 중요한 순간마다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준다.
최근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숫자 감각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근소한 차이로 이익과 손실의 경계를 오가는 비즈니스에서는 모든 결과를 예측해야 남이 쉽게 착안하지 못하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숫자를 활용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신의 주장에 타당성을 부여해 제품의 가치를 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숫자는 막연한 느낌이나 감상과 달리 명확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유일한 공통 언어, 숫자의 발견
전 세계에는 400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그 중 수십여 종은 문자언어로 옮겨져 번성하고 있다. 하지만 수를 적는 방법은 현재 숫자 하나만이 활용되고 있다. 숫자야말로 ‘유일한 세계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인류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끈 불의 사용, 농경의 발달, 문자의 사용 등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위대한 발견이자 발명이 바로 숫자다. 사실 숫자는 문자보다 먼저 발명됐다. 그리고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동안 인류가 발명에 발명을 거듭해 오늘의 모습에 이르렀다.
특히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숫자 체계인 아라비아 숫자는 가장 주목할 만한 발명 중 하나로 간주된다. 지금의 형태가 완성되기까지 아라비아 숫자는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역사가들은 아라비아 숫자가 인도에서 처음 형성되었으며 이슬람 세계에 전파되었다가 북아프리카와 스페인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고 말한다.
한편 컴퓨터나 계산기가 나오기 훨씬 이전에 중국의 계산가들은 한손으로 10만까지, 두손으로 100억까지 헤아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손가락 마디를 경계 짓는 각각의 관절을 왼쪽, 중앙, 오른쪽 접합부로 나눠 삼진법 순서에 따라 계산을 해나가는 방식이었다.
손가락 대신 끈으로 수를 센 민족도 있다. 잉카인들은 가는 노끈들을 매듭지어 매우 정교하게 만든 장치를 이용해 정확한 계산을 해냈다. 옛날 사람들은 숫자에 미신적인 두려움을 품고 때로 숫자를 행운이나 액운을 가져오는 신들과 동일시하기도 했다. 19세기 독일의 수학자 레오폴트 크로네커는 숫자 발명의 오묘함을 “신이 정수(正數)를 창조했고 그 밖에 나머지는 인간의 작품이다”라고 표현했다.
행운의 숫자 vs 불길한 숫자
숫자에 길흉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모든 나라와 문화권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 내용은 매우 다르다. 아라비아 숫자는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나라별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좋아하는 숫자와 싫어하는 숫자가 따로 있다.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와 중국은 ‘죽을 사(死)자’라 해서 4를 유독 싫어한다. 아파트 등 많은 건물에 4층이 없는 것도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한때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5라는 숫자가 인기가 있었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에 5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에 매달리는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숫자를 통해 ‘피그말리온 효과1)’를 누리는 것으로 풀이한다. 숫자에 긍정효과를 얻고자 하는 바람을 담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숫자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불행을 피하거나 행운을 불러오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숫자의 의미를 지나치게 맹신하면 오히려 심리적 굴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재미있는 숫자 이야기
1은 최고를 의미하는 숫자로 순서를 따질 때는 첫 번째를 의미하며 1위, 1등급 등 최고를 표현할 때 널리 쓰인다. ‘천재 1명이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등주의는 1이란 숫자의 의미를 부각한 대표적 사례다. 삼성의 초일류기업 지향 정신도 1과 관련된다. 1은 또 완전한 통일, 연합, 최초, 본질의 의미도 담고 있다.
2는 크게 이분법과 경쟁을 의미한다. 흑과 백, 선과 악, 사람과 동물, 진보와 보수 등 인간이 가진 양분의 본성이 경쟁을 낳기 때문이다. 또 2는 2등, 2인자 등의 단어에 쓰이면서 노력의 의미를 내포한다. 미국의 렌터카 전문업체 에이비스는 ‘우리는 2등이다. 그래서 더 많이 노력한다’는 콘셉트로 프로모션을 진행해 소비자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코카콜라를 겨냥한 펩시콜라, 신라면을 겨냥한 진라면 등도 2등 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다. 이처럼 경영에서 2라는 숫자의 의미는 미래의 성공을 현재로 끌어당기기 위한 것이다. 또 2는 파트너, 동반자의 의미를 담은 숫자로 상생과 시너지를 지향할 때 활용되기도 한다.
3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숫자다. ‘인생에는 3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삼세판’ 등의 말에서 알 수 있듯 3은 자비의 숫자이면서 동시에 조화의 숫자로 여겨진다. 노자는 “도는 하나를 창조했고 하나는 둘을, 둘은 셋을 그리고 셋은 모든 것을 창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동양 문화권에서 3을 조화와 완성의 숫자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 아이까지 3명의 구성원이 모일 때 한 가족으로 여기며 만물의 이치도 생성, 존재, 소멸의 3단계 과정을 겪는다고 말한다. 한편 서양문화권에서 3은 기독교의 핵심개념인 삼위일체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결국 톱(Top) 3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마케팅학자 잭디시 셰스는 선도기업 3개사가 해당 산업의 매출액과 순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 자동차업계(현대, 대우, 르노삼성), 한국 이동통신산업(SKT, LGT, KT), 미국자동차업계(GM, 포드, 크라이슬러), 미국 외식업계(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등이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 이는 기업이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때 결국 3위 안에 들어가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우리 주변에는 4가지 요소로 구성된 것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기본방위인 동서남북, 4계절, 정사각형 등 4와 관련된 것들은 질서와 안정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4는 한자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불길한 숫자로 여겨 고층건물에서는 4층을 ‘F’로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에서는 오히려 4를 성스러운 수로 여겼다. 1, 2, 3, 4의 4개의 수를 더하면 10이라는 완전한 수가 만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흙, 바람, 불 그리고 물이라는 4가지 원소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다고 인식했으며 로마인들은 새로운 도시를 만들 때마다 초석을 정사각형으로 만들고 반드시 4개의 문을 달았다.
한편 여러 종교에서는 숫자 4를 틀의 완성이나 구분의 의미로 사용해 주목된다. 이슬람교에서는 천국의 4개의 강에 의해 이란과 무굴제국이 ‘챠바그’라 불리는 4개의 운하로 나뉘어 있었다고 한다. 불교에는 마음의 4가지 방향인 사무량심이 있으며 사찰에는 항상 동서남북에 사천왕을 둔다. 또 동양에서는 4종류의 영적인 짐승인 4신과 4령을 믿는 나라가 많다.
숫자에 따른 길흉의 미신은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유대인들은 7을 행운의 숫자로 여겼다. 성서에서 성스러운 일은 모두 7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동아프리카에서는 7이라는 숫자를 매우 불길한 숫자로 여기고 7이 들어가는 날에는 외출도 삼가는 종족이 있다.
한편 7은 체계를 의미하는 숫자로도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일주일은 7일이며 빛은 7가지 색깔로 정의된다. 이처럼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수라는 점에서 7은 경영에서도 매우 중요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는 대박을 상징하는 8이다. 일본인들은 한자 ‘八’의 모양이 점점 벌어지기 때문에 융성과 풍성함을 상징하는 길한 숫자로 여긴다. 특히 중국인들은 8을 광적으로 좋아하는데 ‘돈을 벌다’라는 뜻의 중국어 ‘파차이(發財)’에서 ‘파’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시작한 것만 봐도 중국인들의 8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기업의 창업일이나 개인의 개업식 일시도 8일이나 8시로 잡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자동차 번호판 경매에서 88888번이 80만 위안을 호가한 적도 있다.
9는 10을 기다리는 숫자로 성공을 위한 실패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또한 9번의 실패는 1번의 성공을 위한 것이며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9가 포함된 나이를 ‘아홉수’라고 부르며 나쁜 일이 생기기 쉬운 해라고 여긴다. 완성의 숫자인 10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조심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한편 9는 사람의 성향을 분류하는 에니어그램(En- neagram)의 숫자이기도 하다. 에그리스어로 9를 의미하는 ‘ennea’가 포함된 이 심리학 용어는 인성을 9개의 유형으로 나눠 이들의 장점, 단점을 분류해 적합한 리더십 방향을 제시하는 데 쓰인다.
10진법을 사용하는 현대 문명에서 10은 하나의 숫자라기보다 ‘완성’을 상징한다. 10는 모든 계산의 기본이 되는 숫자이자 10진법의 전환점이 되는 숫자다. 10은 양손의 10손가락을 기초로 나온 숫자이며 법, 질서, 지배, 완성 등을 나타낸다. 또 10이 확장된 100과 1000은 힌두교 우주론의 토대가 되는 숫자로 보다 높은 범주의 완전성을 의미하며 1만은 중국에서 셀 수 없이 많음과 세계 전체를 뜻한다.
이처럼 10은 원주를 둘러싸는 9와 중심을 나타내는 1의 합으로 나오는 숫자로서 완전성의 상징이다. 주축으로서의 1과 그 주위를 돌며 춤추는 9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10은 여행의 완성, 기원으로의 회귀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는 9년간 방랑을 하고 10년째에 고국으로 돌아갔다. 트로이는 9년간 포위를 견디다가 10년째에 함락되었다.
서양에서는 역사적으로 13을 불운의 숫자로 치부했다. 기독교에서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날이 13일의 금요일이었다는 이유로 13일의 금요일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미신이 널리 확산되어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13이라는 숫자를 주소로 사용하지 않으며 이탈리아에서는 복권에 13이라는 숫자를 뺀다고 한다. 미국의 항공기에는 13번째 열의 좌석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현대식 고층건물에도 12층 다음에 바로 14층을 표기한다.
또한 숫자 12는 12개월, 12명의 올림포스 신, 황도 12궁, 예수님의 12제자, 중국의 12음계 등에서 알 수 있듯 완전함을 뜻하는 숫자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반면 13은 쓸데없는 하나가 추가됐다고 여긴다. 서양에서는 초대받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12명의 모임에 나타난 13번째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불길한 숫자인 13의 의미를 달리 해석해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완전한 12에 새롭게 1을 더한 것으로 여겨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는 숫자로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2시에 1시간을 더하면 오후 일과의 시작이고 12월에 1달을 더하면 1월 곧 새해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운의 숫자를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이 경영에서도 필요하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2년 5월호 - |